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시절 주한 미국대사를 지내면서 북한에도 자주 갔던 크리스토퍼 힐이 지금은 이라크에서 미국대사를 하고 있습니다.국제적인 외교의 각축장에서 전문적인 해결사 노릇을 하느라 고생하는군요.북핵문제도 그렇지만 후세인 이후의 이라크도 정말 험난한 난제가 첩첩이 쌓여 있습니다. 

   다음달 예정된 이라크 총선에 수니 파가 불참을  선언했습니다.이라크는 시아파.수니파.그리고 쿠르드 이 세개의 정치세력이 있는데 서로 유혈충돌도 해본 경험이 있는지라 상생정치가 쉽지 않습니다.수니파는 사담 후세인 집권기에 권력의 중심에 있었지만 숫자로 놓고 보면 시아파가 더 많습니다.이제 시아파도 수니파에 밀릴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들이 주축이 된 심사위원회에서 사담 후세인 시절 주요 인물(거의 수니파)들을 총선출마자격이 없다고 해 버렸지요.당연히 수니파는 발끈했고 결국 총선불참이라는 카드까지 꺼내들었습니다. 

  여기서 미국의 입장이 묘합니다.힐 대사가 시아파의 독주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인지 이라크 시아파가 이란 시아파와 제휴하고 있다면서 경계한 것입니다.지금 이란은 핵개발을 한다고 서방진영으로부터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고, 이란은 시아파가 다수이기 때문에 이라크의 시아파와 이란의 시아파가 제휴하면 서방진영으로서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는 것이지요.더군다나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마찰로 대립하고 있는데 중국의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런 식으로 계속 몰아대면 우리는 이란 핵을 저지하기 위한 공조대열에서 탈퇴하겠다"는 움직임까지 있다고 해서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닙니다.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만 해도 미국은 이라크의 시아파와 쿠르드족을 탄압하는 후세인은 나쁜놈이라고 주장했는데 이제 시아파가 경계대상이 되어버린 것입니다.국제정치엔 여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지만 실제로 이런 일을 알게 되면 복잡한 생각을 가지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지요.결국 현재의 미국은 시아파를 경계하면서 수니파를 동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입니다.후세인을 내쫓으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전쟁이 끝난 후 이런 일이 생기다니... 

  우스우면서도 씁쓸한 격언 하나가 있지요.모든 전쟁은 그 앞의 전쟁이 끝난 후 그 뒷처리를 잘못해서 일어난다고...또 아무리 멍청한 사람도 전쟁을 시작하는 것은 할 수 있지만 (바보가 명령만 잘못 내려도 전쟁은 나는 법)아무리 현명한 사람도 전쟁을 마무리 하는 것은 어렵다고 합니다.세계 외교사에서도 그 복잡미묘하기로 손에 꼽히는 북핵문제에 이어 이라크의 정쟁에까지 개입하게 된 크리스토퍼 힐 아저씨의 고생하는 모습이 보이는 듯하군요. 

***올해 초 시아파 최대의 명절 아슈라에 모인  순례객들을 노리고 세계 곳곳에서 폭탄테러가 일어나서 시아파 신자들이 많이 죽었습니다.아슈라 때 테러는 이제 연례행사처럼 일어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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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2-27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꿎은 사람들이 희생되는 게 안타깝네요. 비둘기는 모이 쫓느라 날지를 못하게 된 지 오래고... 세계평화, 아니 중동평화는 어떻게 해야 진전될는지 참...

그나저나 문득 작년 생각이 나네요. 공부 노트는 목표량을 달성하셨어요?

노이에자이트 2010-02-28 14:53   좋아요 0 | URL
예....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잘 안 나옵니다.

목표량은 초과달성했습니다만...책은 많이 안 보고 신문을 필사한 게 거의 대부분이라서 올 봄부터는 책을 더 많이 읽으려고 합니다.

스트레인지러브 2010-02-28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힐 아저씨 이라크 대사로 갔었군요. 한국에 이어 이라크... 아슬아슬한 데만 가네요
.. 이리저리 생각해봐도 이라크 전쟁은 미국으로선 잘못 건 전쟁아란 생각만 드네요
오바마는 부시가 저질러놓은 것들 다 치우기도 바쁘겠어요ㅡㅡ;

노이에자이트 2010-02-28 14:54   좋아요 0 | URL
한동안 이라크는 좀 조용할 것 같더니...총선에서 저렇게 문제가 생기면...요즘은 아프가니스탄이나 파키스탄에서 교전중에 민간인들이 많이 죽어서 그것도 문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