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 코더를 위한 최소한의 AI/IT 지식 - '이게 왜 되지?' 개발 안 해본 개발자의 난생처음 바이브 코딩 입문서
클리커 지음, 이희영 옮김 / 한빛미디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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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칠십 평생 수많은 도구를 손에 쥐어봤다. 몽당연필부터 시작해 타자기, 워드프로세서, 그리고 이제는 이름조차 생소한 생성형 AI’라는 물건까지 왔다. 최근 몇 년 사이 세상은 이 신기한 요술램프에 열광하고 있고, 나 역시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 그 램프를 문질러보곤 했다. 화면 속 AI에게 두서없이 말을 걸면 그럴듯한 답변이 쏟아져 나온다. 가끔은 내가 평생 써온 칼럼보다 유려한 문장을 내놓기도 하고, 모르는 기술 용어를 섞어가며 코드를 짜주기도 한다. 그럴 때면 , 핵심을 찔렀네!” 싶다가도, 문득 뒤돌아서면 허망해진다. 정작 나는 그가 왜 그런 답을 냈는지, 이 코드가 내 컴퓨터 어디에 박혀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이희영 저자의 <바이브 코더를 위한 최소한의 AI/IT 지식>은 바로 그 허망함의 정체를 정확히 짚어낸다. 소위 말하는 바이브 코딩’, 즉 분위기와 느낌만으로 AI를 부리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묻는다. 언제까지 AI의 손발 노릇만 할 것이냐고. 이제는 AI머리가 되어야 할 시간이라고 말이다.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 친절함에 있다. 보통 IT 기술 서적이라 하면 셰프들이나 쓸 법한 날카롭고 복잡한 칼날 같은 용어들이 난무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은 가정에서 요리하는 보통 사람들을 위해 칼 쥐는 법부터 차근차근 설명한다. 70대의 입장에서 볼 때, 이는 마치 마을 총회에서 복잡한 법적 절차를 마주했을 때 느끼는 막막함을 해소해 주는 명쾌한 가이드북과 같다. 우리는 무언가를 실행할 때 결의가 필요하고 구조를 알아야 한다. AI도 마찬가지다. 프롬프트를 넣고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블랙박스처럼 깜깜했다면, 저자는 그 박스 안의 최소한의 메커니즘을 꺼내 보여준다.

 

특히 공감이 갔던 지점은 AI는 자신 있게 틀리는가에 대한 설명이다. 나이가 들면 경험이 쌓여 함부로 확언하지 않게 되는데, 이 젊은(?) AI라는 녀석은 모르는 것도 아는 체하며 당당하게 거짓말을 한다. 할루시네이션(환각)이라 불리는 이 현상을 이해하고 나면, AI를 맹목적으로 믿던 태도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사용자로 거듭나게 된다. 같은 프롬프트를 넣어도 왜 매번 결과가 다른지, API라는 것은 도대체 어떤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지 읽다 보면, 내가 그동안 안개 속에서 휘두르던 칼이 조금씩 선명해지는 기분이 든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기술을 배운다. 운전을 배우고, 스마트폰 사용법을 익히고, 키오스크 앞에서 땀을 흘리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히 딸깍하고 버튼을 누르는 것과 그 버튼이 연결된 회로를 짐작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이 책은 후자의 영역, 구조적 사고로 우리를 안내한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마을의 대소사를 챙기며 기록을 남기는 사람으로서 AI는 분명 훌륭한 조력자다. 하지만 조력자가 나보다 똑똑해 보인다고 해서 내 주도권을 넘겨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최소한의 지식은 단순히 유식해지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생존 지식이자, 도구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방어기제다.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뭐가 되긴 된다는 요행은 한두 번으로 족하다. 서비스를 확장하거나 더 깊이 있는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는 결국 원리를 아는 머리가 필요하다.

책을 덮으며 생각한다. 70세가 넘어서도 배울 것이 있다는 사실은 축복이다. 다만 그 배움이 고통스러운 암기가 아니라, 이 책처럼 ,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무릎 치는 깨달음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AI라는 거대한 파도 위에서 바이브만으로 서핑하는 것은 위태롭다. 파도의 흐름을 읽고 보드의 구조를 이해하는 사람만이 더 멀리, 더 안전하게 나아갈 수 있다.

