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는 친구를 사귈 때 다음 사항을 따지지 말라고 했습니다.제일 먼저 나이를 따지지 말라고 했습니다.나보다 어린 사람도 내가 본받을 만한 지혜와 인품을 갖춘 이가 얼마든지 있는데 단지 나이를 내세워 그들을 동생이나 어린애  취급하면 결국 나만 손해라는 거죠.걸핏하면 한살 차이로도 선배니 후배니 따지는 관행이 있는 우리나라에선 이런 권고는 따를 사람이 적을 것입니다.하지만 저는 실제로 나이 어린 사람과 대등하게 사귄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 줄거움을 알기 때문에 적극 권하고픈 삶의 지혜이기도 합니다.동갑만 친구로 사귄다는 것은 그만큼 우정의 범위가 좁아진다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둘째로 맹자는 직위와 신분을 따지지 말라고 했습니다.맹자가 요즘 태어났다면 학력도 따지지 말라고 했을 것입니다.예전에 어떤 나이 든 남성이 신문에 이런 글을 썼습니다.자신이 젊었을 땐 회사에 국민학교나 중학교만 졸업하고 들어온 이도 있고 고졸,대졸도 있어서 어려서 사회생활한 사람들에게  나름대로 자기들이 겪었던 일도 들으면서 다양한 삶을 간접경헙할 기회가 있었는데 요즘은 거의 학력들이 비슷한 사람끼리 대동소이한 경험만 주고받으니 다양성이 없어서 재미가 없다구요.남자들 같은 경우도 한 내무반이 몽땅 대학재학 중인 이들로만 구성된 곳이  드물지 않다고 하니 군대에서도 다양한 학력을 지닌 이들이 사귈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죠. 

  세째로 맹자는 가문을 따지지 말라고 했습니다.여기서 가풍을 따지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가문을 따지지 말라는 데 유의해야 합니다.쟁쟁한 세도가를 선호하는 풍조에 경종을 울리고자 한 이야기니까요.요즘 같으면 분양아파트냐,임대 아파트냐 따지면서 애들을 편가르기 하는 풍조를 지적했을 것입니다.허름한 집에 살아도 얼마든지 내가 사귈만한 사람은 많다는 뜻이지요. 

  소학엔 상대가 나보다 네살 다섯살이 넘으면 형님처럼 대하라는 구절이 있습니다.그 이하는 친구처럼 지내라는 것이지요.일제시대 때 중등교육(당시로선 엘리트지요)받은 사람들의 회고록을 보면 당시엔 선배가 후배들을 얼차려 주는 그런 짓을 안했다고 합니다.엘리트들은 그런 야만스런 짓은 안한다는 것이지요.입시 점수 높은 의대생들간에 선배가 후배를 군기잡을 때 구타까지 한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습니다.그 누구보다도 엘리트 의식이 높다는 그들이 왜 이런 못된 관행을 계속 이어갈까요.유교윤리는 수직윤리가 강합니다만 친구 사귀는 데에는 나이를 너무 따지지 말라는 정도의 융통성은 있기 때문에 그나마 숨쉴 여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 중엔 상급학교를 진학하지 못하고 일찍 사회생활을 한 이들이 꽤 있습니다.그런 이들을 접촉하기 때문에 저는 초면에 학번이 뭐냐는 식으로 질문하는 사람들을 이상하게 여겼습니다.그런데 우리나라엔 어느덧 그게 관행이 된 것 같습니다.대학물 먹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학번을 물어본 사람때문에 분위기가 이상하게 되어버린 일도 있었습니다.대학 나온 티를 꼭 그렇게 내야만 했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신문에서도 학번이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기자들까지 그런 풍조를 조장하고 있습니다.기사를 보면 운동선수도 고졸신인이니 뭐니 하면서 꼭 학력을 강조합니다.386이란 단어도 못마땅한데 국회의원들을 소개하면서 475라는 단어도 쓰더군요.그때가 90년대니까 70년대에 대학물 먹은 40대라는 뜻이라는 걸 알고 꼭 이렇게 해야만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세상에...80년대만 해도 고교에서 대학교 간 사람이 삼분의 일이 되지 않았는데,70년대면...우리나라 대학사에서 70년대면 정부가 의도적으로 대입정원을 삭감하여 70년대 말에 고교생당 대학진학률은 60년대보다 더 적었습니다.그런데 꼭 그렇게 학번을 내세워서 강조를 해야 직성이 풀리겠다는 말인지... 

  나이 따지고 지위나 학력 따지고 재산 따지고 그래서 친구를 고른다면 결국 친구범위가 좁아진다는 결과 밖에 안되겠지요.유교 문화권인 일본과 중국에서도 학생들 사이에서 선배가 후배들의 군기를 잡는 일은 없습니다.한국유학생들은 외국에 가서도 이런 짓을 해서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별종인간 취급을 받더군요.평등을 두려워하고 모든 인간관계를 위아래로만 따지는 버릇은 정말 언제쯤이나 없어질까요.오히려 조선시대나 일제시대엔 요즘 같지는 않았다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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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12-24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를 따져서 자신이 조금이라도 많으면 가르치려 드는 경우가 참 흔해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면 더 그렇고요. 자신이 살아보니 이렇더라 라고 말해주는것 까진 좋은데 자신의 경험이 곧 진리고 여기에 반대하면 버릇없는 사람이 되버리죠. 군대 전우가 제대 후에 친구로 이어져 지금까지 계속 만나는데요 그 친구는 집안 사정상 대학을 못갔지만 영화나 음악을 많이 추천해주고 얘기도 많이 해주는데 아르바이트 경험도 많아서인지 속이 깊어요.다른나라는 어느정도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사람사이에서 생기는 스트레스가 너무 커요.

