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뮤직에서 가끔 같은 곡 여러 연주자버전으로 듣기를 하다 알게된 피아니스트였다. 도서관에서 그의 인터뷰집을 보고 궁금해져 보게되었는데 의외로 너무 좋았다. 이렇게 위대한 음악가인데 희안하게도 나와 유사한 점이 많아서 더 가깝게 느껴졌을까 그녀가 언급한 동료 음악가들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고 그녀의 생각과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앞으로 내가 살아내야할 앞 길을 보여준 것 같아 든든하고 위로가 되었다. 그녀가 늘 좋아하고 때론 눈물이 난다는 슈만의 어린이정경을 다시 찾아 들어보았다. 다른 연주와 구별되는 특별함이 있었다 음 하나하나 그 사이에 불어넣어진 그녀만의 공간들이 숨을 쉬듯 녹아 있었다. 덕분에 좀 더 집중해 하나하나 연주자들을 떠 올리며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AI가 더욱 고도화되어가고 있는 지금 AGI,ASI가 곧 도래할 것이 명백하니 그때가서 우리 머리 꼭대기에 앉은 인공지능으로 골머리를 앓기 전에 인공지능을 우리와 같은 인격체로 존중하며 공존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 주도의 규제를 잘 만들어가야한다는 저자의 주장이다. 결말이 좀 내 기대에 미치진 못했지만 그 앞에 이끌어온 이야기들은 가독성 있게 독자를 배려한 친절한 설명이 돋보였다. 이 분 아마도 강의도 매우 잘 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건조하고 덤덤하게 써 내려가는 일상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그게 다가 아님을 전작을 통해 이미 간파한 바가 있어 더 집중해 평범한 그 글들을 대하게 되었던 것 같다. 전작도 짧았지만 이번 작품들은 더 짧은 단편이라 상황전개가 더 빠르긴했지만 여전히 결말에 작가의 단단한 한방이 있는 공통점이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책은 남과녀, 아니 여와 남에 대한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었던 것 같다. 앞의 두 편의 여성은 상대 남자와 대립각을 세우고 꿋꿋한 여성으로서의 모습이라 보고 페미니즘적 소설이라 할 지도 모르지만 난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등장인물의 성을 뒤바꾸어 썼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똑같이 읽힐 것 같아서이다. 그런데 현실세계에서 더 많이 있음직한 건 역시 소설의 구성대로이니 여성혐오, 비하의 의미가 미묘하게 담겨 읽는 여성들로하여금 기분나쁜 공감을 이끌어 낼 것 같긴하다. 마지막 소설의 여자는 자신이 상상했던 지옥을 스스로 선택해 맛보게 되는 비판적인면이라 볼 수 있을까..하지만 결혼생활 내내 가족을 보살피기만 해서 정말 하루정도 반대로 보살핌을 받아보는 체험에 빠졌다가 그만 지옥을 맛보게 된 것이라 가혹한가 싶기도 하다. 적나라하게 대놓고 나쁜놈의 덫에 걸린 것이지만 본래 일정대로 자연스레 좋은 이별 후에 가정으로 복귀했더라도 그 이후의 삶이 예전같지는 않을 것 같아. 이래저래 지옥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완전 계몽소설인데^^마지막 소설 인상깊은 구절이 있었는데여자가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된 것을 깨닫고 완전히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된 순간! 머릿속으로 떠 오르는 것이 남편과 아이들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우리들이 갖게 되는 통념으로 소설의 평소 현숙한 아내이자 엄마였던 그녀에게 기대하는 것이 우리사회가 여성에게 강제한 환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인간이라면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 자신의 안위나 처지에 몰두해 빠져나올 생각이 우선이어야 하지 하고 말이다.
마지막 주인공의 결심에 이르는 빌드업 방식이 세련되었다. 책을 읽기 전엔 전혀 알지 못했던 율리아누스에 대한 단편적인 서사가 산만하여 계속해서 읽어나가기가 힘이 들었다. 나의 무지가 한탄스러워질때 즈음 어느새 공통된 패턴처럼 작가의 중심생각이 엘리자베스 핀치라는 주인공의 스승과 주인공 나를 관통하며 닐을 성장시키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독자도 엘리자베스의 역사관과 철학에 대해 생각해 보게된다. 단일화된 주류인 것을 경계하고 다양하고 이성적이고, 요즘엔 피씨하다며 조롱받긴 하지만 보다 조화롭고 균형잡힌 올바름을 고민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에게서 배우고 학창시절 친구들을 다시 만나면서 소설에선 반전이지만 당사자의 측면에선 그런면이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게 교묘히 마무리 한 점이 매우 이 작가의 탁월함이라 생각된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와 비교를 하다보니 매우 비슷한 구조인데도 뻔하거나 재탕같은 느낌이 없다. 그런데 남자주인공의 눈치없음은 똑같아서 웃음이 난다. 엘리자베스 핀치가 작가의 실제 모델인 두 여성에서 만들어졌다고 했지만 영리하고 세련된 소설의 구성을 보면 줄리언 반스 자신의 모습일 것 같다. 물론 교활한 배교자 율리아누스도 마찬가지이다.
체험 삶의 현장에 나올 법한 일들을 하며 쓴 르포문학이었다. 우연히 동아리 회의록을 써 오던 것에서 노동현장의 기록을 작성하게되기까지 책의 맨 마지막에 조금 나오는 작가의 이야기가 제일 맘에 드는 책이었다. 예전에 노동운동을 위해 공장에 위장취업을 하던 대학생들을 떠올리게 되는 면이 있다. 보다 노동문제를 깊고 자세히 다루었다면 요즘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거침없는 비유와 개그 욕심 가득한 에피소드와 문장들이 젊은 청년 작가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많이 봐도 30대 후반의 남자일 거라 생각했던 나는 그가 내 또래의 장년층인데에 놀랐다. 젊은 감각으로 개성있는 그의 글이 대중적으로 관심을 받을 것 같긴한데 좀 더 나아가 진지한 사회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