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걱정이 진심인지, 단순한 조언인지 걱정을 가장한 참견이나 비웃음인지, 어떤 목적을 숨긴 접근인지, 어떻게 구분할수 있습니까?"
"뭐?"
탁 소리와 함께 테이블에 잔이 놓였다. 둥근 잔 속에서 진한자줏빛 와인이 출렁였다.
"결국 받아들이기 나름이겠죠. 아무리 선의를 가지고 걱정해도 상대가 귀찮아할 수도 있겠고, 악의를 가지고 접근해도 상대는 위안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인간의 삶이 그토록 허술하다는 뜻일까. 철학이니 종교니 떠들어 대지만 결국 인간의 삶은 형편없는 모순덩어리에 불과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중요한 것은 어떤 의도가 아니었다. 어떤 힘이움직이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
"한 가지는 분명해."
"네 걱정은 전혀 위로가 안 된다는 거야."
뚜벅뚜벅 낮은 구두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위로는 안 되겠지만 도움은 되실 겁니다. 더 마셨다가는 내일아침 첫 수업에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림자는 무례하지 않을 정도로만 민첩하게 움직였다. 테이블에서 둥근 잔이 사라지더니 곧바로 생수 한 병이 놓였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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