 

이 책은 AI라는 낯선 신대륙에 첫발을 내디딘 시니어들에게도, 느낌만으로 코딩하며 아슬아슬한 재미를 느끼던 젊은 세대에게도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도구는 쓰는 사람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내가 더 똑똑해져야 내 AI도 비로소 내 머리가 되어줄 수 있다는 진리를 이 책은 시종일관 유쾌하고 쉽게 설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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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X 리더십의 본질 - AI 전환시대, 리더가 갖춰야 할 8가지 핵심역량
유경철 지음 / 천그루숲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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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흔의 고개를 넘어서니 세상의 속도가 무섭다. 손주 녀석들이 스마트폰으로 뚝딱 그림을 그려내고, 텔레비전에서는 인공지능(AI)이 소설도 쓰고 바둑도 이긴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평생을 현장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람이 곧 재산이라 믿고 살아온 나 같은 노병에게, 요즘의 기술 변화는 때로 소외감을 넘어 두려움을 준다. “이제 리더십도 기계가 대신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 때쯤, 유경철 저자의 <AI x 리더십의 본질>을 만났다. 이 책은 기술의 파도 속에서 길을 잃은 이들에게 던지는 따뜻하고도 날카로운 나침반과 같다.

 

책을 덮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역설적이게도 안도감이었다. 저자는 AI가 아무리 비약적으로 발전해도 사람의 마음을 읽고, 일에 의미를 부여하며, 함께 성장하는 리더십의 본질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70년 인생사를 돌이켜봐도 그렇다. 산업화 시대에도, 정보화 시대에도 기술의 이름만 바뀌었을 뿐, 결국 누군가를 움직이게 하는 힘은 그 사람의 진심을 건드리는 한 마디태도에서 나왔다.

 

과거의 리더십이 카리스마로 대중을 압도하는 것이었다면, AI 시대의 리더십은 방향을 잡는 일이다. 챗봇이 정답을 내놓고 데이터가 성과를 예측하는 시대에, 리더가 할 일은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기계는 계산은 잘할지 몰라도, 인간의 가슴을 뛰게 하는 비전은 만들지 못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이 지점은 오랜 세월을 살아온 나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 책은 단순히 AI 활용법을 알려주는 기술서가 아니다. 오히려 AI라는 거울을 통해 리더가 갖춰야 할 8가지 핵심역량 비전 제시, 디지털 리터러시, 인간 중심 소통, 자기인식, 감성지능, 영향력, 학습민첩성, 성과관리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자기인식감성지능이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타인의 행동 패턴을 파악할 수 있지만, 리더 본인이 느끼는 고뇌와 떨림, 그리고 상대방의 눈빛 속에 담긴 비언어적 슬픔까지는 포착하지 못한다. 늙은 나의 눈에는 조직 안에서 외로워하는 젊은이들이 보인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데이터에 기반한 성과 분석이 아니라, “요즘 많이 힘들지?”라고 건네는 리더의 따뜻한 손길이다. 저자는 기술이 모든 것을 자동화할 때, 조직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한 끗은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역량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이것이야말로 70대인 내가 젊은 리더들에게 유산으로 남겨주고 싶은 지혜이기도 하다.

 

저자는 AI 시대의 리더십을 용기라는 단어로 정의한다. 이 부분이 이 책의 백미다. 비전을 선언하는 용기, 자신의 약점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용기, 불편한 피드백을 끝까지 듣는 용기,“나는 아직도 배우는 중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나이가 들수록 가장 힘든 것이 바로 이 용기. 아는 체하고 싶고, 가르치고 싶고, 내 방식이 옳다고 고집하고 싶은 유혹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완벽하지 않아도 실행하고, 끊임없이 배우려는 학습 민첩성을 강조한다. AI는 지식을 습득하지만, 인간은 배우는 과정에서 겸손을 익힌다. 리더가 나도 잘 모른다, 함께 배워보자라고 말할 때 조직의 문화는 바뀌기 시작한다. 70 평생을 살아보니 진짜 리더는 힘 있는 자가 아니라, 끝까지 배우려는 용기를 가진 자였다.

이 책은 노년의 나에게도 깊은 성찰을 주었다. “나는 과연 내 삶의 리더로서 배우는 용기를 가졌는가?”를 되묻게 한다. AI와 공존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살아가는 이 시대의 모든 리더에게, 그리고 기술의 속도에 현기증을 느끼는 동년배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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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들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
김성훈 옮김, 후나야마 신지 감수 / 성안당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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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대인은 자각하지 못한 채 일상 속에 셀 수 없이 많은 독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공기 중에도, 음식물에도, 심지어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약에도 독소가 존재한다. 우리는 지금 끼니마다 잘 차려진 몇 그릇의 독을 음식으로 먹고 있는 중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날마다 집에서건 길거리에서건 일터에서건 독성 화학 물질로 가득 찬 공기를 마시면서 살고 있는 중이다.

 

후나야마 신지가 감수하고 김성훈이 번역한 이 책은 인류의 역사, 화학, 생물학 속에 숨겨진 의 양면성을 흥미로운 에피소드로 풀어내며, 공포의 대상이었던 독이 어떻게 인류 지식의 보고가 되었는지를 조명한다.

