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산업 연수원생이라고 이주노동자들을 그렇게 불렀습니다.명절 때만 되면 이들이 방송특집에 나와서 노래자랑이나 장기자랑을 펼쳤는데 진행자가 그들과 대화할 때 그들은 항상 한국은 좋은 나라이고 한국사람들은 착한 사람이라고 칭찬했습니다.우리들은 그런 말을 들으면서 우리가 세상에서 제일 착한 민족인가 보다 ....하고 스스로 위로했지요.정이 많은 민족이다....뭐 그런 말 있잖아요.요즘엔 우리나라 농촌총각의 거의 40%가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다 보니 그렇게 가족을 꾸리는 이들을 일컬어 다문화 가정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습니다.그래서 그런지 몇 년 전부터 이주 노동자보다는 이러한 다문화 가족들이 방송에 나와 명절 장기자랑을 하는 것도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는 듯합니다.
대체로 이런 명절엔 되도록이면 잔치 분위기라고 해서 진행자들도 다문화 가족들과 서로 좋은 말을 주고 받기 마련입니다만 이번 설에는 조금 당혹스러운,그러나 우리나라 현실을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보여줄 뻔한 장면이 나왔습니다.장기자랑에 형제 둘이 나왔는데 무에타이 시범을 보여주는 겁니다.그런데 타일랜드 출신은 아닌 것 같고...시범이 끝나고 사회자는 "왜 무에타이를 배우게 되었나요?"하고 물으니 그 중 한 소년이 "학교에서 애들이 아프리카로 가라고 놀려대길래 배웠어요."하고 대답했습니다.약간 당혹스런 문제로 번질 것 같은 분위기.사회자는 "그러면 배우고 나서 혼내줬어요?" 하고 질문.소년은 그러지는 않았다고 답변.하긴 거기서 두들겨 패줬다고 하면 조금 분위기가 이상해졌을 법도 합니다.여하튼 그 뒤 그 소년들의 어머니와 사회자가 대화를 나누는데...조금 질문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었지요.어머니는 가이아나 출신으로 이 곳에 와서 한국남성과 결혼을 했더군요.그런데 사회자는 "가이아나가 어디 있는 나라인가요?"하고 질문한 것입니다.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도 예전에 한때는 우리나라가 어디 붙어있는지도 모르는 외국인이 많았다 그런 말 많이 했잖아요.그럴 때 약간 당혹스럽다는 느낌을 받은 경험담은 외국에 나가본 이들의 상당수가 가지고 있었구요.하지만 요즘엔 인터넷도 잘 발달되었으니 어느 정도 미리 제작진에서 해당나라가 어디 있는지 알아보고 나서,다른 질문을 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결국은 가이아나 출신의 그 어머니가 "베네주엘라 옆에.브라질 위에 있어요"하고 알려주더군요.
아직은 우리가 인종차별에 대한 의식 자체가 없어서인지 피부가 조금만 가무잡잡하면 무조건 아프리카를 떠올리며 검둥이 운운 하게 되는지...그래서 동남아에서 온 사람이나 인도에서 온 사람이나 심지어는 중동에서 온 사람들까지도 아프리카 사람이라고 단정하는 것 같더군요.물론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나라 이름을 몇개라도 아는 사람은 거의 없고 그냥 아프리카라고만 합니다.이상하게 아프리카엔 수 십 개의 나라가 있는데도 아프리카는 그냥 뭉뚱그려서 아프리카라고 하더군요.외국여성과 한국남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어린이들은 그들의 어머니가 제3세계 출신인 경우엔 학교에서 아프리카 검둥이라고 놀림을 받는 일이 아주 흔하다고 합니다.그런 편견은 결국은 어른들을 보고 배운 것이니 부모나 교사의 책임이 크다고 해야겠지요.우리나라도 이젠 소수민족이 많은 나라에서 하듯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엄하게 단속하는 법규를 마련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유선 방송에서는 몇년 전의 프로그램도 자주 볼 수 있는데 <미녀들의 수다>초창기 때 것을 방영해주길래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베트남 여성이 농촌에 걸려 있는 현수막"베트남 여성은 도망가지 않습니다.처녀가 아니면 교환해 드립니다"라는 내용을 보고 굴욕감을 느꼈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더군요.그 여성은 상당히 솔직하게 "우리나라 여성은 물건이 아닙니다."하고 이야기하더라구요.다행히 최근엔 농촌지역에서도 그런 현수막은 없어졌습니다.사실 그 문제는 유엔 인권위원회에서도 한때 문제가 되었지요.하지만 어린이들 사이의 인종차별 적인 폭언은 아직 개선을 바라기가 어렵습니다.그냥 현수막을 없애는 것보다는 훨씬 강고한 장벽인 편견과 우월감의 문제가 있으니까요.특히 학교에서 벌어지는 인권 억압의 문제는 관행이 뿌리 깊기 때문에 더 어렵습니다.유엔에서 그렇게 학교체벌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학교현장에서는 그 뿌리를 뽑기는 커녕, 교권이 실추된다고 반대하는 이들이 많지 않습니까. 아프리카로 가라고 놀려대는 언어폭력 역시 상당히 개선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체벌의 존속을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에서 보듯이 젊은이나 노인이나 우리나라 보통사람들의 인권 감수성 지수가 높다고는 말하기 힘드니까요.체벌 문제에 이어 이제 우리나라 교육 주체들도 인종차별적인 폭언 문제를 좀 더 진지하게 논해볼 때가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