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인생의 어둠과 밝음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일이 동시에 일어나는군요.27일에 강원도 화천 경찰서에 체포된 도둑 이야기가 참 슬프더라구요.52세의 남자가 농산물이나 농자재를 훔치다가 잡혔는데,알고 봤더니 소설가더라구요.1990년대에 신춘문예 장편소설 분야에 당선되어 등단한 뒤 몇 편의 장편 단편도 발표했구요.하지만 전업작가들이 그렇듯이 생활고에 시달려 왔던 그는 월세를 전전하다가 어느날 부인과 함께 도둑질을 하기 시작한 겁니다.부인은 지적 장애를 지녔더군요.아마 그도 신춘문예에 당선되었을 때엔 꿈도 많고 쓰고 싶은 소설도 많았을텐데... 

  신춘문예에 당선되기도 힘들지만 신춘문예 당선한 뒤 잊혀진 작가들도 많을 겁니다.속칭 데뷔작이 은퇴작이 되어 버린 경우지요.유명작가들도 노년에 들어서는 생활고에 시달리며 사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그래서 작가들 중 교사나 교수직에 있으면서 작품활동하는 사람은 일단 경제적으로 안정되지요.한승원 씨 같은 경우는 교사를 하다가 난 데 없이 전업작가가 되겠다고 선언했을 때 부인이 엄청나게 반대했다고 하지요.당연한 겁니다. 

  그런데 또 요즘 인기작가들의 소식도 들려옵니다.신경숙은 <엄마를 부탁해>가 100만부를 기록했구요,배수아는 몇년만에 신작을 발표한다고 합니다.독일과 한국을 왕래하면서 살고 있더라구요.또 문단의 왕언니인 박완서의 인터뷰도 나오고...이런 작가가 되겠다고 작가 지망생들은 다 꿈을 꾸겠지만 글쎄요.그 중 몇 명이나... 

  사교육의 그늘이 저임금과 체불임금에 시달리는 학원강사들이지요.100만원도 못받는 이들이 수두룩합니다.게다가 작은 학원 같은 경우는 경영악화를 이유로 임금지불을 이리저리 미루다가 원장이 도망가 버리는 경우도 있지요.4대보험 혜택도 못받고...그런데 최근 스타강사들이 탈세한다는 소식이 들립니다.저임금에 허덕이는 강사들에겐 저 먼 남의 나라 일로 느껴지겠지요. 

 가끔 케이블 방송의 몇년전 프로그램을 보면 아...저 가수,혹은 연기자...요즘 뭘하지? 저때 꽤 잘나갔는데...하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이 직업도 안정적 수입과는 거리가 멀지요.꽤 인기있는 사람들도 실제로는 경제상태가 안 좋은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그래서 그런지 은행권에서도 연예인들은 아주 고소득층인 몇 %을 빼고는 신용등급이 낮다고 하더라구요. 

 이효리가 드라마에 나온 것으로는 '세 잎 클로버'만 있는 줄 아는데 또 하나가 있습니다.이것도 사실 시청률은 바닥을 기었기 때문에 아는 사람이 거의 없지요.제목은 멋있었죠.'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이라고,단막극이었을 거에요.배역은 호화로왔어요.정준호,이동건이 나왔으니까요.거기서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매니저인 이동건이 "이효리(무명가수 역할)를 무대에 서게 해주십시오"하고 가요순위 프로그램 연출자에게 가서 명함을 건네는 장면입니다. 연출자는 바쁘다고 별로 신경도 안 쓰고...결국 명함은 책상 위에 굴러다니다가 떨어져서 사람들 신발에 짓밟히지요.전업작가들처럼 이 분야에도 신인 때 반짝하다가 사라져 버린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지금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사람들도 당장 내일이 어떻게 될 지 모르지요. 

 그래도 사람노릇은 해야 하는데...하는 말이 있습니다.지인들이나 친인척 경조사나 명절에 체면 안 구길 정도의 성의표시는 해야 한다는 말이지요.하지만 앞에서 예로 든 직업들의 저 밑바닥을 이루는 사람들은 "정말 사람노릇 언제 해보나..."하고 한숨을 쉬며 사는 이들이 많지요.흔히들 우리 부모세대들은 자식을 위해 젊음을 바치느라 노후대비를 못했다고 하지만 우리 연령대들은 과연 노후대비가 잘 되어 있을까요? 아직 젊을 때라 크게 와닿지는 않지만 아마 우리들도 노인이 되어 그럭저럭 체면치레할 정도의 돈이라도 낼 형편이나마 될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실제로 통계를 보면 앞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거의 대부분 공무원이나 교사임용 시험 준비만 한다며 뭐라고 하는 어른들이 있습니다.하지만 그렇게 탓할 것이 아니지요.특히 어느 정도 안정된 직업을 가진 사람이 젊은이에 대한 충고랍시고 그런 말을 해서야 되겠습니까.우리나라 직업 상황을 보면 그런  직업군에 수험생이 몰린다고 이러니 저러니 말해서는 안 되지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 있다는 말...돈없는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 생각해 낸 말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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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9-29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좋은 말씀이시네요.왜 젊은이들에게 도전 정신이 없냐고 할것이 아니라 그런 도전 정신을 받아줄 세상을 먼저 만들어야 하겠지요.

노이에자이트 2009-09-29 22:20   좋아요 0 | URL
도전정신....얼핏 듣기엔 좋은 말이지요.

비로그인 2009-09-29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날이 걱정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9-29 22:20   좋아요 0 | URL
좀 비관적이죠...

로베스피에르 2009-09-30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죽을 때까지 대통령 후보자가 될 수 있는 제도나 바꿨으면 좋겠소. 정계은퇴하고도 기회가 되면 또 나와. 아무리 봐도 미친 짓이오. 김대중이나 이회창도 예외가 아니지. 한 번이나 두 번만 후보가 될 수 있게 했으면 좋겠소. 그러면 새로운 얼굴들도 볼 수 있겠지.

노이에자이트 2009-09-30 22:44   좋아요 0 | URL
개헌을 하자는 말씀이시군요.그런데 로베스피에르 님은 나이가 대단히 많으신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혹시 제 아버지 뻘 정도?

09 2009-10-05 14:0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대저 그런일은 있을리없으니 대단한 유머요마는 /예외가 아니라 중, 창 땜일텐디 지두 창 나올때 뭘까생각했는데 창 입장에서보면 죽을때끼진 뭔간 해얄텐데 지가해왔던거 할만한게 정치일테니. 자고로 사는날까정 할수있음 지 하고픈거 해야죠. 당연시 남한테 팽당할 일까진 가면안되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