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X홀릭 1
CLAMP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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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모든 장르를 종횡무진 넘나드는 CLAMP 사단의 위력은 역시나 강했다. 만화는 물론 애니메이션으로 우리 곁에 찾아온 그녀들의 [XXXHOLIC]은 평범치 않은 오오라를 물신 풍기며 현재 국내에 8권까지 선보이며 부지런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우리와 같은 혹은 다른

 

인도의 전설을 모티브로 담은 [성전]에서 아마겟돈을 연상시키는 [X] 그리고 우리 살고 있는 어느 곳에서 마법카드를 모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카드캡터 체리] 그리고 천사의 사랑 찾기를 담은 [Wish]와 미래시대 로봇의 진정한 자아 찾기를 다룬 [쵸비츠]까지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다양한 시대배경을 다룬 CLAMP의 작품에서 기존의 내러티브를 찾으려 한다면 헛수고이다. 역시나 [XXXHOLIC]도 기존과 다른 세계를 담았다. 이 작품의 세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이지만 친근한 향이 나지 않는다. 마치 또 다른 세계를 담은 듯하다. 기존의 CLAMP 작품에서 봐 왔던 캐릭터와는 달리 왠지 더 길쭉해지고 호리호리한 그들은 이공간에 살고 있는 그들에게 적합한 신체조건일지도 모른다는 재미있는 생각을 하게 된다.


 냉혹한 세계의 마녀 유코  

 

표지부터 항상 검고 보랏빛이 나는 암울한 분위기를 물씬 풍풍기며 마치 금서(禁書)인양 외양을 꾸민 [XXXHOLIC]의 차별화는 혀를 내두를만하다. 이번 작품의 소재는 이계의 것(thing)을 볼 수 있는 와타누키와 필연으로 만나게 된 마녀 유코와의 계약과 함께 시작된다.

4월 1일생인 와타누키. 그의 출생에 관련된 호기심을 곳곳에서 풍기는 이 작품에서 와타누키는 유코와의 거래로 할 수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리고 마녀 유코와의 만남과 더불어 그의 운명의 수레바퀴는 돌아가기 시작했다.

 술 마시고 놀기 좋아하는 마녀 유코는 와타누키를 괴롭히기 좋아하는 단순한 쾌할 마녀같지만, 자신을 찾아온 손님들과의 거래는 확실하게 일을 수행하는 냉정한 마녀다움을 어김없이 발휘한다. 이 작품은 아키노 마츠리의 [펫 숍 오브 호러즈]와 비슷한 구조이다. 유코는 펫 숍의 D백작과 같은 인물로 그녀를 찾은 사람 혹은 요괴에게 필요한 물건을 주고 그 대가로 무언가를 꼭 받는다. 거짓이거나 악한 일을 할 경우 꼭 그 대가를 받게 되는 인과응보식의 결말도 [펫 숍..]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마녀 유코는 단지 손님들 뿐만 아니라 와타누키와의 거래도 걸려 있으며 그 밖에 CLAMP 세계의 또 다른 공간에서 살고 있는 사쿠라 공주 일행과의 일도 수행해야 하는 굉장히 바쁜 사업가(?)라는 점이 다르다.

 왠지 마녀 유코는 CLAMP 세계의 비밀의 키를 쥐고 있는 전지전능한 존재로 비춰진다. 유코가 CLAMP의 그녀들의 분신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만화 칸에서 간간히 등장해서 등장인물과 소통을 직접적으로 하려는 [H2]의 작가 아다치 미치루와는 또 다른 작가의 작품 개입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요건 나만의 위험한 생각인지도...^^;;;)

 

따뜻함으로 무장한 그 녀석, 와타누키

 

마녀 유코가 이 작품의 차가운 현실을 담은 인물이라면 와타누키는 따뜻한 온기를 담은 인물이다. 물론 유코가 악인이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녀는 천칭을 들고 있는 냉혹한 여신이다. 그에 반해 와타누키는 착하디착하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는 그의 정의로움이 비록 어리석어 보일지라도 흑백으로 뚜렷이 구분되어 있는 지면을 부드러움으로 바꾸는 힘이 있다.

