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시사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라디오 PD로 일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온 정혜윤이,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그들을 만나서 보고 들은 이야기들, 잘했건 아쉽건 자랑스럽든 후회되든 반복적으로 혹은 기습적으로 생각나는, 정혜윤 자신과 그녀가 만났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있다. 이 책은 정혜윤이 방송 편집 과정에서 잘려 나간 릴테이프들을 이어 붙인 보물 같은 120분짜리 릴테이프에서 시작한다. 120분짜리 릴테이프에는 한숨 소리, 콧물 소리, 기침 소리, 이상하게 꼬인 발음, 얼토당토않은 어리석고 진부한 의견들, 애매하고 불확실한 주장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다시 합시다" 라든가 "죄송하지만 다시 해주세요" 같은 그녀의 목소리도 들어가 있었다. 그 릴테이프를 그녀는 우울할 때 편집실 문을 닫아걸고 듣곤 했다. 그런데 몇 번을 거듭 듣는 동안, 잘려 나가게 만든 실수가 누구의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수를 만회하려는 마음, 조금이라도 더 잘해보려는 마음, 더 잘하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마음, 다시 하면 잘할 거란 믿음이었다. 그런 그녀가 그때 간절히 원했던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다시 할 수 있어요?"라고 묻는 그들의 마음을 합쳐 "다시 합시다!"라고 하는 것. 그런 마음들을 합쳐 그녀는 방송용 릴테이프가 아니라 책으로 160분(프롤로그, 본문, 에필로그)짜리 릴테이프를 만들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편집되어서 방송에 나가지 못한 이야기, 방송 후에 새로 알게 된 이야기들을 담아서. 이상하게도 잊히지 않고 오랫동안 가슴속에 남아 영원히 살아 있는 이야기들을 담아서. 자신과 그 이야기들을 들은 사람들에게 반려 이야기가 되고 있는 이야기들을 담아서. [알라딘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