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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와 나 - 바다가 된 어멍, 그들과 함께한 1년의 삶
준초이 글.사진 / 남해의봄날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여덟 명의 해녀들이 나란히 서 있는 사진에 끌렸다. 바람이 몹시 부는 듯 한데 바람에 휩쓸리지 않고 바람과 하나가 된 듯 하다.
사진작가 준초이는 2005년 해녀들의 숨비소리를 듣고, 우도 해녀들과 인연을 맺는다. 이때 해녀들은 그를 아들처럼 대해 주었고, 작가 또한 해녀들을 어머니 삼아 집밥을 얻어먹으며 그녀들의 원초적인 모성이 담긴 사진을 찍었다.
그후 작가는 2005년에 만났던 여덟 분의 해녀 가운데 여섯 분이 돌아가시고 두 분만 남으셨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리고 한 명이라도 더 남았을 때 그녀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해 2013년 4월 제주도로 가서 1년 동안 살게 된다. 이방인이 아닌 그들과 하나가 되었을때 그녀들을 온전히 사진에 담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작가는 해녀들, 우도 주민들과 하나가 되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녀들이 대답을 하지않거나, 소리를 지르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면 서운했다. 작가는 해녀들이 대부분 고막이 손상 되어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에게 일부러 퉁명하게 대한 것이 아니었다.
해녀들이 바다에 들어가면서 마실 물을 준비하라고 하자 작가는 기쁜 마음에 동네 슈퍼에서 생수를 사서 차갑게 만든다. 바다에서 나온 해녀들은 그 물을 마시고 치를 떨며 차갑다고 한다. 바다는 육지에 비해 한 계절이 늦다고 한다. 육지에 비해 기온이 낮은 바다에 들어가면 체온이 내려가므로 냉장고 있던 차가운 생수에 몸이 떨릴 수 밖에 없다.
프리랜서 라는 현실, 육십이 넘은 나이는 제주도로 향하는 작가를 불안하게 한다. 하지만 1년을 보낸 작가는 해녀들과 함께 한 1년이 인생에 다시 없을 시간이며, 해녀들의 사진을 찍으며 찾아낸 것은 작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한다. 작가가 해녀들에게 빚을 진 셈이다.
글을 읽으면서는 육십이 넘은 작가의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을 돌아보며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려는 청년과 같은 느낌이다.
이 책의 부제나 작가의 말처럼, 이 사진집은 작가가 1년 동안 해녀들의 사진을 찍었던 삶을 풀어놓은 것이다. 그래서 해녀들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작가의 이야기도 함께 실렸다.
"우리 해녀들은 쌀물(썰물)에 들고 들물(밀물)에 나고 바당에 몸 마껴. 우리랑은
경(그냥) 자연에 따라 가사주마씸."
"머리털 호나(하나)에 목숨이 제승(저승)도 왔다 갔다 한 거시 물질이우다. 욕심부령
호나 더 캐보잰허다 보민 숨 놓쳐 죽어마씨."
사계절 동안 찍은 해녀들의 사진 중에 활짝 웃는 두 장의 사진과 백발에 주름살이 깊이 패인 해녀 사진이 인상적이다. 활짝 웃는 그 웃음이 다 인것처럼, 그 뒤에 숨겨진 뭔가가 없이, 그 웃음인 전부인 것처럼 느껴진다. 잠시잠깐 아차하는 순간 생과 사를 넘나들게 되는 해녀들이기에 그런 웃음을 짓는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