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전부터 라디오를 다시 듣기 시작했다.  

  TV를 켜놓으면 시선을 빼앗기게 되고, 시선을 빼앗기면 TV 앞에 착석,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 시간이 아까웠다. 그렇다고 뉴스나 이슈거리까지 모르면 안될것 같아서 라디오를 듣기 시작했다. 뉴스는 물론, 음악도 다양하게 듣고, 사람들이 보내는 다양한 사연에 생각도 하게 되고... 그리고 눈으로 이런저런거 자극을 받지 않으니까 마음이 편하다. 그래도 눈에 보이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고 심란해하고 안타까워하고 때론 후회하기도 한다. 하지만 덜 집착하게 되고, 마음을 빼앗기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런 유혹이나 집착은 그때뿐이라는 걸 알아가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이 이유모를 외로움이나 허전함, 허무함 그런 것들을 채워줄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디오도 들을 수 있게 되었나 보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이 시간 TV를 켜놓고 소리는 묵음으로 하고 화면 혼자 놀고 있다.

  왜? 이 공간 소리만 있으면 아직은 와롭고 허전해서 그냥 TV 화면만 켜놓는다. 화면속 움직임이 이 공간을 조금은 채워주는 것 같다.. Tv화면도 라디오 들으면서 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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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평소 자주 가던 홈페이지에서 글을 한 편 읽었다. 그 글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이제 지도도 좌표도 없는 길에 섰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아직 모르겠다. 그렇다고 미리 정할 생각은 없다. 지도와 좌표를 확실히 가지고 가기보단 길 위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그에 따라 방향을 선택하며 길을 걸어가보려고 한다. 하지만 불안하진 않다. 좌표가 없기에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또 좌표에 찍히지 않기에 무엇이든 할 수 기 때문이다.


  그냥 길을 가는 것이 좌표이고 지향점이다. 그렇게 길을 가려면 길을 믿어야 한다. 
  나는 오랫동안 그 길을 동경만 하고, 그 길에 올라선 사람들을 부러워했을 뿐 선뜻 일어나지 못했다.다. 왜냐고? 길을 믿지 못하고 나를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길이 해답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 망상때문이다. 

  길은 목표점이 없다. 그냥 그 길을 가는 것 뿐이다. 길에는 해답도 없고 정답도 없다. 내가 걸어온 길, 걷고 있는 길, 걸어갈 길이 내 시간의, 내 삶의 해답일뿐. 그건 끝나봐야 아는 것이다. 내가 멈추는 곳이 목표점이다.
  이것을 깨달았지만 아직 그 길 위에 올라서지 못하고 기웃거리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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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리 홈 컴패니언"

  메릴 스트립을 좋아해서 보게 된 영화, "프레리 홈 컴패니언"
  작년 봄에 도서관에서 DVD로 보고 갖고 싶어서 찾아보니 품절이었다(절판수준). 중고샵을 검색해서 찜해놓고 망설이다 오늘에서야 손에 넣었다. 일년 여를 머뭇거리다니 ㅉㅉㅉ.
  이제서야 사게 된 첫 번째 이유, 메릴 스트립이 나오는 영화를 다보고 아마존에서라도 일괄 구입하겠다는 계획으로 미루게 되었다. 메릴 스트립이 나오는 영화는 다 봤냐, 아직 세 작품 정도 남았다. 게으름뱅이. 자꾸 머뭇거리고, 다음으로 미루고 정말 왜 그렇니? 그러고 후회하잖아. 매번 후회하면서도 망설이는 까닭은 도대체 뭐야???
  두 번째 이유. 이 DVD를 검색하다 보니, 배우들이 노래하는 장면만 모아놓은 DVD와 OST를 함께 파는 게 있길래 그걸 먼저 구입했다. 일단 메릴스트립이 노래하는 장면만 보려고 샀는데 웬걸 지역코드가 맞지 않아서 플레이가 안되네. ㅉㅉㅉ. 구입처를 봤더니 직수입해서 파는 곳이었다. 이렇게 무식하다니...... 누굴 원망해...... 한심+한숨! 저걸 언제 봐. 미국엘 가겠어? 그렇다고  미국산 DVD 플레이어를 살 수도없고...... 그냥 중고 DVD를 살걸...... 지역코드는 이기적 발상이야!  정말. 아차, 그럼 아마존에서 일괄 구입했다면? 허걱. 천만다행인거네.ㅋㅋ
   지역코드를 원망할 때 바로 중고품을 샀어야 하는데 또 게으름을 피우다가 오늘에서야 샀다.  망설임의 고통을 뼈져리게 느끼고 얻은 깨달음.
  "정말 갖고 싶은 것은 망설임 없이 질러라"
  어쨌든 무사히 감상하게 되어서 흐뭇하다.

