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변으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와 그 추종자들은 혁명공약이라고 해서 2년 후엔 민간인에게 권력을 이양하고 자신들은 군에 복귀하겠다고 했지요.김종필이 그 공약을 작성했습니다.하지만 정작 1963년이 되어 민정이양할 때가 되자 한다 안한다 한다 안한다 번복에 번복을 거듭하여 결국은 박정희가 군복을 벗고 민간인이 되어 대선출마한다는 모양새를 갖추었습니다.윤보선과의 치열한 선거전...아슬아슬한 표차로 대통령이 된 박정희.하지만 권력의 논리인지 1967년 물러날 때가 되자 또 근대화 이념을 구현하려면 요번 임기 가지곤 안되겠다면서 또 출마....이번엔 물러나겠지 했는데 이번엔 역시 좀 더 집권하여 우리나라 경제를 안정권에 올려야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그 유명한 삼선개헌을 단행합니다.처음엔 당시 집권여당이던 공화당 의원 거의 대부분이 무리라며 말렸지만 결국은 거의 다 굴복해서 삼선개헌을 받아들이죠.김종필도 처음엔 반대하더니 꺾였습니다.초대 공화당 창당위원이던 원로 정구영은 자신의 반대입장이 거부되자 정계은퇴를 선언해 버립니다.그러다가 1972년 유신...그때 명분이 국내외 위기 상황이니 위기 관리체제라면서 유신을 선포하죠.그리고 1974년 긴급조치 시작...박정희 암살 때까지 긴급조치 시대...그리고 10,26...

  박정희는 민주정치를 제대로 하기 위해선 경제개발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정작 어느 정도 경제가 안정된 70년대의 고도성장기에 오히려 정치는 더 폭압을 달렸습니다.당시 여당의 상징은 황소.국민을 위해 소처럼 일하자고 해서 소가 상징이었는데 당시 시사만평엔 소가 미쳐서 국민을 들이 받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습니다.미친 소의 옛추억은 70년대에도...

  친일파를 청산하자 할 때 이를 반대하는 이들이 내세운 논리는 지금은 때가 아니다.나라의 기틀을 먼저 다지자...이런 식이었습니다.그런데 나라의 기틀을 다지자면서 친일 경찰들을 기용해서 정적들을 떄려잡는 겁니다.지금은 친일파보다 공산당이 더 나쁜 놈들이므로 그 놈들을 먼저 잡으려면 과거 친일파들을 활용하자고 하면서요.친일파가 반공투사가 되어 높은 자리 한자리 씩 차지하고....저래가지고 언제 친일파를 청산하지? 하는 의구심이 점점 커지는데...뭐라고 한마디 이의 제기하면 반공투사에게 시비거는 너희들은 뭐냐고 눈을 부릅뜨니 무서워서 말도 못하고...

  그래서 세월이 지났습니다.이젠 우리도 먹고 살만 해졌으니 지금이라고 정의를 세우기 위해서 과거사를 올바로....하고 말하니 그 예의 시기상조론자들이 무서운 표정으로,"아니! 이것들이! 그때가 언제인데 이제 와서 친일파를 들먹이고 난리야! 도대체 언제까지 과거에만 매달려 있을 거야? 미래가 중요하잖아! " 하면서 달려드는 겁니다.그래서"아니 여보쇼? 옛날에는 이제 나라의 기틀을 세울 때라서 못한다고 하더니 인제 오래된 일을 왜 들먹이냐고 하오?" 그랬더니 "이거 말이 많아! 이거 혹시 빨갱이 아니야? 하여튼 친일파 청산 운운하는 놈들은 빨갱이들이 많아! 너 어디 맛좀 봐라! 어이! 가스통 가져와!"

 어이구...무서워서 말을 못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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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12-01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스통을 들어올린 순간 앞으로 한 발 나가며 왼손 잽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봉쇄 한 후
0.5초 후 작렬하는 오른손 스트레이트! 이른바 친일파 바로 눕히기. 미친소의 추억이 예전에도 있었다는 사실이 재밌네요.

노이에자이트 2008-12-02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만평에선 미친 황소가 야당을 들이받아 뿔에 꿰어 허공에서 흔들고 있는 모습을 그렸어요.75년 4월 동아일보로 기억합니다.

파란여우 2008-12-02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민을 위해 소처럼 일하자고 했지만 국민이 정권유지를 위해 소처럼 일했죠. 그것도 모진 매를 맞고. 친일청산은 1948년 이승만이 친일청산의 첫단추를 잘못꿰었죠. 당장 친일청산의 폭풍을 휘두를것처럼 호언해놓고 막상 정권장악을 위해서 반공으로 방향을 돌렸죠. 덕분에 반공, 참 오래도록 장수하십니다. 노자님의 이 시리즈 꾸준히 애독합니다. 거르지 마세요^^

노이에자이트 2008-12-03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민이 소처럼 일했다는 표현은 정곡을 찔렀습니다. 요즘 그레고리 헨더슨의 국회 프락치 사건에 관한 방대한 문헌을 발굴한 연구서가 나와서 관심이 갑니다.<한국논단>에는 국회프락치 조작설은 근거없다는 주장의 시리즈가 실렸군요.매파 반공단체가 내는 간행물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