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어떻게 기억해?"
"뭘?"
"내가 닭 못 먹게 된 거 말이야."
"기억나니까 기억하는 거지 뭐. 그때 나는 여덟 살이었어."
누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누나의 모는 말은 음계로 따지자면 ‘도‘다. 다른 여자들이 ‘미‘와 ‘솔‘을 오가며 이야기를 하는 것과 달리, 누나의 목소리 톤은 늘 ‘도‘를 유지한다.
누나는 잘 테니까 텔레비전 볼륨을 줄이라는 말을 남기고 방으로 들어갔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걸 누나는 기억하고 있다. 누나가 기억하지 못하는 걸 내가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또 어쩌면 우리는같은 것을 서로 다르게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렸을 때는누나와 함께한 시간들이 정말 많았다. 언제부터였을까? 누나와 내가 멀어지기 시작한 것이? 누나가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아니면내가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그것 역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 P8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