  다시 보고 싶은장면은 마지막 엔딩샷이 올라갈때 배우들이 무대에서 모두 함께 노래부르는 장면이다. 뭉클하면서 흐뭇한 장면이다.  
  일단 배우들이 노래 부르는 장면을 먼저 골라보고 작품 감상은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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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가의 일기 - 버지니아 울프의 삶과 문학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희진 옮김 / 이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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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는 페미니스트도, 우울증 환자도 아니었다.치열하게 읽고, 생각하고, 글을 썼던 작가였다.그걸 못하게 되리라는 예감때문에 자살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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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레시피 - 레벨 3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이미애 지음, 문구선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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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그 책 얘기하지 마요. 샘은 배고플 때만 그책 얘기해요, 왜! 더 배고프게."
몇달 전에 아이들에게 추천했더니 몇몇 아이들이 읽었나 보다. 내가 재밌게 읽은터라 수업시간에 책이야기를 종종 한다. 아이들이 접하지 못했을 털털 경운기, 구더기 나오는 재래식 변소, 시골 장터, 다슬기 잡기, 머리 염색하기 등등을 얘기하면 아이들이 재밌어 한다.

 
  책 내용 중에 가장 재밌는 건 읽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외할머니표 음식들이다.
 " 매콤달달 양념찜닭", "열무김치에 보리밥", "국물걸쭉 제물 칼국"
모두 이 책에 나오는 음식들. 이것 말고도 콩국수, 장떡 등등 모두 18개의 음식이 나온다. 사투리로 적힌 레시피와 함께. 이 경상도 사투리가 외할머니의 무뚝뚝함과 잘 어울린다.

  무뚝뚝한 외할머니는 서현이가 와준것이 반갑기만 하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대신 그 깊은 속정을 정성스럽고 맛깔스러운 음식으로 보여준다.
  서먹서먹하기만한 외손녀와 할머니는 서서히 친해지지만 더 가까워지기엔 여름 방학이 짧기만 하다. 서현이가 어렴풋이나마 할머니의 속정을 느껴서 다행이다. 그러나 그해 겨울 방학전에 할머니는 편지 세통을 남기도 돌아가신다. 그 편지 세 통은 외할머니의 유일한 식구인 서현이의 엄마와 아빠, 그리고 서현이에게 보낸 편지다.
서현이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장면에서 중학교 1학년 초겨울 무렵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났다.

  할머니의 병은 위암이었는데, 가족들이 할머니께 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할머니는 당신의 병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셨었나보다.
 어느날 할머니댁에 갔다가 집에 오려는데 할머니가 내 얼굴을 똑바로 보시면서

  "니는 니 에미처럼 남의집 맏이에게는 시집가지 마라. 내가 그때까지 살아있으면 절대 맏이한테는 못주게 할텐데... 그때까지 못 살것 같아서 니 한테 말하는거다. 절대 남의집 맏이한테는 가지마라" 하셨다. 그리고선 밥 먹고 가라며 라면을 끓여주셨다. 라면을 상에 올려 주시며

  "내가 니한테 마지막으로 해주는 밥일 것 같다. 언제 또 해주겠나" 하시며 고개를 숙이셨다. 아마도 우셨을 것이다. 철없던 나는 그냥 가만히 있었다. 지금이라면 꼭 안아드리며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손도 한번 더 잡아드리고...... 그러지 못한게 많이 후회스럽다.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고개를 숙이시던 할머니 모습이 선명하다. 그리고 정말로 그 라면이 마지막이었다.

 

  딸 둘을 어렸을 때 잃으시고 아들만 다섯을 키우셨고 내 위로도 오빠만 둘이었다. 딸 귀한 집의 손녀라고 나를 딸처럼 키우셨다고 한다. 학교 들어가기 전에 아리랑과 도라지 타령을 부르게 된 것도 할머니 덕분이고, KBS TV 문학관을 빠짐없이 보게 된 것도 할머니 덕분이었는데..... 도시에서 고등학교 공부하는 손주들 3년간 아침밥 해주고 도시락 싸준 것도 할머니셨는데......

  암때문에 아프실때는 내가 곁에서 자면 따뜻한 기운이 느껴져 배가 아프지 않다고 하셨단다. 이말은 나랑 더 자주, 더 오래 있고 싶으셔서 하신 말씀이었다. 그때 나는 친구들에게 푹 빠져 있었다. 할머니가 자리에서 못 일어나시면서는 더 가지 않게 되었다. 많이 보고 싶으셨을텐데 나는 찬구들에게 빠져 할머니를 생각하지 않았다.
  철이 너무 없었서 손 한번 더 잡아드리지 못한 것, 꼬옥 안아드리지 못 한것 너무너무 죄송할 뿐이다.

  이 책에 나오는 할머니도 머릿수건을 종종 하신다. 그 머릿수건은 몸빼바지와 함께 우리 할머니의 트레이드 마크였는데......

  "할머니, 그때 안아드리지 못하고 손 한번 따뜻하게 잡아드리지 못한것 정말정말 죄송해요. 꿈에

  서라도 꼬옥 안아드리고 싶어요, 할머니."

  그리고 그때도 하지 못했던 말.

  "할머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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