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율아, 학교 가?"
달이가 헤벌쭉 웃으며 먼저 알은척했다.
얄팍한 점퍼에 다리지 않은 교복 바지, 덥수룩하게 자란 머리에 폐교 유리창처럼 뿌연 안경 렌즈, 사실 승율이는 학교에 빠진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아이였다. 나라에서 무단결석 학생을 전수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리지 않는 한, 아무도 찾지 않을 아이였다. 흔전동에 산다는 건 그런 것이었다. 사채업자를 피해 야반도주하는 부모를 따라 전학 수속도 못 하고 사라진다거나, 아니면 부모가 이 마을에 아이만 데려다 놓고 종적을 감춰 버린다거나. 흔전동은 누군가의 증발이 일상적인 곳이었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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