어리버리한 와타누키는 이공간의 세계에서 가만히 있어도 일이 저절로 일어나는 특이 체질을 지니고 있다. 때로는 와타누키의 어리바리함과 솔직한 얼굴표정이 자아내는 웃음은 만화세계에서 언제나 볼 수 있는 황당 웃음이라 할지라도 이 작품세계에서는 균형을 이루는 중심축이다.      

와타누키는 ‘용서’라는 카드를 지니고 있다. 요괴와 신들은 와타누키에게 과한 관심을 표한다. 그러다보니 와타누키는 때로는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결국 그는 그들을 용서한다. 유코의 모토가 인과응보라면 와타누키의 모토는 희생이나 박애가 아닐까 싶다.

그럼, 와타누키에게도 감정의 출구는 없는 것일까. 항상 자신을 희생하고 당하지만 그에게는 도메키라는 친구가 있다. 무뚜둑하니 왠지 [카드캡터 체리]에서 체리의 오빠와 비슷한 이미지를 지녔다. 도메키는 말이 없지만 중요한 때에 그 역할을 한 번에 해내는 조력자인 샘이다. 요괴나 기이한 것들을 보고 끌어들이는 그의 보디가드 겸 주인인(아무튼 이 관계는 좀 복잡하다. ^^;;) 도메키는 중요한 순간에 그를 구해준다. 와타누키는 도메키에게 미안함을 감춘 화를 낸다. 도메키만이 와타누키의 억눌린 스트레스를 받아주는 소통의 창인 것이다.   


[XXXHOLIC]: CLAMP 세계의 연결 끈을 쥐게 될 것인가. 

  [XXXHOLIC]의 세계의 행보가 뿌리 깊이 퍼져나가는 CLAMP의 지하세계의 정점에 슬지 그 귀추가 궁금해진다.

와타누키, 힘내!

넌 아마 큰 인물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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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토 Pluto 1
테츠카 오사무 지음, 우라사와 나오키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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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위협받는 로봇들

[마스터 키튼], [몬스터], [20세기 소년]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일본 대표 작가 우라사와 나오키의 새로운 작품 [PLUTO]가 우리 곁을 찾아왔다. 아직 끝을 내지 못한 작품 [20세기 소년]이 있는데도 무리하게 신작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팬들의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신작이 나온 데는 작가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걸고 나온 신작은 일본 망가와 애니메이션계의 대부 데즈카 오사무의 최고의 작품 [아톰]의 히어로 아톰이 작품에 등장한다는 것부터 화제를 몰고 왔다.

아톰은 단지 캐릭터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일본의 대표적인 마스코트라 할 정도로 아직까지 인기가 뜨겁게 이글거리고 있다. 그런 탓에 아톰에 관한 라이선스가 민감하게 작용한다. 그래서 우라사와 나오키는 데즈카 프로덕션에게 아톰을 작품 내에 등장시키는데 허락을 받아야 했다. 물론 데즈카 프로덕션에서도 이를 반겼다고 한다. 내 생각에 아톰이 다른 작품에 녹아들었을 때 오는 색다른 매력을 수 있는 좋은 기회요, 작가 우라사와 나오키의 아톰에 대한 궁금증이 낳은 홍보효과도 클 것이라 본다. 물론 데즈카 오사무의 아들인 데즈카 미코토가 감수로 참여했다고 하니 기존 아톰의 이미지와 우라사와가 생각하는 아톰 이미지에 절충적인 NEW 아톰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Pluto]의 배경은 인간과 로봇의 구별이 어려울 만큼 안드로이드형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어느 미래이다. 스위스 큰 산불이 일어난 후, 삼림청 로봇 몽블랑이 산산조각 난 채로 발견이 ‰榮? 전세계는 로봇 몽블랑의 죽음을 애도한다. 로봇 몽블랑은 환경운동 로봇으로 전세계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로봇이었던 것. 그런 몽블랑이 누구에게 죽음을 당했다.

