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 상의,경총,전경련 뿐만 아니라 국방부,심지어 통일부까지 나서서 좌편향의 역사 교과서를 바꾸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니.이게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들이 고치고자 하는 항목을 보았습니다.특히 제주도 4,3사건에 대한 내용이 눈에 띄더군요.오랜만에 공부 좀 해볼까 하고 서재에서 몇 권의 책을 꺼내들었습니다.4,3사건은 반드시 여순 사건 이야기가 딸려 나오게 되어있습니다.제주도의 봉기가 장기화 되면서 병력이 본토에서 계속 들어오고 그 중 여수의 14연대가 진압을 거부하면서 여순 사건이 일어나니까요.그리고 이 두 사건엔 미군군사고문단이 진압작전을 지휘합니다.특히 당시 미군정 장관 윌리엄 딘과 군사고문단장 로버츠는 강경진압을 주장합니다.당시 경무부장이던 조병옥 씨는 말할 나위도 없구요.

   그런데 이 당시를 알라딘에 글로 써볼까 하는 순간 갑자기 제 자신을 무슨 거대한 강박관념이 짓누르고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이 정도면 큰 문제는 없겠지? 혹시 좌경적인 글이라고 조사 받게 되진 않을까? 요건 이런 문장으로 좀 순화하면 되겠지? 이 사건을 인용할 땐 우익 쪽 문헌을 써야지...등 등...간단히 말해서 자기검열이 내면화된 상태인데,현실을 비판하려면 반공이라는 일종의 검열장치,일종의 통과의례라고도 할 이 장치를 무사히 거쳐가야 한다는 생각을 저도 모르게 하고 있는 겁니다.더군다나 미국이라는 형님나라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우리나라엔 미국과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근대적 외교관계로 바라보지 못하고 우리나라를 도와준 은인이라는,전근대적 봉건적 관계로 보는 이들이 많습니다.비단 파워 엘리트 계층 뿐이 아니라 평범한 대중들도요.반공과 자유의 이름으로 미국의 지원을 받아 국가권력을 차지한 이들이 있었고 이들은 초창기 원조를 정권의 유지비용으로 쓰고 있었기 때문에 반공과 친미는 뗄래야 뗄 수가 없게 된 겁니다.일제 말, 친일파들이 내선일체를 통해 전근대적 국가관을 유지했듯이 친미주의자들은 혈맹이나 한미동맹을 내세웠지요.친일의 논리와 친미의 논리는 이렇게 대상만 변했을 뿐 그 정당성을 끌어들이는 의미에서 비슷합니다.그래서 친일파는 자연스럽게 친일파가 될 수 있었구요.해방직후 들어온 미군정 관계자들이 그랬다잖아요.일본에게 충성스런 자들이라면 우리들에게도 충성할 거다...

  반공이념이 단순히 지배계급이 통치수단으로 주입한,아니 쑤셔넣은 허위의식 그 이상이기에 더 무서운 게 아닐까요?  전쟁체험으로 인한 공포 속에서 일반대중들 역시 의식 중에 때로는 무의식 중에 내면화되었으니까요.현실비판이건 민중들의 다양한 요구건 무조건 용공으로 몰아붙이며 탄압하니 무서워서 입이라도 뻥긋했겠습니까? 피지배자들을 설득하고 쟁점을 합의를 통해 해결할 능력이 없는 이들이 권력의 정당성을 반공에서 찾으니 또 이게 편하기도 하거든요.현실에 대한 비판이라든가 무슨 운동을 하려면 "우리는 용공과는 거리가 멀어요!!!"하고 알아서 증명해야 하는 강박을 보이는 이들을 보고 지배자들은 쾌감을 느끼게 되는 단계까지 도달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공안정국을 보면 4,19정신이  순조롭게 이어지지 못하고 5,16으로 박살이 나는 시기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지금 이명박 정부는 우리가 미흡하나마 이뤄 놓은 지난 10년간의 민주주의를 '잃어버린 10년'이라면서 6월 항쟁이전의 막무가내식 반공체제로 돌아가려고 하지요.소박한 정의감의 표시조차 용납하지 않고 사법처리라는 무기를 남용하고 있지 않습니까? 시민사회의 자율성이니 하는 것은 전혀 생각조차 않고 모든 운동을 물리력을 동원해 눌러버리겠다는 구실로 반공을 들이밀고 있습니다. 공포로 인해 내면화된 반공이념을 계속 확대 재생산하고 그 정점에 어린이 청소년들의 머리속 지배를 위한 교과서 개정이 필요하다 이거죠.그래서 이제 반공은 1공화국이나 군사정권 때처럼 신성불가침이요,터부가 되도록 하겠다는 속셈입니다.

