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메이지 유신을 단행하고 자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유럽으로 유학갔을 때의 일화를 보면 폴란드의 처지를 들은 일본 청년들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있습니다.그 당시 (19세기 후반)의 폴란드는 러시아의 지배를 받고 폴란드의 독립운동가들은 고문,투옥으로 온갖 서러움을 다 겪고 있었으니까요.퀴리 부인 전기를 봐도 폴란드 학교가 러시아인들의 감시를 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역시 제정러시아 당시 폴란드의 처지를 나타낸 비극입니다.메이지 유신 직후는 아직 일본의 국력이 유럽 강대국에 맞설 정도가 아니었기 때문에 당시 일본의 젊은이들은 혹시 우리도 방심해서 폴란드 처지가 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을 가지고 폴란드를 동정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폴란드는 16세기까지만 해도 유럽의 강대국이었습니다.18세기에 오스트리아 프로이센 러시아라는 3대 강국에게 분할된 후 약소국이 되고 말지요.폴란드가 러시아에 맞서던 시절을 배경으로 한 소설들을 소개합니다.
고골리 <대장 불리바>---이 소설은 어린이 청소년용이라고 무시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게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이 소설의 배경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폴란드가 맞서던 시절인 15세기였고 우크라이나 러시아 폴란드의 삼각관계는 이후 외교사에서도 온갖 파란만장한 이야기거리를 제공해줍니다.당연히 고골리는 러시아 까자흐 부대의 시각에서 이 시대를 살핍니다.연약하고 섬세한 이야기에 싫증이 난다면 사나이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박력있는 장면이 살아있는 이 소설이 마음에 와 닿을 것입니다.적장의 딸인 폴란드 아가씨를 사랑하는 불리바의 아들...폴란드군에게 잡혀 산 채로 화형당하는 아들을 바라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불리바...소설 읽는 감동을 맛보게 해주는 장면도 많습니다.
이사크 바벨 <기병대>---바벨이 이름을 떨치게 된 계기가 된 단편집.배경은 1920년의 폴란드-소비에트 전쟁. 1917년 제정러시아를 무너뜨린 볼셰비키 정권은 러시아 내 반공저항세력과 이를 지원하는 미국 유럽 제국 및 일본에 맞서 전쟁을 치르느라 기진맥진한 채 1920년을 맞이합니다.당시 1차대전 종전 결과 독립한 폴란드는 민족주의자인 피우스드스키 장군(지금도 폴란드의 영웅으로 숭배받고 있음)이 집권하고 있었는데 그는 대담하게 신생 소비에트(아직 정식으로 소비에트 연방이 설립되기 전)와 일전을 겨루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침입해 키에프를 점령...바벨은 소비에트의 브존니 장군을 따라 특파원으로 이 전쟁을 취재한 경험을 소설로 옮깁니다.전쟁은 1921년 리가조약으로 끝나지만 전투 중에는 양국 민족주의의 정면충돌로 온갖 잔악한 일이 많이 벌어졌습니다.흥미로운 것은 이 당시 제정러시아에 충성하던 반공성향의 장군들이 폴란드에겐 점령당할 수 없다며 신생 소비에트를 위해 많이 참전했다는 점.
***1920년의 폴란드-소비에트 전쟁 역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양국의 이해관계를 잘 보여준 전쟁.이 전쟁 당시 유럽 강대국들의 눈치작전을 자세히 알아보려면 아이작 도이처<트로츠키 전기>제 1권 13장을 읽으면 됩니다.아이작 도이처는 에드워드 카의 친구로 러시아 혁명사 분야에서 명저를 많이 냈습니다.
***지난 6월 12일 유로 2012 축구대회가 열리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러시아 응원단들이 시가행진을 하다가 폴란드인들에게 구타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폴란드와 러시아의 갈등을 제대로 알려면 우크라이나(우크라이나는 러시아는 물론 폴란드와도 사이가 안 좋은 역사가 있음)의 역사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위에 소개한 책들은 우크라이나와의 관계도 언급이 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