 

 

 

 

 

 

--> 몽블랑은 마치 독일 1920년대 독일 표현주의 사조의 대표작 [메트로 폴리스]에 나온 ‘마리아’의 모습을 따온 구식 로봇 모습을 하고 있다.

 

 몽블랑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유로폴(유럽비밀경찰)의 특별 수사관 게지히트(인간형 로봇)가 수사를 시작했다. 그는 몽블랑 관련 조사 중에 터진 살인사건은 로봇 몽블랑의 살해사건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피해자들의 머리 위에 박힌 두 개의 철심에서 사건의 연계성을 쫓는다. 그는 8년전 인간을 살해해 지하감옥에 있는 로봇 브라우1589를 찾아가 사건 자료를 주며 물어본다. 마치 영화 [양들의 침묵(1991)]에서 FBI 요원 스탈링(조디 포스터) 살인 사건의 연계성을 악마 같은 살인자 렉터박사(안소니 홉킨스) 장면을 연상시킨다. 무엇이든 알고 있는 듯한 브라우1589는 그 두 개의 철심을 보며 고대유럽의 신으로 전사의 혼을 빼앗는 사냥군 헌으로 그리스 로마신화에서는 명계의 왕 하데스, 로마신화에서는 '플루토‘라 불린다는 말한다. 그리고 그는 9명을 죽일 것이라 말한다. 브라우1589의 대사에 오싹해진다.


그 밖에 등장하는 로봇들은 너무나 성실하고 자신의 일에 만족하는 인간보다 더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로봇들이다. 그리고 등장하는 소년 로봇 아톰. 인간형 로봇으로 재탄생되는 아톰의 귀여운 모습에서 기존 아톰의 모습과 어떻게 매치시켜야 할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인간과 같은 외모와 고민하고 생각하는 로봇의 모습은 신인류를 보는 것 같다. 인간의 나약성과 로봇의 차가운 피를 보완한 새로운 인종의 편입이 놀랍다. 단순히 로봇과 인간의 이분법적인 시야에서 벗어나, 인간의 종속적 물건에서 로봇 스스로가 주도적인 주인공이 되었다는 점이 어느 SF 만화와는 차별화되었다. 너무나 뛰어난 로봇들 인간의 시기를 받는 것일까. 누군가에게 브라우1589가 말한 플루토에 의해 살해될 9명의 로봇들의 목숨(?)은 어떻게 될 것인가. 게지히트도 이 죽음에서 벗어나 다른 로봇을 지켜줄지 그의 수사여정이 기대된다.


앞으로 등장할 로봇은 누굴까.


명대사: “로봇이든 인간이든, 그 녀석에게는 악마가 깃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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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형 로봇=안드로이드 로봇

**플루토(명왕성)으로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태양계 행성이었으나, 크기가 너무 작고 공존궤도가 너무 불규칙하다는 이유로 소행성으로 격하되었습니다. 뭐 이게 다 2006년 9월에 정해졌다줘. 상식 한마디: 명왕성의 새 이름은 소행성134340입니다.

**[PLUTO]는 현재 일본에서 3권까지 발매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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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구리의 계절 1
야치 에미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스구리의 계절

에미코 야치

서울 문화사


무덥고 탈도 많고 일도 많았던 여름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여름이 지나간 자리에 가을이 자리를 잡았다. 매일 아침 선선한 바람과 파란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구름 뭉텅이를 보면 ‘벌써 가을이구나’ 하는 혼잣말이 절로 나온다.


