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천천히 움직였다. 바닥에 던거두었던 가방을 천천히 집어 들고 의자 등받이에 걸쳐 둔 외투를 천천히 입고, 아이들한데 천천히 떨어져 나와, 아주 천천히 완전히 혼자가 되어문을 향해 걸어갔다. 나는 기다렸다. 아무도 한 마디도 하지않았다. 말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보기만 했다. 나는 문을 열고 뒤돌아서서, 아이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나만 빼고 다들 총을 쏘렴!"
나는 문을 쾅 닫고는 달음질치기 시작했다. 줄곧 달리고또 달렸다. 변두리에서 시내로 들어갔다.
"총, 나는 쏘지 않겠어!"
큰 소리로 외치고는 그 바보 같은 명령을 땅바닥에 짓이겨버리려는 듯 허공을 향해 힘껏 점프했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 광장 건너 나의 나무 집으로 달려갔다. 줄사다리를 올라나무 집에 털썩 주저앉으며 소리쳤다.
"싫어! 나는 적은 만들지 않겠어!"
갑자기 서러운 울음이 터져 나왔다. 정말 내 친구 밀라인가? 정말 우리 친구 테오인가? 무표정한 아이들이 몇 주 전만 해도 교실에서 같이 장난을 치고 바닥을 구르며 깔깔 웃어대던 아이들인가? 믿을 수 없다. 1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