설날 연휴를 이책과 함께 했다.(원래 4권을 준비했으나 이 책 한권만 완독....그래도 만족한다. 책이 너무너무 좋았다.)
정말 사실주의 문학의 걸작이 라는 말이 확 와닿았다.
엠마(보바리 부인)의 행동과 감정이 너무 냉철하게, 사실처럼 분석되어 있고(도스토예프스키의 정신 분석이 떠올랐다...악령 읽어야 되는데...), 주변인물들 역시 너무 현실적인 인간의 단면을 보여준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다.
보바리 일가의 불행은 그들이 만든걸까, 주변이 만든걸까 생각해보며... 엠마와 샤를의 행동과 감정에 어느정도 공감이 간다. 너무 사실 같아서.

이 애정은 남편에 대한 혐오에 비례하여 나날이 더욱 커져갔다. 한쪽에 열중하면 할 수록 다른 쪽을 더 싫어하게 되었다. - P263

새로움의 매력이 옷가지처럼 한 꺼풀씩 벗겨지자 항상 같은 형태와 언어를 지닌 정열의 영원한 단조로움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는 경험이 풍부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표현들 아래 감춰져 있는 미묘한 감정의 차이를 알지 못했다. - P268

밑에서부터 곧장 올라오는 광선이 그녀의 몸을 깊은 심연으로 잡아당겼다. 광장의 지면이 일렁거리면서 벽을 따라 솟구치고 마루 또한 아래위로 요동치는 배처럼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거의 공중에 매달린 것처럼 광활한 공간에 둘러싸인 채 벼랑 끝에 서 있었다. 푸른 하늘이 그녀 몸에 배어들고 그녀의 텅 빈 머릿속에 회오리바람이 휘돌았다. 그냥 몸을 맡기기만 하면, 그냥 몸을 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 P288

게다가 그녀는 이제 모든 것에 대해 지극히 무관심해졌고, 말씨는 너무도 다정스럽고, 눈초리는 너무도 오만하고, 태도는 너무도 변덕스러웠으므로 그것이 이기심인지 자선인지, 또 퇴페인지 미덕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 P302

이렇게 하여 그녀는 일주일에 한 번씩 도시로 가서 애인을 만날 허락을 남편에게서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한달이 지나자 사람들은 그녀의 솜씨가 많이 늘었다고 칭찬했다. - P365

모든 게 거짓일 뿐! 미소 뒤에는 항상 권태의 하품이 감춰져 있고, 기쁨 뒤에는 저주가, 쾌락 뒤에는 혐오가 숨어 있으며 최상의 키스라 할 지라도 더욱 큰 관능에 대한 채울 수 없는 갈증만 입술 위에 남겨놓을 뿐이다. - P397

하지만 여하튼 그녀는 행복하지 않았고, 과거에도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 왜 인생은 이렇게 불만족스러운 것일까? 무엇인가에 기대면 곧바로 썩어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 P396

저속한 행복에서 굴욕감을 느끼면서도 습관 때문에, 혹은 타락했기 때문에 여전히 그것에 집착했다. 그리고 갈수록 더 악착같이 매달리고, 너무 큰 행복을 기대하는 바람에 어떤 행복도 누리지 못했다. - P406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부상자가 피가 흐르는 상처를 통해 생명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듯이 그녀는 고통스러운 사랑의 추억을 통해 자신의 영혼이 스러져가는 것을 느꼈다. - P437

그는 이렇게 사라져버린 지난날의 모든 행복을 떠올렸다. 하나의 절망 뒤에는 또 하나의 절망이 범람하는 밀물처럼 끝없이 밀려왔다. - P465

마치 그녀의 일부분과 다시 만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분이 참 묘했다. 자기가 이 남자였으면 좋았을 것을...
"나는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요. 그래요 이제 더 이상 당신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운명탓이니까" - P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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