노이에자이트 2008-12-24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처럼 나이는 물론 직장 직위 등도 이렇게 위아래 따지는 경우는 없죠.일본만 해도 영화 자세히 보시면 알겠지만 직장상사에게도 그냥 누구누구 상 이렇게 하고 직장상사도 부하에게 누구누구 상이라고 불러요.우리나라처럼 직책 뒤에 님을 붙이는 식이 아니지요.여하튼 우리나라엔 만민평등이라는 사상이 뿌리를 내리기 힘들게 되어 있습니다.같은 동아시아 나라들 여론 조사해봐도 우리나라가 세대간 갈등이 더 심한 것도 이런 언어상의 특징때문입니다.저는 나이가 많다고 내게 반말하는 놈들은 무조건 두들겨 패줬습니다.음...패는 방법을 동영상으로 찍어 올릴까요?

노이에자이트 2008-12-25 21:11   좋아요 0 | URL
스승과 제자간에 위아래 따지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학생들간에는 평등하게 지내는 게 제 소원입니다.소학에서처럼 네살 이하는 당연히 친구로 지내야 한다고 봅니다.우리 조상들도 그랬다니까요.
지나친 위계질서는 부패의 온상이라고 봅니다.윗사람이 너무 많은 권한을 가지면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요.

마노아 2008-12-24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를 옮겨 다니다 보면 몇 학번이냐고 묻는 선생님들이 그렇게 많아요. 결국 궁금한 것은 나이라는 건데, 그걸 꼭 몇 학번이냐고 묻더군요. 난 그게 참 짜증났어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얼마 뒤 바로 시집간 친구가 있는데, 선생님들과 얘기하다가 친구는 학부형이라고 하니까 학생 때 사고를 쳤다는 식으로 인식을 하더라구요. 내 참 어이 없었어요.

노이에자이트 2008-12-25 21:12   좋아요 0 | URL
학번 묻지 않는 운동을 했으면 좋겠습니다.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대학 나오는 것도 아니구요.저는 우리 형제 중에도 대학 안 나온 이가 있어서 대학 이야기 안하는 게 습관이 되었습니다만.

Mephistopheles 2008-12-25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파트단지가 인접한 초등학생들(요즘 아파트 단지 주변이 아닌 초등학교가 있었던가)은 아예 대놓고 아파트 면적별로 끼리끼리 논다고 하잖습니까. 이걸 뭐라고 봐야 하나 자본주의의 또다른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요..사실 애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다 어른들이 뿌려놓은 저주의 씨앗에 의한 행동일뿐이겠죠..성장과정에서 친구를 사귀면서부터 패거리문화와 계급문화가 적용된다는 것은 참 거시기하게 보여집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12-25 21:15   좋아요 0 | URL
인간관계에 뭔가를 보태고 자기와 다른 사람을 포용하려고 하지 않고 자기와 비슷한 것이 아니면 끝없이 뺄셈을 하려고 하니 다양한 인간관계 형성이 힘들지요.끼리끼리가 아닌 문화를 경험하지도 못하구요.

후애(厚愛) 2008-12-25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한인들을 보게 되면 나이와 고향, 가족, 직업 등을 묻습니다. 한마디로 호구조사 당하는 기분이지요. 어쩔 때는 제 나이와 비슷한 한인들을 보게 되는데 우연히 말을 하다보면 제 나이를 묻습니다. 그럼 제가 나이를 말해주면 "그럼 내가 위네. 앞으로 언니라고 불러" 이렇게 말하면서 바로 반말입니다. 그것도 초면에 말입니다. 그럼 제가 묻지요. 연세가 어떻게 되는지요? 하고 물으면 나보다 한 두살 많다고만 합니다. 저는 그저 웃고 만답니다. 제 스승님이 저보고 선생님이라 부르지 말고 앞으로 언니라고 부르라고 하는데 사실 어색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무리 스승님이 언니라고 부르라고 했지만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아서 아직까지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12-25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로 친하게 지내고 싶지도 않은데 음...내가 언니네...하고 바로 반말을 한다...그러면 두들겨 패십시오.

가시장미 2008-12-27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노이에자이트님과도 친구 할 수 있는건가요? ^^ 크크

노이에자이트 2008-12-27 16:49   좋아요 0 | URL
물론입니다.

가시장미 2008-12-29 13:40   좋아요 0 | URL
정말요? 그럼- 앞으로 형이라고 부르게 해주세요. ㅋㅋ 나름 제 친근감의 표현이랍니다. 이 곳에서 형이라고 부르는 분이 꽤 되거든요. 그리고 노이에자이트님은 닉네임이 너무 어려워요. 앞으로 노형이라고 부르면 안 될까요? ^^;;; 아니면 이트형? 노이형? 노이에형? 노이에자형? ㅋㅋ 맘에 드는 호칭으로 선택해 주세요. 으흐

노이에자이트 2009-01-04 00:56   좋아요 0 | URL
노이에 형이 괜찮은데요.아예 노이에...하고 불러도 무관합니다.

쟈니 2008-12-27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회생활에서 전공과 학번에 대한 질문이 너무 당연시되고 있죠. 이런 질문 하지 말자고 예전에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찬성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불쾌해 하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왜 그리 피해의식을 가지냐.. 라고..
그때, 차별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게 이렇게 어렵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레카폴님께서 옮기신 내용 마음에 확 와닿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12-27 16:50   좋아요 0 | URL
위아래 따지는 거 피곤하죠.우선 인간은 평등하다는 사실자체를 인정 못하는 풍토가 역겹습니다.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다 누리는 권리를 왜 우리는 못누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