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를 통칭하여 라틴 아메리카라고 합니다.어떤 이는 이 용어가 식민지 냄새가 난다며 다른 용어로 대체하자고 하기도 합니다만 관행이 쉽게 변하지는 않지요.그런데 요즘 방송을 보면 중남미 스타일 운운하며 이야기하는 연예인 상당수가 이 지역 사람들이 쓰는 언어를 라틴어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라틴 아메리카라서 라틴어를 쓴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건 전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요. 

   한자문화권의 문자가 예전에 한자였듯이 유럽지역의 옛문헌은 라틴어로 되어 있는 게 많습니다.루터가 독일어로 성경을 번역하는 작업을 하기 전에 성경도 라틴어로 되어 있어서 훈련된 성직자가 아니면 성경을 읽고 해석하는 사람이 드물었지요.마치 옛날 우리나라에서 지식인이 아니면 한문서적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는 것과 비슷합니다.라틴어는 유럽이나 북미지역의 학생들에게도 괴로운 과목 중의 하나입니다.그런데 그런 고전어를 지금의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이 구사한다니 뭔가 오해를 단단히 한 것 같습니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공용어로 쓰는 언어는 브라질이 포르투갈어를 쓰는 것을 제외하고는 스페인어입니다(.그 외에 원주민들의 언어가 조금 남아 있지요).지리상의 발견 이후 이 지역이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식민지를 겪은 역사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당연히 현재 이 지역 사람들이 쓰는 언어는 라틴어는 아닙니다.현재 라틴어를 완전히 죽은 언어로 문헌으로만 존재하고 있지요. 

  언어와 민족 중에서 또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아랍민족과 아랍어입니다.보통 아랍어 하면 서남 아시아 통칭 중근동을 떠올립니다.그런데 중근동 나라들 중에서 이란은 아랍민족이 아닙니다.인종분류학 상 이쪽 사람들은 아리안 계에 속하며 언어도 페르샤(이란의 옛이름)어를 씁니다.흔히 이란과 이라크를 함께 부르기 때문에 같은 민족이고 언어도 같은 것을 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터키도 황인종에 속하며 옛 한자문화권에서 말하는 돌궐족이 터키 민족을 가리킵니다.역시 아랍어가 아닌 터키의 고유언어가 있습니다.

  스페인을 여행하다 보면 이슬람 유적지가 많음을 알게 됩니다.특히 알함브라 궁전이 널리 알려져 있지요.이곳을 지배했던 아랍인들을 무어족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아랍민족입니다.그런데 스페인을 지배한 아랍민족은 북아프리카 지역의 아랍민족입니다.북아프리카의 아랍민족들은 스페인 외에 이탈리아 반도까지 팽창했는데 이때 교두보로 삼은 곳이 시칠리아 (영어로는 시실리)입니다.그래서 시칠리아엔 그리스 유적지 외에 이슬람 색이 강한 유적지가 많이 남아 있는 것입니다. 

    얼마전에도 방송에서 전남 광주라고 표기한 것을 봤습니다만 일기예보나 선거구를 표시할 때 광주전남이라고 나와 있다는 것을 주의를 기울이면 알 수 있습니다.이는 광역시를 앞에 표시하는 표기때문입니다.인천이나 부산은 광역시라고 하는데 광주는 전남 광주 혹은 전라도 광주라고 하는 사람이 많은 걸 보니 아직도 광주가 광역시가 아닌줄 아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전철도 다니고 버스 정류장에 버스 도착시간이 얼마 남았는지 표시하는 알림판도 있는데 완전 촌구석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지명도 제대로 모를 정도이니 외국민족이나 언어에 대해 오류가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방송에서 나오는 말 믿지 말고 알아서 공부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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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4-28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라틴어는 로마 멸망이후 중세시기 유럽 각국에서 카톨릭에서 미사용으로만 쓰인 언어로 종교개혁이후 거의 자취를 감춘 언어지요.라틴어는 로마가 지중해를 정복하면서 지중해 전역과 유럽 지역의 상당 부분으로 퍼져나가게 되는데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에스파냐어, 포르투갈어, 루마니아어 등 유럽 각국의 언어가 라틴어의 후손이지요.
하지만 라틴어가 완전 사어는 아니고요 현재 바티칸에서 쓰이는 공용어가 바로 라틴어와 이탈리아어라고 하는군요.

