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테르 연인
박소미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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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 칠십을 넘어서면 세상의 많은 것들이 무덤덤해지기 마련이다. 눈부시게 뜨겁던 청춘의 열정도, 가슴을 쥐어짜던 이별의 쓰라림도 시간이라는 커다란 맷돌에 갈려 정갈한 앙금으로 침전한다. 창가에 앉아 고요히 책장을 넘기는 시간이 일상이 된 이 나이에, 박소미 시인의 시집 <베르테르 연인>을 마주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고전적이고 아련한 향기는 지나온 생의 숱한 마디들을 나지막이 불러내었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열정과 갈망, 그리고 열병 같은 절망을 상징한다면, 박소미 시인이 담아낸 <베르테르 연인>은 그 뜨거움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기억의 온기이자 삶의 희로애락이다. 시인은 사람이 살아가며 겪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 그리고 일상의 소소한 순간에 깃든 감정들을 과장 없이 섬세한 어조로 가꾸어 냈다. 이별을 그저 흘려보내야 할 슬픔이나 절망으로 보지 않고, 훗날 찾아올 또 다른 만남과 아늑한 추억의 자양분으로 바라보는 눈길이 따뜻하다.

 

칠십 대의 시선으로 이 시집을 읽으며 특히 마음이 머물렀던 지점은, 시인이 어둠 속에서도 기어이 희망의 음색을 놓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인생이란 결국 어둠과 빛이 세세하게 교차하는 무늬가 아니던가. 젊은 날에는 어둠이 찾아오면 그것이 세상의 끝인 줄로만 알아 밤잠을 설쳤지만, 돌이켜보면 그 어둠 속에서도 봄풀처럼 조용히 돋아나던 희망의 싹들이 우리를 여기까지 이끌어주었다. 시인은 희로애락이라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에 고운 시적 음색을 덧칠하여, 삶의 모퉁이 마다 흩어져 있던 감정의 조각들을 정성스레 수습한다.

 

시집에 담긴 시들은 관념의 유희나 난해한 수사에 매몰되지 않고 일상의 구체적인 풍경과 부드럽게 밀착되어 있다. 계절이 바뀌고, 바람이 불고, 그 속에 지나온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이 정갈한 문장으로 피어난다. 백발이 멀끔해진 노년의 서재에서 이 시들을 나지막이 읊조리노라면, 마치 오랫동안 잊고 지낸 옛 친구의 편지를 마주한 듯 마음 한구석이 훈훈해진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저마다의 베르테르를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특정한 사람이었을 수도 있고, 미쳐 다 이루지 못한 열망이었을 수도 있으며, 청춘 그 자체였을 수도 있다. 박소미 시인은 그 아릿하고 고단했던 기억들을 미움이나 한으로 남겨두지 않고, 맑고 고운 언어로 씻어내어 우리 앞에 바쳐놓았다.

 

시집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뜰 앞의 나무를 바라본다. 세월의 무게만큼 나이테를 늘려가는 나무처럼, 시인의 시 언어 역시 삶의 굴곡을 다정하게 품어 안고 있다. 이 시집은 지나온 날들을 쓸쓸히 추억하는 이들에게는 온화한 위로가 되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희망의 언어가 될 것이다. 감정의 과잉 없이 지극히 순수하고 단정한 시어로 인간 본연의 따스함을 일깨워준 작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서 삶을 정 직하게 되돌아보고 싶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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