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매혈기 - 글을 통해 자신을 단련시킨 한 평론가의 농밀한 고백
김영진 지음 / 마음산책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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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느 한곳에 마음 둘 곳 없는, 불확실성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모든 것이 자고나면 변화하고, 그 흐름 또한 엄청나게 빠르고 기간도 짧아졌다. 이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고 어느 하나에 집중할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인가. 우왕좌왕하며 항상 정신적 긴장과 피로에 찌든 삶을 산다고 무엇 하나 명료해지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는 어느 한 분야에 푹 빠져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반사회적인 것이 아닌 긍정적 중독을 즐기는 것은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그리고 정신적 건강을 이루게 할 것이며, 이것이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데 활력소가 될 것이다.

『평론가 매혈기』의 저자 김영진은 유소년일 때부터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자였다.  안정효의 자전적 소설『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의 주인공처럼 영화 마니아였다. 이런 그의 취미일 수 있었던 영화가 그의 밥벌이의 대상이 되었다. 이것만으로 볼 때, 오직 한 분야에 올인한 김영진은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된다.

 영화에 문외한인 내가 처음으로 스크린 관심을 가져 보려 하였다. 그래서 이 책과 함께 지승호의 인터뷰집인 『영화, 감독을 말하다』를 준비했다. 한 편의 영화를 보고 김영진과 같이, 때로는 알기 쉽게, 혹은 촌철살인의 평론을 펼쳐, 마치 그 영화 한 편을 방금 본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해 보면서 말이다.

내가 아주 가끔 영화를 보면서 일상과 사실의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글에서도 나의 경우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 있어 그 부분을 다시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와 일상을 겹쳐 보게 되면서 영화를 보는 것이 점점 힘이 든다. 촌스럽게도 영화 속에서 아슬아슬한 순간이 묘사돼도 참아내기 어렵다. 영화의 속성을 거부하고 점점 노예처럼 화면 이미지에 굴종해 영화를 따라가는 것이 싫어   진다, 왜 이렇게 참을성 없는 관객이 되어버렸을까 자문해본다.”(30쪽)

이 책은 1부에서는 저자 자신의 영화에 대한 편력을, 2부는 우리나라 영화감독의 인터뷰 관련 이야기를, 3부에서는 외국 영화감독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 되었다.  1.2부는 내가 본 영화나 매스컴에서 알게 된 내용을 다루어 쉽게 공감이 갔으나, 3부에서는 무라카미류를 제외하고는 잘 이해가 안 되었다. ‘대부’나 ‘죽음의 묵시록’도 영화를 접한 지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 했다. 그런데 커츠 대령이 나오는 ‘지옥의 묵시록’이 그렇게 유명한 영화인지 이 글을 읽고 알았다. 도식적인 구성에 별로였던 것으로 생각했는데 말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 언급한 영화를 미쳐 못 보아서 공감하는데 약간은 불편하지만 그런대로 흥미가 있다. 저자의 보통이 아닌 뛰어난 문장력과 막힌데 없는 관련 지식이 우리의 부족함을 충분히 상쇄시키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EBS 교육방송 에서 자주 방영되는 흑백의 고전 명작을 집중해서 보고 싶은 의욕이 생겼다. OCN 같은 케이블 티브이의 반복 상영 영화라도 보고, 김영진 같은 폼을 잡아보고도 싶었다.  이 책은 영화에 대한 나의 무지의 눈을 뜨게 할 것인가? 그러나 동기유발은 된 것은 확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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