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결국 말 잘하는 사람이 이긴다
신현종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 일흔을 넘기고 돌아보니, 인생의 수많은 기쁨과 슬픔, 관계의 맺힘과 풀림이 결국 ‘말’ 한마디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젊은 시절에는 화려한 언변이나 논리적인 반박이 말을 잘하는 것인 줄 알았다. 상대를 제압하고 내 뜻을 관철하는 것이 이기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신현종의 <결국 말 잘하는 사람이 이긴다>를 읽으며, 내가 평생 품어온 ‘말’에 대한 생각이 얼마나 얕았는지, 그리고 진정으로 ‘이기는 말’이 무엇인지 깊이 되돌아보게 된다.
이 책은 단순히 상대를 설득하는 기술이나 말재주를 가르치는 책이 아니다. 저자가 말하는 말하기의 핵심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태도에 있다. 책 장을 넘길수록 이 책은 처세술 교본이라기보다, 살아온 날들을 점검하게 만드는 소리 없는 경책처럼 다가왔다. 70대의 눈으로 바라본 이 책의 진가는 비움과 절제의 아름다움에 있다.

젊어서는 내 주장을 펴기 바빴고, 남의 이야기를 끊고 들어가는 경솔함도 많았다. 하지만 저자는 상대의 마음을 여는 가장 강력한 말하기는 다름 아닌 ‘듣기’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진정한 소통은 내 입을 열어 지식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귀를 열어 상대의 고단함을 받아주는 데 있다.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주머니는 열라던 옛말이 떠오른다. 노년의 말하기 역시 마찬가지다. 젊은이들에게 경험을 훈수 두고 잔소리를 늘어놓는 것은 관계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진정으로 말 잘하는 어른은 많은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꼭 필요한 순간에 따뜻하고 정갈한 한마디를 건넬 줄 아는 사람이다.

책 속에는 대화의 주도권을 잡는 법,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드는 비언어적 표현, 감정을 조절하며 대화하는 법 등 실용적인 지혜들이 가득하다. 70대의 시선에서 특히 울림을 준 것은 ‘감정의 절제’에 관한 대목이다. 살다 보면 억울한 일도 있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감정에 휘둘려 내뱉은 말은 결국 자신을 베는 칼이 되어 돌아온다고 말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감정의 기복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침묵과 말의 타이밍을 조절할 줄 아는 성숙함을 갖추는 일이다. 이 책은 내가 지난날 홧김에 내뱉었던 언사들, 그로 인해 상처받았을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며 깊은 반성을 부른다.

또한, 이 책은 단순히 타인과의 대화에 그치지 않고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점검하게 만든다. 우리가 평소 스스로에게 내뱉는 말들이 결국 우리의 삶을 규정한다. 일흔이라는 나이는 인생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제 와서 뭘 하겠어”라는 자조적인 말 대신, 스스로를 격려하고 긍정하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책은 말해준다. 내가 쓰는 말이 곧 내 삶의 결이 되고 인품이 된다.

<결국 말 잘하는 사람이 이긴다>에서 말하는 ‘승리’는 상대를 굴복시키는 야박한 이김이 아니다. 서로의 자존감을 지켜주며 상생하는 승리, 그리하여 내 삶의 주변에 온기 있는 사람들을 남기는 승리다. 인생의 가을 길에서 이 책을 만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남은 삶 동안 나는 어떤 말을 남기며 살아갈 것인가. 내 입에서 나가는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아닌 따뜻한 위로가 되기를, 과시가 아닌 겸손한 지혜가 되기를 바란다. 말의 무게를 아는 어른이 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특히 지나온 삶을 정리하고 품격 있는 노년을 준비하는 동년배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