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에 관한 책 몇 권을 읽고 있습니다, 태평양 전쟁 말엽,동남아의 영,불,화란 제국주의를 밀어내고 미국이 세력을 잡으려는 의도로 루즈벨트는 신탁통치안을 꺼내드는데  드 골은 반대하죠.그는 나치로부터 조국을 해방하려는 열의에 불 탄 애국자였지만 그 해방의 혜택을 식민지에까지 주려는 마음은 조금도 없었습니다.루즈벨트가 죽고 등장한 트루먼은 냉전을 시작하면서 베트남과 악연을 맺습니다.단 프랑스는 1954년 디엔비엔 푸 전투에서 대패하면서 베트남에서 발을 빼 버리죠.드 골이 1960년대 초반 미국에게 베트남에서 발을 빼라,내가 중재하겠다고 나선 것은 한 번 혼이 나보았기 때문일까요.그런데 미국은 그 뒤로도 혼이 나면서도 계속 베트남에다 돈과 군인들의 생명을 바칩니다.

   바오다이를 데려 와 황제라고 앉혀 놨는데 영 미덥지가 못하니 미국은 좀 더 민족주의적인 고 딘 디엠을 앉히지요.이 때가 1955년.이때부터 프랑스는 베트남에서 물러나고 미국의 단독개입 시대가 됩니다.아이젠하워 임기 때지요.민간인인데다가 우익이요,게다가 반 프랑스 노선을 걷고 있는 디엠은 베트남의 이승만으로 선전됩니다.그는 강력한 반공을 내세우고 민주주의적인 모든 요소는 공산주의의 사주를 받은 국가 변란의 징조라고 여겨 억압정책을 밀고 나갑니다.하지만 지나친 종교편향정책은 엄청난 반발을 부릅니다.그는 가톨릭 교도였고 불교도를 억압합니다.북베트남에서 내려 온 가톨릭 교인들과 동아리를 이루어 그들에게 고위직을 배분합니다.끼리끼리 정치지요.대다수가 불교도인 인민들의 분노가 폭발합니다.1963년 3월. 한 불교 성직자가 분신 자살로 항의하고 전국이 소요로 들끓자 디엠은 주요 사찰의 스님들을 마구잡이로 연행합니다.미국의 케네디 행정부는 좀 온건책을 쓰라고 종용하지만 디엠은 반공국가를 만들자는데 왜  말리느냐면서 떼쓰기 외교로 나옵니다.케네디는 남베트남 현지에 정보원을 보내고 로지 미국대사와 연계해서 디엠을 몰아내고 군부에서 후임자를 고르는 공작을 명합니다.그리고 1963년 10월, 쿠데타가 일어나 디엠과 그의 동생 누 부부를 죽여버립니다.두 달 후 텍사스에서 케네디도 암살당하죠.이후 남베트남은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다 엎어졌다 혼란을 거듭합니다.

  고엽제를 제일 처음 쓰는 것을 허가한 이는 케네디입니다.그런데 우리나라의 고엽제 전우회는 왜 미국정부나 고엽제 제조사를 규탄하지 않고 한미동맹을 금과옥조처럼 숭상할까요? 상식적으로 봐선 자신들을 전쟁터에 내몰았던 박정희나 미국을 더 미워할 것 같은데.몇 년 전에 고엽제 전우회가 한겨레 신문을 습격해 난동을 부렸을 때 굉장히 놀랐습니나.신문사가 대낮에 그런 테러를 당하는 것도 그랬고 한겨레 신문사는 고엽제 피해자 문제를 앞장서서 제기한 신문이었기 때문입니다.그리고 올해 6월 달엔 젊지도 않은 전우회 회원들이 그 무거운 가스통을 들고 방송국에까지 가서 촛불시위를 옹호해 주는 편파방송을 중단하라고 위협하고...