노이에자이트 2010-04-29 00:01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에서도 가톨릭 성직자들은 사용하기도 합니다.영화를 보면 그런 장면이 나오지요.

푸른바다 2010-04-29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철도 다니고 버스 정류장에 버스 도착시간이 얼마 남았는지 표시하는 알림판도 있는데 완전 촌구석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이 대목에서 웃었습니다. 서울 사람들에게는 서울 외에는 다 시골이지요. 서울 사람들 끼리 대화할 때 "시골이라고 하면 제일 흥분하는 게 부산 사람"이라는 농담이 있어요. 농담 속에도 현실을 규정하는 강력한 이데올로기가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이 고향이 광주라고 하면 흔한 반문 중의 하나가 '전라도 광주?'라는 것인데 전라도 광주냐 경기도 광주냐를 묻는 것이지요. 사실 이런 단순한 반문에도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뉘앙스가 뭍어 있습니다. 단순한 농담과 대화의 근저에 깔린 복합적인 이데올로기의 실타래를 푸는 게 중요한 과제일 듯 싶습니다.

서울은 서울 나름 대로 국제적인 도시로 발전해야 하지만 서울외 다른 도시들도 나름의 특색을 갖는 살기좋은 도시로 가꾸어나가야 하는데 국가 현실은 거꾸로 가는 듯해서 안타깝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4-29 15:55   좋아요 0 | URL
"광주가 광역시인줄 모르는 사람들도 많지만 광역시라고 해도 수도권지방 사람들은 서울 뺀 도시는 시골취급하는 사람들이 많아.그런데 전라도 광주라고 하면 산골짜기에서 장작불로 밥해먹는 사람들이 사는 줄 아니까 반드시 광주 광역시라고 해" 제가 서울가는 후배에게 한 이야기예요.

2010-04-29 1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4-30 00:41   좋아요 0 | URL
정말 반가워요! 좋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저도 모르는 것이 많으니 도와주십시오.

2010-04-29 18: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30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흑해 2010-04-30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른바 "지리상의 발견"이나 "유럽의 팽창" 또는 "신대륙의 발견" 등등은 분명히 유럽 중심주의적인 표현입니다. 이 표현이 바뀌는 날은 언제나 올까요?

"유럽의 비유럽 정복"이나 침략이라고 하면 되지 않나요?

노이에자이트 2010-04-30 16:32   좋아요 0 | URL
요즘은 미국에서도 교과서에서 '아메리카를 발견한 콜럼버스...운운'하는 내용대신 식민지 침탈에 대해서 가르치는 학교도 있다고 하니 그래도 다행입니다.

흑해 2010-05-03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래의 글은 노이에자이트 님의 얘기를 보충하는 내용입니다.

요즘에는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 해 지역을 구분하기도 합니다. 카스피 해 님 말이 맞습니다. 프랑스가 점령해도 "라틴 아메리카"라고 부를 수 있죠. 실제로 아이티는 프랑스의 식민지였습니다. 그리고 파농과 축구 선수 앙리의 고향 마르티니크는 여전히 프랑스의 식민지입니다. 중남미는 주로 미국에서 기계적으로 아메리카를 구분하는 말이죠. "짝퉁 미국권"인 일본이나 한국에서 그것을 번역해서 그대로 쓰는 것 뿐이죠.

교황이 멋대로 정해준 경계선을 중심으로(교황, 네가 뭔데? 네가 뭔데 네 마음대로 영토를 양분해?) 포르투갈이 지배하는 지역과 에스파냐가 지배하는 지역이 양분됐기 때문에 "라틴 아메리카"라고 부르게 된 거죠. 프랑스나 에스파냐가 모두 지배했다면 프렌치 아메리카나 스페니쉬 아메리카라고 불렀을지도 모르죠. 프랑스는 켈트라고도 부르는 갈리아, 게르만 족의 일파인 프랑크 족, 그리고 라틴 족을 모두 포함합니다.

라틴어가 어렵다기보다는 그 말을 일상에서 쓰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죠. 진짜 사어는 淸 제국을 세웠다가 망한 만주 족의 만주어입니다.

