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전율을 느끼지 못했지만, 야릿한 감흥이 지속된다. 새들은 “왜” 페루에 가서 죽는가. 모든 것은 “정말” 이유가 있는 것인가. 설명되지 못하는 것은 소리없이 죽어가야 하는가.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었어야 하는가. 이유를 묻지 않고 받아들여야 하는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불현듯 악몽이 떠오른다. 소년의 죽음을 목격했던 악몽. 왜, 내가 죽어야 하조? 이별의 이유를 몰랐던 몹쓸 사랑의 열병에 나는 몸서리치게 아팠다. 이름 없는 새의 시체들이 모래밭에 쏟아지듯, 우리의 삶에는 얼마나 많은 무지와 이유 없음이 죽어가고 있을까. 아무리 과학이 발전하고 언어를 계발해도 나와 너 사이의 태평양 같은, 내식대로면 레테의 강이 파도치고 있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이유를 알고 싶은 끝없는 호기심. 타인에게서라도 구하고자 하는 내 존재의 의문이 결국 삶을 지탱하는 유일한 벽이다. 그래, 벽. 창없는 쓸쓸한 벽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살아간다. 이유 없이 떠도는 공기를 들어마시며. 죽음이라는 생의 마지막을 담지하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