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란 무엇인가! 신랄하고 냉소가 듬뿍 담긴 표현을 써보자면 안 읽었다고 말하면 창피한 것 같지만 정작 읽지는 않는 책이라고 해야겠지요.하지만 정작 읽으려고 해도 이해하기가 힘들거니와 읽고 있는 사람을 보는 주위 시선도 그다지 우호적이지는 않습니다.만약 청소년이 고전을 읽고 있다면 틀림없이 부모에게 '야! 너 정신이 있는 놈이냐.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뭔 쓸 데 없는 짓을 하고 있어!' 하고 지청구를 먹을 것입니다. 

  한없는 유예의 시대.청소년들은 대학 가서는 네 맘대로 해도 좋으니 지금은 공부할 때라는 말을 들으면서 교과서 문제집 참고서만 달달 외워야 합니다.대학을 가니 역시 하고 싶은 일은 취직한 뒤로 미뤄야 한다면서 수험서적을 붙들고 있습니다.하지만 정규직은 너무 어렵고, 그래서 취업했더니 임시계약직...더 나은 미래를 위해선 아무래도 임용고시라든가 공무원 시험을 봐야겠다면서 또 수험서적에 얼굴을 묻고...이러다 내 인생에 고전이나 명저는 언제 읽지? 합니다. 그러다가 역시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지 못하고 나이 차서 결혼하여 아이 낳고 학부모가 됩니다.어느날 아이가 공부하고 있나...하고 아이 공부방을 몰래 살펴보니 그 아이가 고전을 붙들고 있네. "야! 너 정신이 있는 놈이냐.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뭔 쓸 데 없는 짓을 하고 있어! " 하고 한마디 쏘아 붙입니다.그러다가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네...하고 기억을 더듬으니 바로 우리 부모님이 내게 하신 말씀... 

  나는 운이 좋아 대학을 갔는데, 어느날 대학 도서관 책상에 게오르그 루카치의 대저 <청년 헤겔>번역본 제 2권이 놓여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와! 이런 책을 보는 사람은 누구지? 대단하구나. 남자일까 여자일까...여자라면 절세미인이면 얼마나 멋질까...한번 이야기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그때 헤겔, 청년헤겔운동 그리고 마르크스의 해겔해석 이런 쪽에 관심을 갖고 독학하고 있었으니까요.그러다 강의를 듣고 와보니 책은 없어지고 빈 자리만...지금도 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 싶습니다.

  자...만약에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 주말을 이용해 도서관에서 묵직한 고전을 읽고 있으면 주위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허허. 되게 한가한 모양이구만. 나도 저런 팔자좋은 처지가 되고 싶네 하는 정도의 반응? 하기야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이 돈도 별로 못 벌면서 책만 많이 읽는 사람이라는 말도 있으니 세태 탓을 할 수만도 없습니다.  

   나이를 먹고 얼마만큼 노후대비를 해놓아야 차분히 책 읽을 자격이 생기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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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12-26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핑계를 대자면 항상 한도 끝도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니까요.
새해에는.. 핑계대지 말고 항상 열심히 하는 저를 바란답니다.

노이에님, 연말 좋은 일 가득하세요~

노이에자이트 2010-12-27 16:33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우선 핑계는 합리화와 통하지요.

아직 올해가 많이 남았으니 감사하게 생각합시다.

cyrus 2010-12-26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요즘 사람들 책을 멀리하는 마당에 고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씁쓸하기도 합니다. 오래 전에 쓴 고전에서도 현재도 유용하면서도
정신적인 영양분이 될 수 있는 책이 많은데도 말이죠.

노이에자이트 2010-12-27 16:33   좋아요 0 | URL
그래요.안 읽으니 좋은 책인지 모르고 좋은 책인지 모르니 안 읽고...그렇죠.

쟈니 2010-12-27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일에 쫓기지 않고, 차분히 책을 읽을 시간을 가지는게 꿈입니다.
직장생활을 핑계대는 것일 수도 있지만... 주중에 계속 야근하고, 주말에는 잔업처리하거나 혹은 주중 근무에 지치거나 해서, 두툼한 책에 도전하는게 쉽지 않더군요.. 차분히 책읽을 시간을 어떻게 잘 만들지.. 내년에는 좀더 고민해야겠습니다!
노이에자이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노이에자이트 2010-12-28 16:57   좋아요 0 | URL
생업에 종사하면서 다른 일을 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인생이 모두 고생이지요.

남은 2010년 알차게 보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