가을을 ‘천고마비의 계절’ 혹은 ‘독서의 계절’ 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여러모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결실을 맺는 이 시기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말이다. 물론 가을의 거창한 수식어에 기가 죽어 사는 나 같은 사람들은 가을이 그다지 반갑지는 않다. 자취생이라 제대로 된 영향섭취를 못하는데 오는 상대적 박탈감과 읽고 싶은 책은 많으나 발 앞에 떨어진 리포트를 처리하기 위해 절대 과제가 아니면 찾지 아니하는 두꺼운 책들과 씨름하고 있노라면 도대체 가을의 선선한 바람과 멋찌구리한 풍치에 오히려 반박하기 일쑤다. 어쨌든 서두가 너무 길었다. 그런 내게 그나마 짧은 시간 내에 즐길 수 있는 만화는 나의 소중한 여가활동임에 틀림이 없다.


가을을 피하고 싶은 자취생의 위로품


그런 중에 에미코 야치의 [스구리의 계절]은 가을에게 당한 배신감을 일부 해소시켜 줄 정도의 내공의 지닌 작품이다. 컷트 머리에 먼 곳을 응시하고 있는 소녀, 스구리의 포즈는 사진 속 어느 장면을 보는 것 같다. 스구리는 정적인 포즈를 하고 있지만 그녀의 깊은 눈망울 보고 있노라면 뭔가 내게 말을 할 듯하다. 결국 그녀의 최면에 걸려 든 것인가. 나는 스구리의 계절에 동참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내게는 가을이 큰 의미를 못 가지니, 스구리의 계절로 대리만족이나 하자는 심보에서이다.


수수한 일상을 잘 표현하는 작가 에미코 야치

 

작가 에미코 야치의 작품 중 본 것은 [내일의 왕님]과 [네가 사는 꿈의 도시]가 전부이다. 처음으로 접한 [내일의 왕님]의 경우 배우를 꿈꾸는 여자 주인공이 아마추어 극단에 들어가서 연기력을 향상시킨다는 내용이던가...[유리가면]과는 달리 수수한 여주인공의 극단 생활과 평범한 사랑이 화려한 사랑을 하는 여타 순정만화 주인공과는 다른 행보를 걷기에 그 점에 오히려 신선했다. 그러나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 커다란 사건이나 반전 혹은 비밀이 전무했기에 오는 심심함이라 할까. [네가 사는 꿈의 도시]는 평범하게 살던 소녀로 어느 날 노부인인 찾아와 자신의 손녀라고 밝힌다. 노부인은 역시나 부자로 대저택으로 이사를 오게 된다. 하지만 소녀는 나름대로의 뚝심으로 할머니에게 반항을 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간다. 신데렐라의 길을 포기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 열심히 나아가는 소녀의 스토리는 그야말로 소설 속 빨간 머리 앤을 연상시킬 정도로 굳세고 맑았다. 에미코 야치는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 극적인 요소보다는 멜로드라마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전개가 빠르지 않지만 여운을 주는 대사, 주인공의 심리적 고민 장면으로 주인공의 속 내음을 독자에게 아련하게 흘린다. 주인공의 일상적인 생활과 추억을 소재로 하는 에미코 야치의 [스구리의 계절]은 어떠할까.


추억의 그늘을 깨고 진정한 인형 조각가의 길로 첫발을 디디다. 


