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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 1 - 바이러스 ㅣ 밀리언셀러 클럽 70
스티븐 킹 지음, 조재형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0월
평점 :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들의 상태가 똑 같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었다. 일부 감염자는 증상이 한 단계씩 순차적으로 나타나고, 어느 감염자는 여러 단계를 한 번에 뛰어넘기도 하고 비교적 오래 머물기도 한다. 감염자의 증상은 천방지축, 다양한 형태의 증상을 보인다. 마치 게릴라식으로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변종 바이러스인 것이다. 체계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일정한 법칙과 일관성이 있어야 되는데 그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면 이 해괴망측한 것은 어디로부터 온 것인가? 조금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미국 군대의 ‘프로젝트 블루’라는 비밀실험 중 바이러스가 누출된 것이다. 이것에 감염된 캠피온이라는 군인이 탈출하는 과정에서 주유소를 차로 들이 받고 죽어버린다. 자연스럽게 이 바이러스는 사람과 사람을 통하여 전파되어 인간의 생사를 갈라놓는다. ‘켑틴 트립스’라고 부르는 이 바이러스에 의해 사람이 감염되면,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다양한 형태의 증세를 보이면서 죽음으로 치닫는다.
그렇다고 이 작품에서는 슈퍼바이러스의 아비규환만 다루지 않는다. 평범하게 살아가면서 가족간의 갈등 등이 여러 인물을 통하여 씨줄과 날줄로 연결되어 있다. 십대의 청춘 프레니의 어머니와의 결별, 가수 래리, 소설가가 꿈인 헤럴드 등 2권에서 어떤 방식으로든지 바이러스와 연관지어 계속 진행될 것이다.
30여 년 전에 출간된 소설이지만 현재를 반영하기에는 전혀 손색이 없다. 태안 앞바다에 기름 유출 사고로 난리가 난 지금의 우리나라 상황과 이 소설을 연관 지어 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전자 농산물 등, 인간이 경쟁과 발전 논리만 내세워 인간의 존엄성과 배치되는 과학적 발전을 추구할 때 이 소설은 논픽션이 될 수 도 있다. 무분별한 과학적 발전만 치중하는 인간에게는 문명의 진보가 자승자박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스티븐 킹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우연히 케이블 방송에서 ‘그린 마일’영화를 보고부터이다. 영화를 통하여 알게 된 그의 이 소설을 읽고, 거침없는 글발과 스토리 텔링에 이끌리어 매료되어 눈에 띄는 대로 섭렵하게 되었다.
또한 그의 작품은 내용이 참신하고 개성 있는 소재로 되어있어, 읽는 이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그의 색다른 작품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어 보니, 그의 폭발적인 상상력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약간은 이해가 갔다. ‘유혹하는 글쓰기’에는 자기가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지 자전적으로 밝힌 부분이 있다.
스티븐 킹의 문체는 건조하고 박진감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서정적이고 어린 아이의 순정처럼 여리고 순수하다. 어느 장면에서는 증오와 저주가 몸서리칠 정도도 실감나게 묘사한다. 그러면서 반어적이고 풍자적이어서 읽는 이의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린다. 그의 조롱에 가까운 비틀린 어조는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한층 더 강화시키며 웃음을 자아나게 한다.
다시 본 작품으로 돌아와서, 기침을 하고, 목이 쉬며 경련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당연히 사망자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환자들을 치료하는 마을 의사도 죽고 큰 병원의 의사도 역시 이 괴물을 당해내지 못한다.
지금 시대 같으면 인터넷을 통하여 벌써 논란이 되고 난리가 났을 것이지만, 그 당시의 유일한 몇 안 되는 정보의 통로인 텔레비전은 딴 짓만 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재채기 소리를 들으며 래리는 텔레비전을 켰다. 아침 정보 프로그램에서는 인도에서 일어난 쿠데타 시도, 와이오밍 주에서 일어난 발전소 폭발, 연방대법원은 게이들의 권리와 관련된 중대한 판결을 내릴 예정이라고 전하고 있었다.”(329쪽) 국가와 권력은 이 엄청난 사건을 은폐로 일관한다. 왜 그럴까? 이 난국을 어떻게 돌파해 나갈 것인가? 2권이 기대된다. 무삭제판에 수정판, 그리고 내용 추가의 이 소설을 6권 모두 읽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