  케네디의 후임인 존슨은 베트남에서 손을 떼겠다고 공약하지만 오히려 지상군까지 투입되고 베트남으로 병력은 점점 증파됩니다.미국에선 반전 시위대가 많아지기 시작하죠.이때 시위대들이 든 플래카드엔 이런 글이 쓰여있었습니다." 존슨을 대통령으로 뽑은 이들이여.지금 이 혼란을 보고 있느냐" 하지만 당시 존슨은 골드워터를 물리치고 대통령이 되었는데 골드워터는 베트남에 핵무기를 써야한다고 극언했던 인물이 아니었던가요? 양당제가 정착된 미국정치의 고민입니다.골드워터보단 평화로울 것 같아 민주당의 존슨을 뽑아놨더니 또 그 모양...결국 존슨은 인기가 한 없이 떨어져 차기 선거에 당내 지명도 못 받을 걸 알자 불출마 선언을 해버립니다.

  닉슨도 자신이 전쟁을 끝내겠다고 선언하여 대통령이 됩니다만 전선을 캄보디아 라오스까지 넓히고 맙니다.1969년 지상군을 철수하기 시작하지만 오히려 북베트남에 대한 공습은 더 늘어나죠.미국내에선 반전시위가 그칠 새가 없고 베트남전선에서 귀환한 청년들은 훈장을 반납하는 운동까지 합니다.그런 닉슨이 재선에 성공합니다.상대당인 민주당에서 베트남에 가서 무릎이라도 꿇겠다고 발언한 것이 굴욕적이라고 생각한 유권자가 많아서였다고 하니까 뭐라고 해석해야 할까요.1973년 1월 파리협상으로 전쟁은 일단락 되지만 그 직전인 1972년 말 미군은 엄청난 공습으로 북베트남을 맹타합니다.

  파리협정 이후 1974년 말까지 북베트남은 국내경제재건에  힘씁니다.남베트남 정부는 기회는 이때다면서 민족해방전선(속칭 베트콩.이 단어를 베트남인들은 굉장히 싫어합니다)을 대대적으로 토벌하죠.1973년 한때는 남베트남 지역 거의 대부분에서 민족해방전선을 몰아내는 듯 합니다.하지만 내부정비를 마친 북베트남이 1975년 1월 대공세로 나서 남베트남으로 쇄도하자 몇 달을 못 버티고 4월 남베트남은 항복하고 맙니다.북베트남의 문서에선 이 전쟁이 2년은 갈 걸로 예상했답니다.왜 그렇게 급속도로 무너졌는지 군사적인 측면에서도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의문점입니다.하기야 중국내전에서도 국민당은 1947년까지 절대적인 우위를 보이다가 1948년 경부터 급속도로 붕괴하기 시작했지요.

  베트남 통일 이전인 1970-1971년 경 캄보디아는 남베트남의 침략도 받고 또 그 전에는 북베트남이 군사기지로 쓰다가 역시 현지인들의 시위가 벌어지기도 합니다.베트남과 캄보디아는 역사적으로 사이가 안 좋았습니다.결국 베트남은 통일 이후 캄보디아를 침략합니다.놀라운 것은 이 당시 캄보디아는 분명히 같은 사회주의 이념을 신봉하는 국가였다는 사실입니다.그 때 캄보디아는 크메르 루즈의 폴 포트가 집권하고 있었죠.베트남은 킬링필드를 저지른  정권을 응징한다는 그럴 듯한 명분을 내세워 침략을 정당화하고 서방의 언론인들을 데려다가 킬링필드를 보도하게 합니다.그리고 훈센을 내세워서 괴뢰정권을 만들죠.프랑스와 미국이 베트남에 바오다이 정권이나 고 딘 디엠 정권을 세웠던 수법을 답습한 것입니다.

  전쟁이나 외교를 공부할 때마다 굉장히 냉정해짐을 느낍니다.하지만 허무해져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 타이릅니다.다들 말리는데 30년 간을 베트남이라는 수렁 속에 자진해서 들어간 미국의 대통령들을 생각하거나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관계를 공부할 땐 더더욱 그렇지요.어떤 때는 냉정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 때가 있습니다.

 외교란 무엇인가...국익은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가를 냉정하게 생각해보고자 할 땐 베트남 전쟁을 공부 해보심이 어떨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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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08-10-11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이란 무엇인가'는 추상적인 듯싶은데요.^^ 전쟁이란 무엇인가, 미국이란 무엇인가, 국익이란 무엇인가, 등등에 비하면...