스구리는 어릴 적 친하게 지내던 이웃집 센이 남긴 목각인형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더욱이 센이 준 이별선물인 목각인형을 계기로 목각인형 조각을 배우고 있는 대학생이다. 스구리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소년 센과 지냈던 나날들이었다. 그녀의 현재 일상은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집에서 운영하고 있는 음식점을 도와주는 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착하고 불평 불만도 안하는 이 천사 같은 스구리를 보고 있자면 답답하기까지 한다. 만화 속 주인공인데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야지 하고 되레 애꿎은 만화책에 불평을 토한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스구리야말로 대단한 주인공이다. 왜? 그건 직업에 관해 갖고 있는 편견들을 벗어버리면 간단하다. 스구리는 센이 준 목가인형을 계기로 자신의 진로를 정했다. 그리고 그녀는 20살이 지금까지 열심히 목각인형조각을 배우고 있다. 자신의 길을 홀로 외롭게 걸어가지만 그녀에게는 목각인형을 조각하면 센을 만날 수 있다는 아름다운 소망을 가지고 있다. 목각인형을 만들면서 많은 생각을 해가는 스구리의 혼잣말은 그녀의 순수함과 작품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우연한 계기로 다시 만나게 된 센을 위해 목각인형을 만드는 스구리, 추억에 의한 조각에서 진정 자신만의 조각을 위해 나아가는 그녀의 성장, 하지만 그는 스구리가 그렇게 만나고 싶어 하던 센이 아닌데...벌써부터 2권 소식이 기대되는 작품 [스구리의 계절]이다.       


이 작품을 읽고 나면 만화라기보다는 좋은 소설을 읽은 느낌이 드는 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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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따위 안 할거야 3
후지와라 요시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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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학창시절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고등학생일 때야 학년이 올라갈수록 대학입시 압박으로 내 주변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급격히 줄어든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내 고3 시절 생각해 보면 하루가 12시간으로  느껴질 정도로 조급하게 살았던 것 같다. 시간은 깨진 독처럼 “콸콸” 세고 있는 느낌은 지금 생각해도 끔찍했으니깐. 물론 빠른 시간이 나중에는 하나의 스릴로 다가올 때도 있었다. 우울한 고3 얘기부터 하는 건, 여러분들이 학창시절을 되돌아보았을 때 소중한 추억을 하나를 가지고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기 때문이다. 서론이 너무 길었나 보다.;;;

후지와라 요시코의 만화 [사랑 따위 안할 거야]의 두 주인공은 학창시절의 소중한 것을 찾아냈다. 마코토와 칸나는 서로에게 사랑에 대한 첫 느낌을 가지고 나눌 수 있는 좋은 이성 친구를 가졌다. 부모님의 해외전근으로 아버지의 친구인 우스이 아저씨 집에 신세를 지게 된 마코토. 친구의 고백을 차버린 남학생을 혼내주러 간 마코토는 우연히 한 소년과 부딪치게 된다. 훤칠한 키에 단정한 머리 그리고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칸나는 바로 친구를 찬 남학생이자 우스이 아저씨의 아들인 것. 그 날부터 마코토와 칸나의 사랑의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마코토는 의리가 넘치는 소녀이지만 덜렁거리기도 하는 평범하다. 그런 모습이 칸나의 눈에 자꾸 밟힌다. 칸나와 부딪친 이후로 마코토는 이미 심장의 요동을 느껴버렸다. 이런 듯 칸나와 마코토는 서로를 좋아하게 되지만, 스스럼없이 고백하는데 망설인다.


이 만화는 시중에 가장 많은 소재로 다뤄지는 학원물이다. 아마 1권을 읽은 독자라면 2권을 집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에로틱한 컷으로 인기를 얻는 타작품들은 남학생과 여학생의 자극적인 관계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학원물이라 할지라도 적정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사랑 따위 안할 거야]는 그러한 자극이 없다. 하지만 마코토는 소녀들이 이성친구에게 가질 수 있는 실제적인 고민들을 하고 있다. 드라마틱한 전개보다는 사실적인 전개와 편안한 전개로 귀여운 이 커플의 데이트를 엿보고 싶어진다. 칸나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마코토의 떨림이나 칸나의 수줍은 고백은 아마도 우리들이 꿈꾸던 연애 로망스를 담아놓은 듯하다.            