 

저자는 독의 본질을 용량의 문제로 정의한다. 적절한 양은 생명을 구하는 약이 되지만, 선을 넘는 순간 생명을 앗아가는 무기가 된다는 파라셀수스의 명언을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 입증해 나간다. 텃밭에서 식물을 키우며 해충과 사투를 벌이거나 식물의 자생력을 관찰해온 이들에게, 식물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화학 물질() 이야기는 자연의 정교한 방어 기제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이 책은 단순한 과학 지식을 넘어 인류사의 결정적 순간마다 등장했던 독의 역할을 추적한다.

소크라테스의 사약이었던 독미나리부터 클레오파트라의 뱀독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흐름을 바꾼 상징적인 사건들을 화학적 분석과 함께 흥미롭게 서술한다. 생물들이 포식자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독의 진화 과정을 읽다 보면, 생존을 향한 생명체의 끈질긴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는 복잡한 지식의 체계를 탐구하며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가는 독자들에게 지적 쾌감을 선사한다.

 

저자는 먼 나라 이야기뿐만 아니라 우리가 먹는 음식과 주변 식물 속에 숨겨진 독성 성분들도 다룬다. 감자의 싹, 복어의 독, 심지어 우리가 즐겨 마시는 카페인까지, 일상적인 소재를 과학적으로 해부한다. 뇌과학이나 미래 기술에 관심을 두고 정보를 선별하는 안목을 지닌 이들에게, 이 책은 세상을 구성하는 물질들의 보이지 않는 위협을 감지하고 대처하는 생활 과학의 해독력을 길러준다.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인류가 어떻게 이 무서운 독을 길들여 현대 의학의 도구로 탈바꿈시켰는가 하는 점이다. 독화살의 성분으로 마취제를 만들고, 치명적인 보툴리누스균으로 미용과 치료에 활용하는 과정은 인류 지성의 승리를 보여준다. 기술의 변화를 유연하게 수용하고 이를 도구 삼아 더 나은 가치를 만들어내려는 현대의 지식인들에게, 독의 역사는 위험을 기회로 바꾸는 통찰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 책 <(): 잠 못 들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는 제목만큼이나 강렬한 몰입감을 준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화학과 생물학적 지식을 일상적인 언어와 흥미로운 사례로 버무려내어, 지식의 깊이와 읽는 재미를 동시에 잡았다. 이 책은,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자연이 얼마나 정교하고도 위험하며, 동시에 경이로운 논리로 가득 차 있는지를 일깨워주는 매혹적인 가이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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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안지 않는 연습 - 나를 소모하지 않는 마음 수업
마스노 슌묘 지음, 한성례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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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칠십 평생을 살아오며 우리 세대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아마도 참고 견뎌라”, “남에게 폐 끼치지 마라”, 그리고 집안의 기둥이 되어야 한다는 말들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무거운 배낭을 짊어진 채 쉼 없이 달렸다. 그런데 고희(古稀)를 넘기고 보니, 그토록 소중히 지키려 했던 좋은 사람이라는 껍데기가 사실은 나를 가장 옥죄는 감옥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마스노 슌묘 스님의 혼자 떠안지 않는 연습은 바로 그 지점, 를 잃어버린 채 완벽을 연기하며 살아온 우리 세대에게 던지는 따뜻한 죽비와 같다.

 

저자는 불교의 제법무아(諸法無我)’를 핵심 키워드로 제시한다. 세상의 모든 것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이 단순한 진리가, 왜 나이가 들수록 더 깊게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젊은 시절에는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믿었다. 마을의 대소사를 챙기고, 자식들을 건사하며, 공동체의 규칙을 준수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청하는 것은 곧 나약함이자 무책임의 증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스님은 말한다. 타인에게 기대고 의지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오히려 그것이 가장 인간다운 태도이자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시작이라고 말이다.

 

특히 좋은 사람이기를 그만두면 인생이 가벼워진다는 문장은 가슴 깊은 곳을 찌른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순간 괜찮은 척하며 살아왔는가. 속으로는 골병이 들어도 겉으로는 인자한 어른, 책임감 있는 리더, 너그러운 배우자의 역할을 수행하느라 정작 자신의 마음이 보내는 비명 소리는 외면했다. 타인의 평가라는 잣대에 나를 맞추려다 보니, 내 삶의 주권은 늘 외부에 있었다. 이제는 그 굴레를 벗어던져야 할 때다. 내가 조금 부족해도, 때로는 남에게 손을 내밀어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으며, 오히려 그 빈틈을 통해 진실한 소통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이 책은 일깨워준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혼자 떠안지 않는 연습은 노년의 삶을 설계하는 데 있어 매우 구체적인 지침이 된다. 노후의 존엄은 모든 것을 홀로 완벽하게 해내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필요한 도움을 기쁘게 요청하고 또 타인의 요청에 기쁘게 응답하는 상호 의존의 관계망 속에서 완성된다. 시설이나 제도가 주는 서비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지 않은가. 완벽하게 버티는 것보다 적절하게 기대는 것이 훨씬 더 단단한 일상을 만든다는 저자의 통찰은, 고집스러운 노년이 아닌 유연한 어른으로 늙어가고 싶은 이들에게 꼭 필요한 조언이다.

