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건국절이다 광복절이다 논란이 끊이지 않은 데다가 보수진영 일부에서 임정을 깎아내리기까지 한 데 대해서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지금까지 일부 보수파 인사들 중에는 김구가 말년에 남북협상에 나섰다는 데 대해서 북한에 휘둘렸다는 지적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임정이나 김구를 그렇게까지 깎아 내리지는 않았거든요.그런데 작년에는 이승만과 김구를 분리하여 전자를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고 후자는 폄하하는 흐름이 나타나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지요. 

  임정법통론의 핵심은 임정의 정통성이 1공화국에 이어지고 그것이 역대 정권에 죽 이어내려온다는 것으로서 보수파 인사들이 금과옥조처럼 떠받들어 온 것입니다.원래 임정법통론을 비난하던 이들은 "이승만과 한민당은 김구 및 여운형 세력을 다 제거해 놓고 집권한  사람인데 웬 임정 정통성이 1공화국에 이어진다는 말이냐...임정을 악용하지 말아라"하고 불편해 했습니다.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 보수계 일각에서 특히 지식인들이 나서서 임정의 권위를 알아서 훼손하니까 이거 뭐하자는 것이냐...하고 이상하게 생각하던 참이었지요.

  올해는 임정수립 90주년 되는 해입니다.평소 공익광고 같은 것도 유심히 보는 편인데 올 4월에 국가보훈처와 광복회 명의로 광고가 하나 떴습니다.대한민국 정부는 임정의 정신을 잇는다...그런 비슷한 내용이었습니다.예의 임정법통론을 다시 수용한 것이지요.작년에 워낙 이승만과 1공화국을 띄웠던 터라 광복회와의 관계도 좀 껄끄러웠는데 결국 현정부가 임정과 김구의 권위를 무시해봤자 별 소득이 없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건국절이니 뭐니 하고 기세 좋게 떠들던 것과 비교해서 어쩐지 용두사미로 끝난 느낌도 듭니다.

  제가 그 광고를 보고 얼핏 생각나는 인물들이 김신 김양 부자입니다.김신은 김구의 아들입니다.김신은 박정희 집권 말기인 유신 때 교통부 장관을 지낸 후 바로 유정회 국회의원이 되었지요.그때 그를 못마땅하게 여긴 이들은 김구아들이 일본군 장교 출신 대통령 밑에서 장관하고 국회의원 하느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박정희 시대야 말로 어용이던 아니던 간에 김구와 임정의 독립운동에 관한 책들이 꽤 나오기 시작한 때입니다.게다가" 박정희 정권도 임정법통을 이어받았으니 정통성에 문제가 없다"는  변호론을 하는 학자들도 나왔으니 김신의 처신에 대해서 그럴 수 있다고 넘어갈 수도 있지요.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김신의 아들인 김양이 국가보훈처장에 임명된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매서운 비난이 나왔습니다.임정과 김구를 깎아내리는 정권에서 내준 자리에 있고 싶으냐는 것이었죠.할아버지를  생각해서 당장 물러나오라고 직설적으로 쏘아붙인 이도 있었습니다.하지만 올해 4월 광고를 보면 이제 현 정부도  임정과 김구를 깎아내리지는 않는 게 권력운용에도 낫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김양도 이제 홀가분하게 그 자리를 유지하겠지요. 

  지난 4일에 개편된 교과서 검정안을 보니 교과부에서도 임정법통론을 명시하고 있습니다.임정과 김구를 이승만의 대척점에 놓을 필요가 없다고 보수층 내부에서도 어느 정도 합의가 된 것 같습니다.하기야 원래 임정법통론이라는 것이 보수층이  갈고 닦아서 수십년동안 활용한 논리였으니까요. 

 그래서 올해는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자느니 하는 목소리는 잠잠합니다.앞으로도 그런 주장을 하는 이는 눈치없는 사람이라는 타박을 맞을 것이구요.작년의 건국절 논쟁은 아무래도 막간극 정도로 끝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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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09-08-15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떠들썩하게 굴더니 '쇼'였던가요...

노이에자이트 2009-08-15 22:43   좋아요 0 | URL
올해는 건국에 대해서 그다지 정색하면서 말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동아일보는 봄에 임정을 재조명하는 기사를 많이 썼지요.학술대회도 열구요.4일의 교과부 개편안을 보니 임정법통론으로 복귀한 것은 확실합니다.

펠릭스 2009-08-16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 연중에 가오리연, 방패연 등이 있지만, 용머리연이 생각납니다.
움직이는 용머리따라 꼬리도 따라 움직이는 창공에 용머리연.
역사적 사실도 올랐다 내렸다 한다는 사실에 놀랍습니다.(순진하죠.)

노이에자이트 2009-08-17 15:28   좋아요 0 | URL
그런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지요.

로베스피에르 2009-08-18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교과서는 국가권력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게 어떤 논쟁이든 국가권력의 이데올로기 안에서 그것이 논의된다. 국가라는 것 자체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그러한 논쟁이 제기될 수는 없는 것일까?17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