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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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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랑해야만 한다.> 마지막 이 말을 위해 소설을 시작되었다. 탄식하고 감복했다. 생을 사랑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기 앞에 놓은 생을 “있는 그대로 열과 성을 다해 살아내는 것이다. 고통의 우물을 빠져나온 후에도 다시 사랑하겠노라고 다짐하는 메아리다. 소년의 용기와 당돌함, 고유의 특별함에 놀랐다. 현실은 마구잡이로 주어졌지만 생에 대한 비열함이나 굴욕감 없이 보이는 대로 겪어나갔다. 하물며 생의 무너짐도 사랑이었으니. 마지못해 쏟아지는 탄식이 가증스러웠다. 따뜻한 차를 사이에 둔 나지막한 대화가 위로의 전부였다. 삶은 테이블을 사이에 둔 두 개의 의자처럼 다른 위치에, 다른 크기로 존재했다. 막막한 허무나 부정을 사치스러웠다. 차라리 살아가지 말 것을, 그랬다면 실컷 슬퍼할 수 있을 텐데. 슬픔마저 가로막는 생을 향한 사랑에 나는 무릎 굽혔다. 살아내야 한다. 기필코 <사랑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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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틈새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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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가는 자신과 작품을 동일시하지 말아 달라 부탁했지만, 미안하게도 어쩔 수 없었다. 아니, 편한 독해 방식이었다. 오히려 완곡한 거절이 더욱 진실 돼 보였다. 매번 빙 둘러 비유적으로 자신의 심경을 대변하는 작가의 글쓰기 특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권여선이라는 작가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처녀작으로 완성도는 높지 않지만, 기존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던 작가의 처녀작으로는 만족스러웠다. 그 알 수 없는 불균일한 틈새를 오롯이 엿보았다. 그나마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작가에게 축복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이겨내야 한다. 자기애적 글쓰기를 강행하면서 작가는 이 땅에서 버텨나가야 한다. 그만으로도 충분히 고맙다. 그렇게 문학을 영위할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러니 괜찮다. 우리 모두, 서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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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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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짧고 간결하다. 중산층 소시민의 균열을 대변한다. 일상에 침투하는 낯선 사건으로 시작된 인물들의 변화에 주목한다. 인간 내면의 밑바닥을 가볍게 ‘툭’치고 뛰어오른다. 예민하게 집착하거나 그려 보이지 않는다. 변화의 언저리가 나타나는 일상의 모습을 심도 있게 관찰한다. 나를 관찰당하는 것 같다. “단편소설” 같은 뛰어난 단편 걸작들이다. 차분한 어투와 달리 심장을 녹아내리듯 따갑다. 평범한 일상에 불쑥, 솟아오르는 붕괴의 지점을 가벼운 낚싯줄로 낚아채는 것 같다. 그의 작품이 오래 살아남는 이유를 알겠다. 처절하게 울부짖지 않고 에너지의 과잉도 없지만, 차분한 자세에서 비뚤어진 넥타이를 주시하는 그의 눈동자가 지금도 어딘가에 숨어 있는 듯하다. 단편의 매력을 간만에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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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다 현대문학 테마 소설집 1
하성란.권여선.윤성희.편혜영.김애란 외 지음 / 강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은희경의 추천글은 진심일까. 오르한 파묵의 이스탄불처럼 소설집에 실린 서울은 의미를 가지는가, 혹은 의미있다 생각한 걸까. 추천글을 쓸 때 은희경의 고민이 궁금하다. ‘서울’에 대한, ‘서울’을 위한 소설 모움집이라기엔 한계가 뚜렷했다. 작가들은 ‘도시’ 이미지를 주축으로 글을 썼다. ‘서울’이 ‘도시’를 대표하는 이미지라고 해도, 서울 그만의 의미와 정체성을 찾는 노력이 부족했다. 여러 여류작가들의 소설을 한데 읽어 볼 수 있다는 기쁨만은 재미났다. 김인숙, 김숨, 권여선의 글이 가장 돋보였다. 독특한 개성들이 맛있었다. 김애란의 한계를 만났다. 관찰의 소설만으로 독자에게 깊이 있는 감동을 전하기 어렵다. 장편소설은 힘들 것이다. 서울이 아닌 다른 지방도시, 군소마을 등을 소재로 이런 소설집을 내면 매우 좋을 것 같다. 서울을 선택한 건 박음질이 뚜렷한 바느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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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 제6회 채만식문학상, 제10회 무영문학상 수상작
전성태 지음 / 창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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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여편의 단편소설들보다 ‘작가의 말’에서 짧고 간결한 절규가 더 인상깊다. “나는 끝까지 글을 쓸 것이다.” 작가 자신의 다짐은 진솔했다. 그는 끝까지(반드시라는 말보다 더 지독하게) 글을 쓰고 말리라! 쉬이 지워지지 않는 포부다. 미래를 향해있는 다짐이, 아무런 수식 없는 이 문장이 그토록 강렬한 건, 단편들에서 보여준 그의 넓은 스펙트럼과 독특한 완성도 때문이다. 소재의 단편성을 잊게 만드는 주제와 고민의 치열함은 무엇보다 작가를 닮았다. 그러니 그는 반드시(!) 글을 쓰고 말리라는 기대가 어렴풋이 전해진다. 그리고 작가의 말에서 그의 결심을 눈으로 확인한 순간 무릎을 치게 된다. 그렇지, 그는 글을 쓰고야 마는 작가인 게야,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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