 

이 책은 단순히 대충 살자는 위로가 아니다. 내면의 강박을 직시하고, 그것이 허상임을 깨달아 본연의 나로 돌아가라는 수행의 권유에 가깝다. ‘제법무아의 관점에서 보면, 나라는 존재는 결국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정의된다. 그러니 혼자서 모든 짐을 짊어지고 끙끙대기보다, 마음의 빗장을 풀고 곁에 있는 이들과 짐을 나누어 드는 것이 자연의 섭리에도 맞다.

 

책장을 덮으며 창밖의 풍경을 본다. 꼿꼿하게 서 있으려 애쓰는 나무보다, 바람에 몸을 맡기며 흔들리는 나무가 더 오래 살아남는 법이다. 인생의 황혼기에 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지식이나 재산이 아니라 혼자 떠안지 않겠다는 용기다. 좋은 사람이라는 가면을 벗고, 그저 로서 가볍게 걷고 싶은 모든 동년배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비로소 인생이 가벼워지는 경이로운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가벼워진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뒷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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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환율 공부
최호영 지음 / 메이트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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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70대에게 공부라는 단어는 때로 버겁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 대상이 평생 일궈온 자산을 지키고 자식 세대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한 생존의 도구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최호영의 <최소한의 환율공부>는 바로 그 지점에서 노년의 불안을 확신으로 바꿔주는 명징한 지침서다.

 

우리 세대는 성실함 하나로 자산을 일궈왔다. 열심히 일해 번 원화를 은행에 예금하고, 운 좋게 잡은 부동산이 올라주는 것이 재테크의 전부라 믿으며 살아온 세월이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좁은 시야로 세상을 보았는지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저자는 환율을 거대한 중력에 비유한다. 개별 주식이나 부동산이라는 나무에 집착할 때, 환율이라는 거대한 지형을 무시하는 것은 폭풍 속에서 배 바닥만 닦는 격이라는 비유는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70대의 자산 관리는 수익률을 높이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국가 간 힘의 균형을 보여주는 돈의 성적표인 환율을 모른 채 원화 자산에만 몰두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도박이었는지 이 책은 일깨워준다.

 

책에서 강조하는 뉴노멀로서의 고환율 시대는 우리 노년층에게 특히 엄중한 경고다. 우리는 과거 IMF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를 겪으며 환율 급등의 고통을 몸소 체험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것을 일시적인 재난으로 여겼을 뿐, 구조적인 변화로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저자는 이제 과거의 안락함은 끝났다고 단언한다. 원화 가치가 하락할 때 내 노후 자금이 세계 시장에서 얼마나 쪼그라드는지를 수치로 확인하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꼭 필요한 직면이다. 성실하게 저축만 하는 것이 미덕인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내 자산을 지키기 위해 환율이라는 렌즈로 세상을 다시 바라봐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변화에 둔감해지기 쉬운 노년의 정신을 바짝 들게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단순히 위기를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구명보트를 제안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달러. “준비된 사람에게 경제의 폭풍우는 공포가 아니라 오히려 우량 자산을 저렴하게 거둬들일 수 있는 축복의 기회가 된다.” 이 문장은 노년의 투자 관점을 완전히 뒤바꿔 놓는다. 환율의 급변동을 재앙이 아닌 부의 사다리로 이용하라는 역발상은 매우 전략적이다. 70대에게 공격적인 투자는 무리일 수 있지만, 자산의 일부를 달러로 보유함으로써 환율 변동에 대한 면역력을 갖추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는 단순히 돈을 더 벌기 위함이 아니라, 어떤 경제적 파고에도 내 가정을 지킬 수 있는 단단한 울타리를 치는 행위다.

 

나이가 들수록 물질적인 유산보다 지혜의 유산이 중요해진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환율 공부야말로 자녀와 손주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사실이다. 불확실한 시대에 경제적 문맹으로 남지 않도록, 환율의 원리를 깨치고 흐름을 읽는 법을 먼저 익혀 몸소 보여주는 것만큼 값진 교육은 없다.

 

최호영 저자의 설명은 명쾌하고 논리적이다. 복잡한 경제 용어에 매몰되지 않고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70대의 눈으로 봐도 어렵지 않게 경제의 큰 흐름을 잡을 수 있게 해주는 친절한 안내서다. 자산의 안전한 은신처를 찾고자 하는 동년배들에게 일독을 강력히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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