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세트 - 전3권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장영재 옮김 / 더클래식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위선, 가식, 모순, 수치 그리고 진솔

   1권을 읽고 떠오르는 낱말들이다. 톨스토이는 자신과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이런 마음이 들었을 것 같다. 러시아 귀족의 모습을 통해 사람은 위선과 가식으로 화장을 하고 있는 모순된 존재라고 여긴 것 같다. 톨스토이 자신도 레빈이나 바렌카처럼 고결하고 진솔한 삶을 살고자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부분도 많다. 오죽하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속담도 있겠는가?

   안나도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지고는 남편에 대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다르게 보기 시작한다. 첫 눈에 이런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가능할까?

   수치라는 말도 많이 등장한다. 우리나라 식으로는 염치라고 해도 될까? 정말 부끄러움을 알아서 쓰는 말일까? 접대용 멘트였을까? 둘 다 인 것 같다. 처음에는 안나도 수치를 느끼지만, 사랑의 콩깍지(?) 때문에 점점 양심이 마비되어 간다.

   톨스토이는 어떻게 사람의 내면을 이렇게 잘 알 수 있었을까? 줄거리만 알았을 때는 알 수 없는, 왜 사람들이 오랜 세월동안 고전이라고 말해야 하는지 밝혀주는 작품이다. 3권까지 하면 전부 1500여 쪽이 넘는 책이고, 120여쪽까지는 주인공(?)인 안나도 제대로 등장하지 않지만, 읽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많은 등장인물 곳곳에 내 모습도 발견되어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기 때문이다.

 

죽음

   2권도 500페이지가 넘지만 계속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다. 물론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읽는 것을 중단하게 만들지 못한다. 2권 역시 탁월한 비유들이 많다. 러시아이고 100여년 전에 쓰여진 책인데도 그 비유가 이해가 된다.

   안나는 이기적이라 욕이 절로 나온다. 카레닌은 아들까지도 데려가라고 하는데, 그냥 브론스키와 떠나는 안나이다. 카레닌에 있어서는 이별도 죽음인데 말이다. 그런데, 또 자기의 욕망을 위해 아들을 보러 온다. 더 감정이입이 되는 것은 카레닌이다. 나도 남자라서 그런가? 아니면 감정이입이 안나보다 더 잘 돼서 그런가?

   또 하나의 주인공이라 생각되는 사람은 레빈이다. 2560여 페이지의 절반 가까이에 등장한다. 형을 통해 죽음이라는 문제와 직면하는 레빈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종교란 인간 삶에서 무엇일까? (노동)이란 인간의 삶에서 무엇일까? 한 예로 당시에 제기한 여러 사회문제(노동과 소득의 반비례 문제(3, p.198) )가 여전히 지금도 유효한 것을 볼 수 있다. 사람 사이의 진실한 관계는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떠오르게 하는 인물이다.

   소설인데 희곡이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로 심리와 행동 묘사가 탁월하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과 일상에서의 영성

   안나가 불행한 이유는 대가를 바랬기 때문인 것 같다.(3, p.391) 레빈이 톨스토이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해설을 보며 맞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가 잘난 체 하기 위해 또는 교양있어 보이기 위해 한자나 영어를 사용하듯 당시의 러시아는 프랑스어를 사모했나보다.

   영혼과 하느님을 위해 사는 것, , 하나님을 사랑하고 내 이웃을 사랑하는 삶이 자신의 삶의 목적임을 레빈은 발견했다(레빈에게 주어졌다)(3, p.450, p.454, 458, 463). 자신만 파고들던 안나는 결국 불행한 결말을 맞이한다. 삶의 목적을 발견했지만 레빈은 일상에서 평상시의 모습을 유지한다. 그럼에도 이것을 일상에서의 영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3, p.495) 복수하고 사랑하는 이가 아파하도록 하기 위해 죽음을 택한 안나와 달리 레빈에게 있어서 죽음도 두렵지 않게 하는 삶의 모습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