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방송에서 매주 화요일 밤 11시에 '뉘른베르크 나치전범재판' 연속물(영국 BBC제작)을 방영하고 있습니다.지난주까지 1화 헤르만 괴링, 제2화 루돌프 헤스 편을 방영했습니다.이 이름만 들어도 알겠지만 재판에 서게 된 나치 피고인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갑니다.완전한 다큐는 아니고 일종의 세미다큐인데, 재판 당시의 동영상을 비교해보면 이 시리즈물에서 괴링이나 헤스역을 한 배우들은 정말 잘 선정했구나 하고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실물과 거의 비슷하니까요.
중간중간 전문가들의 자문해설이 끼어듭니다.우리나라에서도 번역으로 잘 알려진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쟁>의 저자 리처드 오버리도 해설가로 나옵니다.알렉 볼드윈이 주연한 영화 '뉘른베르크 재판'을 본 사람은 미국이 재판을 보는 시각과 영국이 재판을 보는 시각을 비교할 수 있어서 흥미롭습니다.
헤르만 괴링 편에서 재판을 보는 독일의 보통사람들의 정서가 잘 나타난 장면이 나옵니다.재판에서 당당하게 나치를 옹호하는 괴링에게 감탄한 독일인들이 수감 중인 괴링에게 격려편지를 많이 보냅니다.이런 정서는 50년대를 넘어 60년대 초까지 이어집니다.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하인리히 뵐이 "독일인들은 과거를 망각해 버렸다" 고 한탄한 바로 그 시기지요.
말로만 듣던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을 직접 공부하고 싶은 사람에게 권합니다.단, 초보자에겐 등장인물들이 생소하게 느껴집니다.괴링이나 헤스의 이름을 처음 들어본다는 사람들에겐 어렵겠지요.하지만 뉘른베르크 재판에 관심을 둔 사람이라면 몰입하여 볼 수 있습니다.시청률 안 나오기로 소문난 국회방송이나 국정방송이지만 괜찮은 프로그램이 꽤 있는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