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자기를 못살게 구는 직장상사 때문에 속이 상할 대로  상한 한 남자가 집에 들어와서, 마치 대단한 결심을 한 듯 아내에게 이야기합니다. "그 개 십칠 더하기 일할 놈! 여보. 혹시 내가 죽더라도 그 자식 조의금은 받지 마! 그 더러운 자식! 운운...". 대놓고 항의할 용기는 없으니 이런 식으로라도 복수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지만...글쎄요.그래가지고 과연 바뀌는 게 있을까요.그 소심한 남자가 생각하는 자신의 장례식 풍경은 무엇일까요. 

   자신의 장례식에 온 그 못된 상사... 엉엉엉 울면서 평소에 못되게 굴었던 잘못을 뉘우칩니다.내가 정말 죽일 놈이야...정말 잘못했어...용서해줘... 그러면서 "제 사죄의 뜻입니다..."하면서 조의금 봉투를 내놓는데, 아내는 차갑게 한마디합니다." 우리 남편은  죽더라도 당신 돈은 받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그냥 거둬 주십시오..." 그러자 그 상사라는 인간은 아내에게 하소연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러면 죄책감 때문에 제가 어떻게 삽니까...제발 제 성의를..." 하지만 아내는 두 말하지 않고 "안녕히 가십시오.앞으로는 부하직원들에게 못살게 굴지마시구요..." 하고 말할 뿐입니다.그 상사는 계속 울먹거리면서 " 아이고...제가 잘못했습니다...엉엉엉.." 하고 후회합니다. 

    그 소심한 남자는 이런 광경이 벌어질 거라고 나름대로 생각해 봅니다만...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습니다.오히려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지겠지요... 

   "예전에 자네 밑에서 일하던 모모씨 있지? 그 친구가 얼마전 죽었더군. 그 친구집에나 들르지 않겠나...그래도 한때 자네와 같은 사무실에서 일했는데..." 지인이 해준 말에 이 못돼먹은 상사라는 남자는 "뭐...가만있자...아...그 친구...그런 친구가 있었지...한심한 인간이었지.도대체 제대로 하는 일도 없었고...직장에서 그런 인간은 정말 골칫거리라고...그런데 내가 뭐하러 가나...안 본 지도 한참인데...요즘 돈도 없는데 거기 가서 그런 친구 저승길에 돈을 바치느니 낮에 고기 한 접시 더 사먹겠네..."  하고 어림없다는 듯이 손을 내젓습니다.그리고 집에 와서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서 중얼댑니다." 그런 멍청한 놈이 마누라는 이뻤단 말이야...그 이쁜 여자나 보러 한 번 가볼까...이히히..." 하고 응큼한 미소를 얼굴 가득 짓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변하는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나쁜 놈도 가만히 놔두면 아무 탈없이 오래오래 잘 살고 잘 지냅니다.남의 눈에 눈물 흘리면 내 눈에는 피눈물이 난다는 옛말이 있다지만, 세상에는 남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해야 내 눈엔 눈물이라도 흐른다는 신념으로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그리고 가만히 놔두면 그 나쁜 놈은 더 많은 피해자를 만들면서 남의 피눈물을 양분 삼아 건강하게 살아갑니다.소심하고 나약한 자들이 잘 참아주는 덕에 작은 깡패들이 여기저기서 아무 탈없이 못된 짓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그런 자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나 같은 사람이 악역을 맡으니까 직장이 돌아간다고...착한 척 인심쓰는 놈들이 더 나빠...누군 착한 일 안 하고 싶나..."하는 말을 지겹게 들으면서, 힘없고 소심한 자들은 꾹 참으면서 속으로 중얼 대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유...저 웬수...말이나 못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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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1-16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중간에 죽은 사람에 대해서 뒷담화하는 장면은 얼핏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히의 죽음>이 연상되었어요. 작품 처음에
일리히가 죽고난 뒤에 동료 관리들이 이반 일리히에 대해서 뒷담화하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저도 사실 소심한 성격 축이고,
옆에 없는 사람에 대해서 뒷담화 잘 하는 편인데 이 세상 없는 사람에게는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1-16 15:59   좋아요 0 | URL
오...그러고 보니 갑자기 이반 일리히의 죽음을 다시 읽고 싶군요.살아서 못된 일을 많이 한 사람이라면 죽은 뒤에라도 욕을 먹는 게 괜찮습니다만, 자기가 못살게 군 사람이 죽었는데도 그 사람을 또 욕한다는 것은 참 모진짓이라고 봅니다.

루쉰P 2011-01-18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만히 있으면 변하는 것은 정말 아무 것도 없지요. 그럼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하고 고민을 해 보면 또 막막한 것이 현실입니다. 무서운 것이 그런 거 같아요. 저도 소심하고 나약한 자이죠. ^^ 항상 알면서도 그렇게 살고 있으니 그 답 안 나오는 현실이 더 무서운 것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11-01-20 18:07   좋아요 0 | URL
예.그게 고민입니다.우리 모두 다 나약한 인간이지요.

흑해 2011-01-24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누구나 다 아는 전의경들의 구타 문제를 중심으로 한 번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구타를 신고해도 구타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누가 신고했는지 색출하려고 혈안들이지요.
물론 신고를 하면 적어도 본인은 얻어맞지 않습니다. 구타한 자들이 하이에나처럼 다른 대상을 찾을 뿐이지요. 그리고 신고한 본인은 사실상 배제를 당하죠.

그리고 구타한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닌 경우가 있습니다. 1 대 100이지요. 경찰 직원들이 구타를 조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인간들이 신고한 사람을 귀양 보내듯이 타서대로 보내기도 합니다.

전의경이라는 것 자체가 경찰의 개노릇을 하는 거지요. 없어져야 마땅한 제도이긴 한데 시민을 지키라고 지시하면 지키고 때리라고 지시하면 때리는 경찰들이 싼 맛에 젊은이들을 노예처럼 부려먹고 있죠.

구타를 신고해도 구타 자체는 사라지지가 않아요.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