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우리나라 방송화면에 자막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처음엔 어색하고 어지러운 기분마저 들었고 게다가 맞춤법도 엄청나게 오류가 많아 지겹기까지 했습니다.하지만 요즘은 케이블 방송에서 가끔 나오는 어이없는 맞춤법을 제외하고 지상파는 비교적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자막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다르다와 틀리다를 정확히 구분하는 것입니다.연예인이건 비연예인이건 다르다를 틀리다로 말하면 자막에는 다르다로 고쳐서 나옵니다.아무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 두 표현을 가려쓰지 못하는 사람이 많지요. 틀리다를 다르다로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다르다고 해야 할 때 틀리다로 말하는 사람이 많지요. 똑똑한 것으로 알려진 김구라 씨도 이 두 표현을 가려쓰지 못합니다.가수 중엔 신지 씨가 정확히 가려서 쓸 줄 압니다.어나운서들은 역시 직업이 직업인지라 정확히 다르다 틀리다를 가려 쓸 줄 압니다. 

   너무 감사해요.너무 잘 봤어요.너무...너무를 너무 많이 쓰는 것은 너무하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습니다만 언젠가 우리나라에서 '정말', '아주'는 없어져 버리고 '너무'만 남았습니다. 표현의 획일화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지요.그래서 요즘 출연자들이 너무 운운 하면 자막에는 '정말'로 바꿔 나옵니다.'너무'라는 의미엔 지나치다 과도하다는 뜻이 있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음식을 먹거리로 하느냐 먹을 거리로 하느냐 한동안 경합하더니 결국 먹을 거리로 정리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요즘 어나운서도 그렇고 먹거리라고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일제잔재니 뭐니 해서 일본냄새 나는 단어들이 사라지고는 있지만 끈질기게 살아남은 것이 빠릿빠릿입니다. 이 표현은 아무래도 일본어라는 생각이 안 드니 아직껏 쓰이고 있는 듯합니다.사실 어나운서들도 이 표현을 쓰던데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도 이 표현이 일본어인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이 표현이 사실상 우리말 표현으로 자리잡을지 아니면 일본어 잔재라는 낙인이 찍혀 퇴출될지 관심이 가더군요.

   늘 내가 당부하는 말이지만 대화 중 상대방이  잘못된 표현을 쓴다 해도 정색하면서 교정하려고 하지마세요.가르치려드는 사람은 비호감 1순위 아닙니까...지혜롭게 지적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른다면 그냥 웃으면서 넘어가십시오. 괜히 아는 척하다가 공공의 적 되는 사람들 많이 봤습니다.바께쓰가 일본발음이라 하여 굳이 버킷이라고 발음하는 사람도 봤는데 별로 주변에서 안 좋아 하더라구요. 방송에서도 곧 빠릿빠릿이 다른 표현으로 대체될 것입니다.뭐 어때요. 너그럽고 여유있게 기다려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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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2-13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먹거리 ' 라는 표현 사용에 대한 사실은 처음 알게 되었네요. ' 너무 감사해요 '
라는 표현은 올바르지 못한다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막상 일상 생활의 대화에서는 저 자신도 모르게 자주 사용하고 있는거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11-02-13 16:12   좋아요 0 | URL
결국은 먹을거리로 정리가 되었지요.'너무'는 어나운서들도 많이 쓰는데 자막쓰는 사람들은 이 표현을 남용하지 말자는 합의가 나름대로 되어 있는 듯합니다.

흑해 2011-02-14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런가요? 저는 제가 쓰던 대로 쓰고 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 쓰는 표현을 따라가지 않는 편입니다. 그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지만 저는 오히려 그런 것들을 당연시 여기는 태도가 다양성을 인정하는 태도라고 봅니다.

"너무"와 "아주" , "정말"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아도 모두 구별해서 사용합니다. 심지어 저는 "맛있다"를 <마딛따>로 발음하고 있습니다. 이 발음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신다면 "맛없다"를 발음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행동하다 보니 1대 100이 되는 경우가 많지요. 그래도 "효과"는 <효꽈>라고 발음합니다.

黑海 2011-02-14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드팀 님이나 노이에자이트 님과 견해가 다릅니다. 권력은 어디에나 있는 겁니다. 없다가도 생길 수 있고, 언어 자체가 동시에 일종의 권력이기도 한 거죠. 언어 자체가 인식의 감옥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현실 속의 인간들은 물리적으로는 같은 시간이나 공간 속에 살지 몰라도 계급이나 종교, 지역, 연령, 신분, 젠더, 에스니시티의 층위로 구별되어 있습니다. 그런 게 없었던 것은 아니죠. 오히려 그런 것들이 억압되어 왔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가령 민족주의 같은 것들이 모순적으로 작동하면서 사람들의 그런 차이들을 억압해 온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인습이 따로 있고 이데올로기가 따로 있는 것처럼 여기시지만 그 인습이라는 것이 이데올로기의 작동효과 아닌가요? 전 오히려 그런 인습들보다 이데올로기가 더 막강하다고 봅니다. 자꾸 이데올로기를 맑스주의 같은 것으로만 한정해서 사용하니까 그런 결론이 나오는 게 아닐까요?

가령 동질적인 노동자 계급의식이라는 게 있나요? 그런 게 있었던 적은 있었나요? 혹시 역사책에만 그렇게 적혀 있는 것은 아닐까요?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사무직은 자신들이 동질적인 노동자 계급이라고 생각하나요?

종교가 다르다고 가차없이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한국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인가요? 같은 여성이라도 같은 계급이어도 같은 지역 출신이고 같은 나이라도 얼마든지 일어나는 일이 아닌가요?

권력이 <지배와 종속>으로 이루어져 있고 "지배"는 <강제와 설득>, "종속"은 <협력과 저항>을 그 구성요소로 삼고 있다고 본다면 노이에자이트 님처럼 권력을 <강제>로만 이해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흑해 2011-02-14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리고 드팀 님과 저는 민주주의에 대한 견해가 다릅니다. 저는 민주주의라는 것을 "행위"라고 이해합니다. 그리고 정치를 "권력관계"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서로가 주인 또는 주체가 되는 <행위>라고 보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지배하지 않는 관계가 민주주의라고 보는 거죠.

따라서 저는 <정치의 민주화>와 <생활의 민주화>를 구별할 필요가 없는 거죠.

정치는 두 사람만 있어도 존재하는 거죠. 정치와 민주주의는 어디에나 있는 겁니다.

그런 인식 자체가 제도화된 엘리트 정치를 "민주주의"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요?


스트레인지러브 2011-02-14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빠릿빠릿이 일본어에서 난 단어였군요. 전혀 인식하지 못했는데.
어쨌든 저도 괜히 아는 척 하지 않는 방법으로 의사소통할 방법을 찾아봐야겠네요..(먼산)

노이에자이트 2011-02-14 20:45   좋아요 0 | URL
빠릿빠릿이 그냥 우리말로 정착할지 퇴출될지 지켜보고 있습니다.억지로는 안되지요. 만약 그대로 많이 쓰인다면 굳이 없애야 한다고 핏대 세울 필요는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