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탐구 시간의 고교생들은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개인의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사회문제를 은폐하는 시도입니다.중요한 것은 사회구조적 모순이죠." 이런 발언은 대학생 토론회에서 대학생들에게서도 자주 나옵니다.이런 발언의 뿌리엔 일종의 속류 사회학이라고나 할 그런 사고방식이 자리잡고 있습니다.거기서 더 나아가 개인의 성격이나 심리를 파고 드는 심리학의 분파, 생물학적 심리학을 거부하는 정서도 있습니다. 개인을 강조하면 보수적이고, 사회구조를 강조하면 진보적이라는 오해까지 생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에 대해서 에드워드 할레트 카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어떤 사람들은 개인의 과학으로서의 심리학과 사회의 과학으로서의 사회학을 구분합니다.그리고 모든 사회문제는 궁극적으로 개인적 행동의 분석으로 환원할 수 있다는 견해는 심리학주의라고 부르게 됩니다.그러나 개인의 사회적 환경을 연구할 줄 모르는 심리학자는 대단한 일은 하지 못할 것입니다" 카는 여기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탈코트  파슨즈의 주장을 인용합니다.파슨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움직이는 사회체제 속의 한 단위로 개인을 다루지 않고, 우선 구체적인 인간이 있고 그 다음에 사회체제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으로 다루었다.따라서 그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범주가 독특한 의미에서 추상적임을 잘 파악하지 못했다___ 

   정치학 행정학 사회학 교육학의 개론 정도를 학습한 사람이라면 탈코트 파슨즈의 이름이라도 들어보지 않은 이가 없을 것입니다.그만큼 그의 이론은 특정학문분과를 넘어 광범위한 영향을 끼쳤지요.좀더 자세히 아는 사람들은 파슨즈의 구조기능주의가 보수적인 이론임을 기억할 것입니다.파슨즈의 사회화과정에 관한 설명이 결국은 기존사회체제의 규범을 익히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니 보수적인 이데올로기를 선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지요.사회구조를 강조하는 것은 진보적인 정서에서 나온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음을 파슨즈에게서 알 수 있습니다.

   프로이트에 대한 파슨즈의 태도도 주목할 만합니다.카가 인용한 파슨즈의 발언으로 봐서는 파슨즈는 프로이트를 철저히 거부할 것 같습니다.하지만 프로이트의 지나친 심리학주의를 거부할 뿐 파슨즈는 프로이트의 이론을 많이 수용해서 그의 보수적인 사회화 과정론을 다져 나갑니다.하기는 프로이트가 현대사상에 끼친 영향이 워낙 깊고 넓으니 파슨즈 같은 자세를 취한 학자가 한둘이 아니지요. 

  개인이냐 사회냐 하는 문제를 다룰 때는 두 가지를 경계해야 합니다.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개인을 강조하면 보수적이고, 사회를 강조하면 진보적이라는 오해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입니다.또 하나는 심리학주의에 대한 거부를 한다면서 개인의 자율성을 부정하게 되는 사회구조결정론, 이른바 사회학주의로 떨어지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이 문제는 수많은 학자들을 괴롭힌 난제이니 섣부른 판단은 금물입니다. 

  ***위에서 인용한 카와 파슨즈의 발언은 카의 강연, <역사란 무엇인가> 제 2장 '사회와 개인'에 나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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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1-11-06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꽤 흥미롭게 읽었던 책인데... 대입 논술문제에서 단골메뉴로 나오는 책이기도 하죠.

개인이냐 사회냐 하는 문제 - 예전에 제가 개인이 환경의 지배를 받느냐, 아니면 개인이 환경을 지배해서 환경을 변화시키느냐, 로 글을 쓴 일이 생각나네요. 잘 읽고 가염.

노이에자이트 2011-11-06 14:53   좋아요 0 | URL
다른 책을 읽고 나서 그 책을 도로 읽어보기를 꽤 여러번인데 읽을수록 카의 실력이 빛나는 책이죠.

개인이냐 사회냐 문제는 워낙 쟁점이 부딪히니까 그 문제를 다룬 책만 해도 저는 꽤 여러 권을 가지고 있네요.

yamoo 2011-11-06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2번이나 읽었는데, 소개해 주신 부분을 첨보는 것인것마냥 보고 있었습니다..--;;

카의 책을 읽다보면 그의 박식함에 혀를 내두르곤합니다. 영국 석학들은 한 교양 하는 것 같더라구요..ㅎ

노이에자이트 2011-11-07 16:08   좋아요 0 | URL
그 책은 인문사회 쪽의 모든 쟁점을 다 다루고 있기 때문에 생각날 때마다 틈틈이 보면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듭니다.

카가 쓴 다른 책도 그 해박함에 놀라게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