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고 방송이고 한국전쟁 특집물을 많이 기획했습니다.KBS TV에서 하는 다큐시리즈가 볼 만하더군요.1990년에 방영한 것에 더 살을 붙인 것이었습니다.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시도였지요.소련군과 중국군으로 참전한 인사들의 증언까지 실었으니까요.제가 책에서 많이 접하던 사람들을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요즘은 이런 프로그램 해설자들은 중공군이라는 단어를 안 쓰고 그냥 중국군이라고 하더군요.하지만 지금도 중공군이라는 단어가 귀에 익어서인지 50대 이하의 세대들도 중공군이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이 상당히 많습니다.국가명칭은 중공에서 중국으로 부르고 있지만 중공군이라는 단어는 쉽게 중국군으로 부르기 힘든 모양입니다.이 방송에서는 중국의 한국전 참전을 침략이라 하지 않고 출병이라고 하더군요. 

   중국군과 교전한 경험이 있는 미군 참전 군인이 중국군의 돌격을 일본의 반자이 공격과 비슷하다고 회고한 장면이 나왔습니다.그런데 번역 자막에는 반자이 공격을 가미카제 공격이라고 해놓았더군요.둘은 다른 것입니다.가미카제 공격은 일본군의 전투기 조종사들이 기체와 함께 적의 함대로 돌진하는 것이고,반자이 공격은 육지전투에서 병사들이 적진을 향해 총검으로 공격하는 것입니다.이때 반자이(만세)! 하면서 함성을 지르고 달려나가기 때문에 반자이 돌격이라는 말이 생긴 것입니다. 

  개전한 지 얼마 안 되어  미군과 북한군의 첫 교전에서 미군부대가 대참패한 뒤에 포로로 잡힌 미군들을 보여주는 북한의 홍보영상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대 아메리카 군인들도 영용한 우리 용사들에겐 상대가 안 되고....운운..."하더군요.대 아메리카라는 단어가 귀에 들어왔습니다.해설자의 목소리와 억양은 요즘 뉴스시간에 가끔 볼 수 있는 조선중앙방송의 아나운서 목소리와 거의 똑같더군요.

  북한군의 총검술 훈련장면이 나오는데 좀 특이한 공격법도 보이더군요.총신을 잡고 야구방망이 휘두르듯 개머리판을 적군에게 휘두르는 공격이었습니다.남한에서는 총검술에서 개머리판으로 가격할 때 그런 식의 타격은 하지 않는데...하지만 실전에서는 개머리판을 휘두를 때 그런 식으로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은 해보았습니다.아무래도 백병전은 자세고 뭐고 이판사판이 되기 쉬우니까요. 

