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어낚시통신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199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한때 윤대녕을 많이 좋아했다. 그의 소설에서 허무함을 읽고 함께 울었다. 하지만 등단작인 초기 작품을 읽지 않았다. 하필 최쌤이 이 책을 빌려주셨다. 이유는 없단다. (그럴 리가) 내가 변하긴 한 거 같다. 예전처럼 감동이 없다. 허무함은 감정이다. 이 사회를 이겨 나가는 발판은 되지 못한다. 나를 채워주지 못했다. 어쩜 초기작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약간은 서툴테니깐.  

남성 화자의 입장에서 여자를 그리는 부분도 별로였다. 여자는 결코 허무함에 무기력하거나 남자를 서글프게 만다는 존재가 아니다. 약한 감정이 이젠, 재미없다. 현실과 뚜렷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진짜 서사가 좋다. 과학이라도 말이다. 20대 초반의 아찔한 자기 소멸적 감정들이 사그라졌음이 기쁘다. 성숙한 거 같다. 비록 과거의 순진함이나 눈물을 잃었을지라도 지금에 만족한다. 변해도 되니깐. 잃어버린 시간(과거)을 기억하면 충분하다. 나이에 맞게 달라져도 된다. 적어도 그 때를 경험했다면. 앞으로 뒤에 올 후배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방향을 알려줄 수 있을 테니깐. 현재를 기뻐한다.  

허무함은 더 이상 세상을 살아가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윤대녕의 한계가 이 지점이다. 그는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한다. 새로운 미래가 필요하다. 소설은 “서사 장르”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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