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지식을 얻습니다.지식을 얻는 통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하나는 직접 경험을 통해서이고 또 하나는  책을 통해서입니다.사람이 경험을 통해서 얻는 지식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책을 통한 간접지식을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하지만 직업을 얻고 나서는 아무래도 직업 속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흔히 하는 말로 직업적 사고로 머리가 굳어지는 것이지요.직업에 종사한 지 오래될수록 이런 경향은 심해집니다.그래서 학문적인 지식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적어지게 됩니다.이런 때 자신의 견문을 넓히는 대안은 다른 분야의 직업을 가진 사람,특히 나와 다른 인생을 산 사람의 경험담을 듣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식을 쌓는다고 지혜가 바로 생기지는 않습니다.그것은 직업적 지식이든 학문적 지식이든 마찬가지입니다.지식에서 지혜로 넘어가는 과정은 좀더 성숙한 자세를 요구합니다.바로 낯설고 다른,새로운 것에 대해 수용할 수 있는 자세입니다.독서에서도 늘 자신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성향과 같은 책만 읽게 되면 편협하게 됩니다.늘 자기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만 접하게 되어도 마찬가지 매너리즘과 독선에 빠지게 됩니다. 

  자신과 다른 정치적 성향을 지닌 저자의 책을 읽는 데에도 어느 정도 용기와 함께 열린 마음이 필요합니다.자기와 다른 분야를 경험한 사람을 직접 접하는 데에는 더 말할 나위가 없지요.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경험을 흡수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듣는 자세입니다.남과 대화할 때 내 할말만 하면 상대의 지혜를 들어볼 여지가 없게 됩니다.남의 말을 안 듣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이런 자세는 타인을 멀게 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손해입니다.내가 모르는 세상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경험을 얻는 것에 비례해 사고도 굳어지고 편협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그래서 나이를 많이 먹어도 지혜는 없는 사람들이 많은 것입니다.이런 식으로 나이를 먹는 사람들을 우리는 "나이값은 못한다.어른스럽지 못하다"고 합니다.어른스럽지 못하고 유치하다고 해서 그런 사람들이 어린이나 청소년처럼 순수한 마음이 있느냐 그것도 아닙니다.오래 살았기 때문에 세속적인 약삭빠름은 있지요.간단히 말해서 때는 묻었지만 남들에게 지혜를 가르쳐 줄 수 있는 깊이가 없는 인간입니다.이런 인간들의 특징은 독선이 심하며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진부한 훈계를 늘어놓기를 좋아한다는 점입니다. 

  대학물을 먹은 사람들은 대학에서 얻은 경험만이 대단한 것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하지만 일찍 사회생활을 한 사람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습니다.상급학교를 진학하지 못하고 일찍 직업전선에 뛰어든 사람들은 대학에서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지식을 쌓는 동안에 사회생활하면서 지식을 쌓은 것입니다.물론 그런 지식이 무슨 지식이냐 하고 깎아내린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관행인데 대학물 먹은 사람들 상당수가 처음 보는 사람에게 학번을 묻는 게 있습니다.이 버릇만 고쳐도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내가 모르는 세상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게 됩니다.그런데 학번을 물어봄으로써 "저는 대학을 안 나왔는데요..."하는 답변이 상대방으로부터 나오기 시작하면 그 모임의 분위기는 어색해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가까운 일본이나 중국 같은 나라에서도 이런 기괴한 관행은 없다고 합니다.하기야 신문기자들이 기사로 운동선수를 소개할 때 고졸신인이니 뭐니 하는 단어를 아무 거리낌없이 쓰는 나라이니 더 무엇을 말하겠습니까.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다른 세상과 소통하면 편협한 지식이 넓어지고 지식은 지혜로 꽃피울 것입니다.나이 차이가 나면 우선 형님동생을 따져야 하고 학력과 경제력이 차이가 나도 함께 어울리지 못하니 우리나라 사람들의 친구범위가 한정되는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어른들은 그런 식의 편가르기를 어린이에게도 강요합니다.이래서는 새롭고 다른 세상을 접할 수가 없지요.결국 새로운 것을 배움으로써 지혜를 쌓을 수 있는 길이 좁아지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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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그레이효과 2010-05-13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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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0-05-14 17:0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L.SHIN 2010-05-13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구절절 맞는 말, 마치 내가 말하는 것 같습니다.(웃음)

노이에자이트 2010-05-14 17:09   좋아요 0 | URL
아하...그런가요?

군자란 2010-05-14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저한테 타이르는 말인것 같네요.지식만 있지 지혜가 없는 생활, 문제의식만 있지, 열매가 없는 삶.

노이에자이트 2010-05-14 17:10   좋아요 0 | URL
그렇게 인정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흑해 2010-05-14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말씀입니다. 그런데 지식이라는 것이 사회적으로 생산된다고 봤을 때 지식이라는 것 자체에 이미 편협함이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식 자체가 사회 속에서 '진리의 형식'을 띠고 생산되고 유통되기 때문에 편견이나 편협함과 분리되기 어렵지 않을까요?

노이에자이트 님의 말씀에 동의하긴 하지만 저는 지식의 한계를 잊지 않는 것, 그 지식의 지배효과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지혜가 아닌가 싶습니다. 때로는 지식으로부터 배우지 않는 것이 "지혜"가 아닐까요.

아래에 원어를 사용하는 추세를 비판하셨는데```, 글쎄 어느 쪽 손을 들어줘야 할지? 가령 Witch의 번역어는 '마녀(魔女)'라고 쓰이고 있지만 이것은 간호사나 초등학교 교사들 중에 여성이 많다고 그 직업에 女를 붙이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마녀라고 안 쓰는 건 아닙니다.

말도 안 되는 번역어나 수긍할 수 없는 번역어가 많지 않다면 노이에자이트 님에게 흔쾌히 동의할텐데 안타까운 일입니다. 의미를 전달할 적절한 번역어가 없다면 음차를 하거나 어색하더라도 직역을 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5-14 17:11   좋아요 0 | URL
저는 특히 윗글에서 학력을 중시하는 이들에게 사회생활을 일찍하면서 배운 경험도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지식의 한계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데에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