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은 시간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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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하고 덤덤하게 써 내려가는 일상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그게 다가 아님을 전작을 통해 이미 간파한 바가 있어 더 집중해 평범한 그 글들을 대하게 되었던 것 같다. 전작도 짧았지만 이번 작품들은 더 짧은 단편이라 상황전개가 더 빠르긴했지만 여전히 결말에 작가의 단단한 한방이 있는 공통점이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책은 남과녀, 아니 여와 남에 대한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었던 것 같다. 앞의 두 편의 여성은 상대 남자와 대립각을 세우고 꿋꿋한 여성으로서의 모습이라 보고 페미니즘적 소설이라 할 지도 모르지만 난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등장인물의 성을 뒤바꾸어 썼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똑같이 읽힐 것 같아서이다. 그런데 현실세계에서 더 많이 있음직한 건 역시 소설의 구성대로이니 여성혐오, 비하의 의미가 미묘하게 담겨 읽는 여성들로하여금 기분나쁜 공감을 이끌어 낼 것 같긴하다.
마지막 소설의 여자는 자신이 상상했던 지옥을 스스로 선택해 맛보게 되는 비판적인면이라 볼 수 있을까..
하지만 결혼생활 내내 가족을 보살피기만 해서 정말 하루정도 반대로 보살핌을 받아보는 체험에 빠졌다가 그만 지옥을 맛보게 된 것이라 가혹한가 싶기도 하다.
적나라하게 대놓고 나쁜놈의 덫에 걸린 것이지만 본래 일정대로 자연스레 좋은 이별 후에 가정으로 복귀했더라도 그 이후의 삶이 예전같지는 않을 것 같아. 이래저래 지옥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완전 계몽소설인데^^
마지막 소설 인상깊은 구절이 있었는데
여자가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된 것을 깨닫고 완전히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된 순간! 머릿속으로 떠 오르는 것이 남편과 아이들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우리들이 갖게 되는 통념으로 소설의 평소 현숙한 아내이자 엄마였던 그녀에게 기대하는 것이 우리사회가 여성에게 강제한 환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인간이라면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 자신의 안위나 처지에 몰두해 빠져나올 생각이 우선이어야 하지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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