노이에자이트 2008-10-12 15:28   좋아요 0 | URL
국제정치에서 정의와 명분은 과연 무엇인가? 정도로 좁혀볼까요?

로쟈 2008-10-12 22:10   좋아요 0 | URL
네, 인간이란 무엇인가 혹은 본성론으로의 귀결은 대개 회의주의나 냉소주의로 빠지는 듯싶어서요...

노이에자이트 2008-10-13 16:26   좋아요 0 | URL
냉정해지긴 해야 하지만 냉소주의나 허무주의가 되면 안되죠.동감.

마노아 2008-10-11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고 도는 역사의 유사성에 인간이 참 미련스럽게 보이면서, 그러니까 또 인간스럽단 생각마저 듭니다. 베트남 공부에 좋은 책 좀 추천해 주세요. 11월에는 베트남 공부를 할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

노이에자이트 2008-10-12 15:41   좋아요 0 | URL
바바라 터크먼<독선과 아집의 역사>제 2권자작나무,리영희<베트남 전쟁>두레
에스프레이<세계게릴라 전사>제 4권일월서각,쟝 라쿠튀르<호지민>소나무
베트남 전쟁 공부할 땐 제네바 협약(1954년)과 파리협약(1973년)을 비교해서 공부하세요.그리고 미국의 반전운동은 하워드 진<미국민중사>제2권 일월서각 을 참조.트루먼,아이젠하워,케네디,존슨,닉슨의 베트남정책도 주의해서 공부하세요.그리고 남베트남 정부에 대해서도.
캄보디아와 베트남의 갈등에 대해선 유재현<메콩강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창비 를 참조.캄보디아의 70년대에 론놀 정권,시아누크,크메르 루주의 삼각관계에 대해 중점을 놓고 공부하세요.

마노아 2008-10-12 22:37   좋아요 0 | URL
역시 절판된 책이 많군요. 유재현씨 책만 갖고 있네요^^
그래도 꼼꼼이 옮겨갑니다. 일러주신 부분들 유의할게요. 고맙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10-13 15:59   좋아요 0 | URL
터크먼 책은 제목이 바뀌어서 나왔을 겁니다.

비로그인 2008-10-12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베트남 영화 (정확히는 베트남 태생의 프랑스인이 만든 영화)
씨클로를 봤는데요 베트남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서인지 상당히 지루
하더라구요. 90년대 중후반을 배경으로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고된 삶과 비극들을 그리고 있는데 당시 베트남 정부는 베트남을 부정적
으로 묘사했다고 상영금지 처분을 내렸다는군요. 그래서 오늘 서점에서
베트남 현대사만을 다룬 책이 있나 찾아봤는데 없더라구요.
대신 신간인 <베트남의 세계사>와 저자인 후루타 모토오의 또 다른
저서인 <역사 속의 베트남 전쟁>을 발견했는데 저자의 한국어판 서문엔
한국과 베트남이 갖는 역사적 동질성을 잠시 언급하더군요.
그런데 말씀하신대로 고엽제 피해자들은 역사적 동질성이나 가해의
주체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08-10-13 15:55   좋아요 0 | URL
씨클로가 베트남에선 금지영화로군요.도이모이 정책의 어두운 면을 그려서 그랬나보죠?
고엽제 피해자들도 그렇고 김대중 씨가 대통령이던 때 베트남에 가서 한국의 베트남 참전에 대해 사과했을 때 한나라당과 베트남 참전 전우회에서 굉장히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죠.

쟈니 2008-10-13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킬링필드도 폴포트가 저지른 부분도 있으나 미국인들에 의해 학살된 캄보디아 인들도 굉장히 많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우리에게 드러나지 않은 전쟁의 이면에 정말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많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글 읽었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10-13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트남 전이 막바지일 때 남베트남과 미국 공군이 함께 캄보디아를 침략했습니다.당시 캄보디아는 중립국이었는데...여하튼 캄보디아는 남베트남의 침략도 받고 베트남 통일 이후엔 또 침략받고...요즘은 태국과도 국경분쟁이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