이 작품을 보며 느낀 것은 학창시절 난 뭐했나하는 자신에 타박을 하게 된다. 중학교 3학년 때 그 친구에게 내가 먼저 고백할 껄 했나 하는 아쉬움까지 새록새록 솟아나는 건 뭔지.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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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워 오브 라이프 3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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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플라워 오브 라이프 3권

후미 요시나가


 후미 요시나가의 학원물 [플라워 오브 라이프]는 어느 작품과는 달리 생기가 넘친다. 표지를 장식한 주인공들의 해맑게 웃는 모습에서 강력한 포스를 느낀다. (물론 시니컬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마는 표지에서조차 무표정이다.) 3권의 표지를 장식한 두 사람도 역시나 뭐가 즐거운지 사이좋게 웃고 있다. 백혈병을 이겨낸 소년 하나조노와 매니악한 마지마에 의해 만화가의 능력을 뒤늦게 알아버린 다케다(2권에서 링에서 나오는 비디오 귀신인 사다코로 불림) 이 두 사람의 조합은 그다지 어울린다고 할 수 없지만, 스마일은 누구나 예쁘게 보이도록 하는 마력이 있는가 보다.

 

 2권에서는 다케다의 교내 인기 만화가 데뷔와 학교축제를 담았다. 돈에 찌든 아니 돈에 눈이 획 돌아간 마지마의 축제 연극 출연으로 벌벌 떨어야 했던 학급 반장의 마음고생은 웃으면서도 반장의 타들어가는 심정을 생각하니 그가 불쌍했다. 또 마지마의 농간으로 다케다는 자신의 만화 작품을 BL물로 내용수정을 해야만 했던 사건 등 주로 괴짜 마지마의 대활약이 맘껏 펼쳐졌었다. 

 

  3권에서는 하나조노와 미쿠니의 우정 재확인 사건을 중심으로 크리스마스 파티에 들떠있던 하나조노 반 친구들의 캐릭터가 잘 살아있다. 하나조노의 반 친구들은 묻혀있던 조연 캐릭터들인 줄만 알았는데 뜻밖의 그들의 출연이 신선하다.

 

 엄마의 재촉으로 옷을 사러 나온 다케다는 우연히 만난 친구들과 쇼핑을 한다. 하지만 다케다는 옷 보다는 화방에 마음이 가 있다. 친구들도 각자 관심 있는 아이템이 다르다. 이런 경우는 아마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친구라고 해서 관심거리가 같을 순 없지 않는가. 결국 그들만의 쇼핑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을 내놓는다. 보통 여고생들의 고민거리를 코믹하면서도 진지하게 담은 작가의 세심함이 전해지는 에피소드가 아닌가 싶다.

 

 사이가 매우 좋은 하나조노와 미쿠니의 우정 재확인 에피소드도 꽤나 즐겁다. 만화 스토리담당인 미쿠니와 그림을 맡은 하나조노의 팀워크에 비상이 걸렸다. 얌전한 미쿠니가 화를 내는 모습은 아마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닌 듯, 하나조도도 버럭 화를 내는 모습에 이 둘의 관계가 걱정된다. 물론 하나조도와 미쿠니는 그들의 만화 세계 속에서 화해를 이끌어낸다. 그 밖에 크리스마스 파티에 역할 분담을 한 반 친구들을 좌충우돌 준비기와 담임선생님의 ‘크리스마스 드라마 만들기’를 통해 밝혀지는 마지마와의 은밀한(?) 관계가 폭로된다.


 마지마만 없으면 평범한 학원물인데, 오타쿠의 최고 단계를 초월하려는 마지마의 존재감은 그야 말로 강하다. 마지마야말로 이 플라워 오브 라이프의 무게중심일 수도;;;

 마지마의 다크 포스는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보다 한 수 위인 듯 하다. 아~참, 작가는 보너스 에피소드를 마지마의 다크 포스로 끝내신다.

 

 2권에 비해 빨리 우리 곁을 찾아온 [플라워 오프 라이프 3권], 4권도 3권만큼 빨리 나오도록 해주세요. 4권에서 마지마의 웃는 모습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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