   여러가지로 미흡하지만 그래도 뭔가 막연한 희망이 있던 2공화국이 5,16으로 만신창이가 되고 난 후 뭔가 양심을 지켜보려고 했던 이름 없는 이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민주화라든가 건전한 시민의식의 형성이라든가 하는 여망이 사라진 현실에서 환멸과 허무만 남아서 대충 살지...누가 알아 주는 것도 아니고...이렇게 되었던 것은 아닐까요? 5,16은 반공이념에 관한 한 자유당 시대의 부활이죠.그러면 지금의 공안당국은 당연히 1987년 이전의 부활입니다.자율적인 시민사회영역의 멸종이 곧 다가왔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 곳 광주 광역시에서는 뉴라이트의 계간지인 <시대정신>을 작년에는 경총이,올해엔 전경련이 일부 도서관에 무료배포하고 있습니다.올 봄부터는 대한상의에서 전국의 군대에 '새롭고 시장경제지향적인' 경제교과서를 무료배포하고 있습니다.참여정부 때도 자본권력의 위력은 대단했지요.2006년에 대한상의는 "강정구 강의 듣는 학생은 취직하기 힘들 걸"이라면서 무시무시한 협박을 했고 거기에 동국대학 당국은 아무 저항도 못했습니다.이제 한나라당이 집권했으니 더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이제 역사적 단절을 어떤 식으로 강요받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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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8-09-22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19정신이 순조롭게 이어지지 못하고 5,16으로 박살이 나는 시기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왜 이런 안좋은 역사는 되풀이되는 걸까요.

노이에자이트 2008-09-22 22:06   좋아요 0 | URL
10,26이후 짧았던 서울의 봄도 5,18로 이어진 또다른 사례가 있었죠.

비로그인 2008-09-22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 교과서 문제로 시끄럽자 "차라리 일본의 새역모 교과서를 수입하자."라는 농담이
나올정도에요. 미취업자들과 실직자들이 갖고 있는 불안감이 일자리 외의 문제엔 무감각하게
하고 그들도 어쩌면 그걸 합리화 하려는지 몰라요. 먹고 살기 힘든데 다 귀찮다는거죠.
천 유로 세대라는 소설에서 이탈리아는 이웃인 프랑스에서 최초 고용 계약에 대한 저항을 지켜보면서 왜 우리들은 이렇게 조용한가 자문하며 아마 아직 현실을 인식하지 못해서일 것이라 자답하고 현실 인식 후엔 프랑스와 같은 움직임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했지만 어디까지나
생각에만 그쳤어요. 이탈리아는 실업률이 높은걸로 아는데 불안감 때문에 다른 모든것을
외면하고 투표까지 안한다면 우리도 이탈리아 처럼 될 수 있겠다 싶어요.
그래서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20대들에게도 책임의 일부가
있다고 생각해요.

노이에자이트 2008-09-22 22:31   좋아요 0 | URL
2005년 회심의 일격으로 밀어붙였던 새역모의 후소샤 교과서는 일본 내에서는 채택율이 1%도 안되는 참패로 끝나고 말았죠.그래서 새역모는 분열되어 버렸구요.우리나라 뉴라이트 교과서는 어떻게 될까요?
말로만 듣던 천 유로 세대...직접 읽으셨군요.저는 베를로스코니가 있는 이탈리아도 궁금하고 또 12년동안 그 살벌한 대처시대를 지지해 온 영국인들도 궁금합니다.그런 정권들을 지지한 인민들...

로쟈 2008-09-22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16은 반공이념에 관한 한 자유당 시대의 부활이죠.그러면 지금의 공안당국은 당연히 1987년 이전의 부활입니다.자율적인 시민사회영역의 멸종이 곧 다가왔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역사의 교훈은 우리가 역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것이란 말이 생각나네요...

노이에자이트 2008-09-22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글도 어둡고 댓글들도 대체로 어둡네요.지금과 1989년 경,문익환과 임수경 방북으로 인한 공안정국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서도 연구해 볼만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