이란은 아케메네스 朝 페르시아와 사산 朝 페르시아를 떠올리면 됩니다. 1979년 호메이니를 앞세운 이란 혁명 이전까지 "페르시아" 라는 이름을 쓰기도 했구요. 아라비아 반도에서 무하마드 이븐 압둘라, 흔히 마호메트라고 부르는 사람이 러시아 혁명과 비견되는 "이슬람 혁명"을 일으키기 전까지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사실상 페르시아의 안 마당이었습니다.

터키는 영어 식 표현이고 사실 "투르크" 입니다. 셀주크 투르크, 오스만 투르크 제국을 떠올리면 됩니다. 지금도 투르크 공화국이지요. 나당 연합군 등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당(唐) 제국이 이 突厥이 세운 제국을 멸망시키기도 했습니다. 당 태종으로 알려진 이세민은 "天可汗(천가한)"이기도 했습니다.

突厥을 중국어 식(한족들이 쓰는 말)으로 읽어 보세요. "투르크"와 유사합니다. (논란의 여지 있음) 참고로 칭키즈 칸은 成吉思汗입니다.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한 세력은 바그다드와 하룬 알 라시드로 유명한 압바스 왕조에게 밀려난 옴미아드 왕조의 잔당들이었습니다. 후 옴미아드 왕조라고 하죠. 옴미아드 왕조는 탈라스 강가에서 언론에서 고구려 계라고 추켜올리는 고선지가 이끄는 당 제국군을 박살낸 뒤에 곧바로 압바스의 쿠데타로 밀려나게 됩니다.(당의 제지 기술이 이 때 이슬람 세계에 유입됩니다. 오히려 이게 더 중요한 역사적 사건)

어쨌든 이베리아 반도(모든 지역을 지배한 것은 아님)를 지배한 후 옴미아드의 무슬림 세력은 그 지역의 민중들만이 아니라 귀족이나 왕족들의 종교를 그대로 놔둡니다. 오늘날의 "주민세"와 비슷한 인두세는 받았을 지 몰라도 귀족들이 기독교를 믿게 놔두고 교회를 박살내지도 않고 귀족들의 세력 기반을 그대로 놔둡니다. 요즘의 시각에서도 의아스러울 정도로 "똘레랑스"를 발휘합니다.

제 생각에는 귀족들을 그대로 놔두었기 때문에 이베리아 반도에서 무슬림들이 쫓겨난 것입니다. 위에서 쓴 이른바 "지리상의 발견"이 시작되려는 시기에 이사벨라 여왕이 왕위에 있었던(공식적으로는 공동 통치) 에스파냐 또는 스페인은 레콩키스타를 외치며 무슬림 세력을 몰아냅니다. 알함브라 궁전을 남겨 놓기는 했지만 이 당시에 에스파냐는 무슬림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고 개종을 강요하며 수많은 무슬림 유적들을 파괴합니다. 지금도 에스파냐의 축제 중에는 무슬림을 몰아냈다고 축하하는 축제들이 있습니다. (유럽의 동네북인 유대인들은 덤으로 같이 탄압을 받습니다.)

그렇게 수없이 파괴했지만 여전히 이슬람의 유적들이 있는 것이죠. 그런 짓을 다음 세기에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재연하는 것이죠. 신부와 십자가를 앞세우면서```

시칠리아 못지 않은 로도스 공방전도 있죠. 키프로스 섬도 마찬가지고, 로마만이 아니라 이슬람 또는 오스만 투르크가 지중해의 지배자였던 시절도 있었다는 거겠죠. 흔히 "십자군 운동"이라고 불리는 "유럽에 의한 무슬림 민중의 대학살"도 지중해의 패권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고 볼 수도 있죠.

마지막으로 "아랍 민족"이라는 말을 쓸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랍인과 비아랍인의 차별이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어도 비아랍인 출신의 무슬림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인도나 인도네시아의 무슬림이 전체 무슬림 중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죠.

나중에 근대 식민주의 시절에 민족주의가 강하게 대두되어 지금까지 내려오지만 차라리 "무슬림 민족"이라는 말이 더 그럴 듯 하지 않을까요? 지금은 아랍 민족이라는 말이 더 그럴 듯 하지만```

노이에자이트 2010-04-30 16:30   좋아요 0 | URL
좋은 보충자료로군요.이곳에 들르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입니다.간결하면서도 내용은 풍부한 이런 글쓰기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