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어낚시통신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199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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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때 윤대녕을 많이 좋아했다. 그의 소설에서 허무함을 읽고 함께 울었다. 하지만 등단작인 초기 작품을 읽지 않았다. 하필 최쌤이 이 책을 빌려주셨다. 이유는 없단다. (그럴 리가) 내가 변하긴 한 거 같다. 예전처럼 감동이 없다. 허무함은 감정이다. 이 사회를 이겨 나가는 발판은 되지 못한다. 나를 채워주지 못했다. 어쩜 초기작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약간은 서툴테니깐.  

남성 화자의 입장에서 여자를 그리는 부분도 별로였다. 여자는 결코 허무함에 무기력하거나 남자를 서글프게 만다는 존재가 아니다. 약한 감정이 이젠, 재미없다. 현실과 뚜렷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진짜 서사가 좋다. 과학이라도 말이다. 20대 초반의 아찔한 자기 소멸적 감정들이 사그라졌음이 기쁘다. 성숙한 거 같다. 비록 과거의 순진함이나 눈물을 잃었을지라도 지금에 만족한다. 변해도 되니깐. 잃어버린 시간(과거)을 기억하면 충분하다. 나이에 맞게 달라져도 된다. 적어도 그 때를 경험했다면. 앞으로 뒤에 올 후배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방향을 알려줄 수 있을 테니깐. 현재를 기뻐한다.  

허무함은 더 이상 세상을 살아가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윤대녕의 한계가 이 지점이다. 그는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한다. 새로운 미래가 필요하다. 소설은 “서사 장르”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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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특별판)
로맹 가리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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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강렬한 전율을 느끼지 못했지만, 야릿한 감흥이 지속된다. 새들은 “왜” 페루에 가서 죽는가. 모든 것은 “정말” 이유가 있는 것인가. 설명되지 못하는 것은 소리없이 죽어가야 하는가.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었어야 하는가. 이유를 묻지 않고 받아들여야 하는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불현듯 악몽이 떠오른다. 소년의 죽음을 목격했던 악몽. 왜, 내가 죽어야 하조? 이별의 이유를 몰랐던 몹쓸 사랑의 열병에 나는 몸서리치게 아팠다. 이름 없는 새의 시체들이 모래밭에 쏟아지듯, 우리의 삶에는 얼마나 많은 무지와 이유 없음이 죽어가고 있을까. 아무리 과학이 발전하고 언어를 계발해도 나와 너 사이의 태평양 같은, 내식대로면 레테의 강이 파도치고 있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이유를 알고 싶은 끝없는 호기심. 타인에게서라도 구하고자 하는 내 존재의 의문이 결국 삶을 지탱하는 유일한 벽이다. 그래, 벽. 창없는 쓸쓸한 벽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살아간다. 이유 없이 떠도는 공기를 들어마시며. 죽음이라는 생의 마지막을 담지하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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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왜 짧은가 - 세네카의 행복론, 인생의 의미를 찾는 오래된 질문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루키우스 아니이우스 세네카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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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철학은 삶을 풍부하게 한다는 뻔한 진리를 체감했다. 인생을 어떻게 살면 짧은지,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지, 신의 섭리란 무엇인지 등을 느꼈다. 특히 이성적 사유를 강조하는 부분은 충분히 감정적이고 감정을 우위에 두는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 이성과 감성의 충돌에 자꾸 이성을 무시하고 하대하는 사고의 버릇을 고칠 수 있을 것 같다. 감성적인 글쓰기를 부러워하기보다, 나의 이성으로 감성과 감정을 ‘알고’ ‘표현하’도록 노력해야겠다. 타인보다 나를 먼저 돌보고 내 기질을 이성으로 사고하는 편이 인생의 행복을 찾는 길이다.  

나는 세네카의 글에 심하게 동조했고 그의 사고력과 표현력에 감탄했다. 이게 바로 철학이다. 어려운 해체주의나 범접할 수 없는 로고스는 쓸데없다. 다양한 기준들을 존중하는 길이 진정한 철학의 보루다. 그리스와 로마에서 배워야 한다. 개인의 사유와 공적인 행동을 존중하는 그들의 문화에서 지금의 발전이 있다. 그렇다면 인생은, 삶은, 죽음은, 가까울 것이며 넘치도록 향유될 것이다. 나는 믿는다.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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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쪽형 인간 - 잠자는 CEO 당신의 앞쪽뇌를 깨워라
나덕렬 지음 / 허원미디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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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 대중적이고 평이한 글이다. 뇌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지식만 있다면 누구나 읽을 수 있다. 반나절만에 다 읽었다. 사회성, 감정 조절, 판단력, 상황 종합력, 충동 조절 등의 기능을 도맡는 뇌의 CEO 앞쪽뇌. 나는 뒤쪽형 인간이 아닌지 되돌아보았다. 전두엽을 활성화시켜야겠다. 뇌도 노력에 따라 자꾸 사용하면 뇌피가 두꺼워지고 그러면 이쁜 치매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이쁜치매, 참 어여쁜 말이 아닌가. 뇌는 단순한 지적 능력의 저장고가 아니라 우리 몸의 근육처럼 노력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니, 새로운 희망을 얻었다.  

나도 앞쪽형 인간이 되어 내 인생의 멋진 CEO가 되겠다. 아직 감정부분의 조절이 부족하고 사회적 맥락을 읽는 눈이 모자라니깐, 이 부분을 키워야겠다. 큰 그림을 그리자. 그리고 내 의견을 발표하자. 쉽게 겁먹지 말고. 나덕렬 의사의 개인적 고백(?)은 흥미로웠다. 나와 비슷한 생각, 감정을 가지고 그것을 표현해줘서 감사했다. 특히 싸움을 싫어하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설명해주었다. 안일한 스스로의 오만함까지. 이런 남자를 만나면 진짜 좋을 거 같아. 편하게 읽은 책이라 감사평도 일기를 쓰듯 편하다. 앞쪽뇌로 활동하는 거다. 나를 드러내고 알아가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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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 비판 - 우리시대의 부끄러움을 말하다
김상태 지음 / 옛오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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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김용옥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니 비판도 당연히 없었다. 책을 읽으며, 계속 든 생각은 지식인이란 지식으로 자신을 감추려는 순간 절대적 권위자가 되고 결국 자멸한다. 지식은 정정당당한 솔직함의 수단이지 거짓과 위선, 타락의 날개가 되어선 안 된다. 시지프스가 되어서라도 끝끝내 자신을 정수하여야 한다. 자기 감정에 치우친 김용옥의 모습에 나를 절망했다. 비판은 “지식인”으로의 김용옥에서 타당하다. 한국 지성계와 그것을 받아들이는 일반 대중에게 김용옥은 쓰디쓴 자아 반성 거울이 되어야 한다.  

나는 제대로 배울 줄 아는 지식인과 동료가 절실하다. 제발 비판이 아닌 비난을 하지 말자. 스스로에게 당당해지자. 자기 안에서 반어에 급급하지 말자. 이는 내 모습이기도 하다. 나부터 반성해야 한다. 혹여나 이성적이지 못한 판단으로 남을 비난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이성으로의 소통과 비판이 그립다. 학교를 떠나고 나니, 오히려 편안하다. 학교라는 최고의 지성인이 모인 곳을 결코 아니니니. 기득권으로의 지식인, 대중 연예인으로의 지식인, 거짓 위선자로의 지식인, 도올 김용옥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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