  1990년 원판이라서 그때 증언자들은 이젠 거의 다 고인이 되었지요.한국전 당시 참모총장하던 정일권 씨도 증언하던데 그는 나중에 박정희 정부 때국무총리까지 지내면서 고위인사가 되지요.한국전쟁 때는 아직 나라의 기틀이 잡히기 전이라 참모총장 4명이 모두 30대였습니다.채병덕 장군은 개전한 지 얼마 안 되어 전사하고,이종찬 정일권 백선엽 순이었지요.지금은 백선엽 장군만 생존해 있습니다만 90이 넘었는데 아직도 정정합니다.요즘은 전작권 환수 연기 운동에 나서고 있더군요.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하던 알렉산더 헤이그 씨도 증언자로 나오던데 그는 한국전 당시 10군단 소속 부관으로 참전했습니다.10군단은 맥아더가 인천상륙작전하면서 특별히 편성한 군단입니다.맥아더가 일본의 극동사령부에서 자기 참모장으로 일하던 측근 네드 알몬드를 군단장으로 임명했지요.이때문에 낙동강 전선에서 싸우던 미8군 사령관 월튼 워커 중장과 지휘권 문제로 알력이 있었습니다.전쟁사를 공부하다보면 군대내의 파벌과 관료주의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지난 23일에 용산에 있는 미8군 부대에서 월튼 워커 중장 동상 제막식이 있었더군요.그는 1950년 12월에 교통사고로 서울에서 사망했습니다.낙동강 전투에서 공을 세운 맹장 스타일의 전형적인 군인이지요.패튼도 2차대전 거의 다 끝나갈 무렵 교통사고로 사망했기 때문에 워커와 패튼은 전투지휘방식은 물론 최후까지도 똑같아서 많은 화제가 되었습니다.워커는 맥아더 직계인 알몬드 파벌과는 사이가 안 좋았는데 저승에 가  이 두사람과 만나서 어떻게 따졌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장도영 씨도 증언자로 나오더군요.한국전 당시 6사단장으로 중국군과의 전투에서는 사실상 패장이었지요.6사단은 개전 초기 춘천 전투에서 인민군에게 상당한 타격을 주어 시간을 번 공이 있는 부대인데 그때 사단장은 김종오습니다.휴전 이후 장도영 장군은 한국현대정치사의 한장을 차지하게 됩니다.바로 5.16 정변 때 처음에는 박정희가 아니라 장도영이 지도자였지요.하지만 당시 한국사정을 잘 알고 있던 기자들은 "장도영은 나기브,박정희가 낫세르"라고 했습니다.이집트에서 왕정을 무너뜨린 쿠데타에서 얼굴마담으로 나기브를 내세웠지만 실세는 나세르였다는 일화에서 따온 진단이었지요.결국 장도영은 박정희와 파워게임에 밀려 반혁명죄로 투옥되었고 나중에 미국으로 건너가 정치학 교수로 자리잡습니다.몇 년전 회고록이 나왔지요.아직 생존해 있습니다. 

   이 특집 외에 각 신문에도 한국전 특집이 연재되어 있어서 모아두고 있습니다.경향신문에는 당시 프랑스 기자들의 종군기록을 번역한 시리즈가 얼마전 끝났고 동아일보는 '참전 16개국을 가다' 시리즈를 했더군요.하나하나 귀중한 자료입니다. 

  김장훈 씨,호사카 유지 씨와 함께 독도지키기 운동을 하는 서경덕 씨가 독도 광고판 외에 이번에는 한국전에 참전한 16개국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메시지도 곧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의 광고판에 올린다고 합니다.23일에는 일본의 납북자 단체가 한국의 반공단체와 함께 휴전선 부근에서 북한지역으로 전단지 날리는 행사에 참여했군요.이 행사소식을 알고 나니, 21세기에 북한을 겨냥하여 한일 우익연대가 등장하나,,,하는 우려도 듭니다.월드컵의 열기 속에서도 한쪽에서는 이런 일들이 있었답니다.관심을 가질 만한 움직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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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10-06-25 1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전 낙동강 전투하면 아버님이 떠오릅니다. 요즘 영화도 나왔던데 학도병 출신들의 이야기. 제 아버님이 그 학도병들 군사 기초 훈련을 가르쳤습니다. 사실 나이도 학도병과 2~3살 차이밖에 나지 않았지요. 그 군사 교육후 낙동강 전투에 투입되어 총상을 입으셨죠. 그 영화 저희 아버님이 보시면 어떤 생각을 하실까 문득 궁금해집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6-25 18:56   좋아요 1 | URL
오...정말 아버지께서 지옥같은 전투를 겪으셨군요.영화 '포화 속으로'는 젊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탑과 김혜성이 학도병 역을 맡아서 관객이 상당히 몰리는 것 같습니다.

비로그인 2010-06-27 2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한은 창격술이라고 하더군요. 신병교육 기간 때 조교들이 시범을 보여주었는데 미제 타도라는 구호를 넣어가며 했던 것 같습니다. 총검술 보다 운동량이 많고 보기에도 그럴듯해보여요. 물론 실전은 진흙탕 싸움이 되겠지만요.

노이에자이트 2010-06-27 23:13   좋아요 1 | URL
한국전쟁 무렵과는 북한의 창격술도 많이 달라졌겠지요.창격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