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이라는 단어는 이제 점점 없어져가고 있습니다.동물이라고 하면 무슨 동물인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습니다.간단히 말해서 범은 호랑이입니다.예전에는 호랑이 사냥을 범 사냥이라고도 했습니다.그런데 호랑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훨씬 무시무시하고 맹수답다고 해서, 호랑이 호랑이 하다 보니 범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게 된 것 같습니다.
"호랑이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만, "산에 가야 범을 잡지"라는 속담도 있습니다.좀 오래된 선전문구에 "산에 가야 범을 잡고 먹어봐야 맛을 알지"라는 것이 있었지요.이런 속담을 본다면 아직은 범이라는 단어가 숨 쉴 틈이 조금은 있나 봅니다.
범이라는 단어가 아직 사용되는 단어 중 표범이 있습니다.이와 비교해서 오래 전에는 호랑이를 칡범이라고 했습니다.표범은 점무늬를 가졌으니 표범이라 하는데 칡범은 또 뭔고 하는 사람들이 있겠죠.호랑이 무늬는 줄무늬인데 이게 칡덩굴 같다고 해서 그런 단어가 생긴 것입니다.또 우리나라 소 중에 누렁소 말고 칡소라는 것이 있습니다.요즘은 보기 드문데 색깔이 좀 진하고 호랑이 같은 무늬가 있는 소입니다.무늬 덕에 칡소라고 하지요.그런데 호랑이 무늬가 있는 개는 칡개라고 하지 않고 재구라고 합니다.털빛이 잿빛(회색빛)이기 때문입니다.
원숭이띠를 잔나비띠라고 하듯이 호랑이띠를 범띠라고도 합니다.약 40년 전에 '범띠 가시내"라는 노래가 있었습니다.미녀가수 양미란이 불렀는데 이때의 가시내는 1950년생을 가리킵니다.이젠 환갑이 넘은 여인들이죠."사내 마음 울리는 범띠 가시내 운운" 하는 가사가 재미있었습니다.이 분들이 한때 미니스커트와 판탈롱을 입고 다녀서 당시 노인들이 혀를 끌끌 차게 만들었죠."저것이 옷이냐 뭣이냐..." 하면서 세상 한탄을 한 노인들이 많았답니다.
예전에 인도네시아에서 온 노동자들을 버스 안에서 우연히 만나 이것 저것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내가 수마트라 호랑이 이야기를 했더니 수마트라 출신 아저씨가 신이 나서 고향자랑을 합니다.타국에서 자기 고향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으니 반가웠겠죠.한때 인도네시아는 호랑이가 많았지만 발리섬과 자바섬의 호랑이는 이제 멸종되고 수마트라 호랑이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인도네시아 뿐이 아니고 모든 호랑이들이 몇 십년 후엔 없어진다고 하니 우울한 소식입니다.
***어떤 사람이 아프리카에도 호랑이가 사는 것을 방송에서 봤다고 우기던데 오해입니다.남아프리카 공화국 같은 곳에서는 연구와 번식을 위해 넓은 들판에 맹수를 풀어서 키우는데 호랑이들도 키웁니다.하지만 그건 야생의 호랑이가 아니고 아시아에서 데려온 것입니다.야생의 호랑이는 아시아에서만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