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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 작가들이 사랑한 도시 ㅣ 체코 문학선 1
얀 네루다.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이정인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11년 3월
평점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인식되는 도시, 《프라하_Praha》!
'작가들이 사랑한 도시'라는 부제가 붙은 이 작품집은 '프란츠 카프카'와 '카렐 차페크', '구스타프 마이링크' 등 체코를 대표하는 열네 명의 작가들이 쓴 열여섯 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심연 위의 불길>과 <드림 마스터>를 비롯한 SF총서나 SF작가선집을 꾸준히 출간하며 SF전문출판사로 자리매김한 '행복한책읽기'에서 <러시아 단편소설 걸작선>에 이어 발표하는 순문학 단편집으로, '체코 3부작'의 신호탄격으로 야심차게 선보이는 작품집이다.
'프라하'라면 [프라하의 연인]같은 드라마나 사진속 도시 풍경만 얼핏 봐서는 첨탑과 고성이 즐비한 유럽의 낭만적인 여행지 정도로 느껴지지만 1968년의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발표한 '밀란 쿤데라_Milan Kundera'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_Nesnesitelná lehkost bytí>과 이 작품을 영화화한 '다니엘 데니 루이스'주연의 [프라하의 봄_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으로도 어느정도 알려져 있듯 시대의 아픔을 지니고 있는 체코의 수도로써, 그 역사를 살펴보면 유럽의 심장부에 위치해 있으면서 독일, 러시아 등 동구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숱한 침략과 점령, 그리고 약탈로 이어지는 수난을 반복적으로 당하며 국가합병과 분립이라는 소용돌이를 한복판에서 겪어낸 도시인데, 변화와 혁명의 혼돈 속에서 프라하(또는 체코)를 온 몸으로 체험하고 느꼈을 작가들이 프라하의 역사에 대해 그 당시를 회상하듯 프라하 거리 곳곳에 깔린 흙더미, 돌덩이를 하나하나 들춰내며 프라하 거리가 기억하고 있는 세월의 흔적과 프라하 시민들이 살아온 삶의 흔적을 온 세상의 독자들한테 보여주고 있다.
1834년에 태어난 작가부터 1962년에 태어난 작가까지 무려 100년이 넘는 시공간을 따로 또는 같이 공존했던 작가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반복되다시피한 혼돈과 파괴, 그리고 그에 대한 각성에서 발견되고 발전하는 치유와 변화를 통해 프라하가 입어야했던 상실과 상처가 어떻게해서 상징과 상생으로 살아 남았는지, 아니 살아 남아야만 했는지를 때론 잔잔하게, 때론 가슴아프게, 때론 몽롱하게, 때론 예리하게, 때론 농담처럼, 때론 역동적으로, 때론 당당하게 그려내고 있는데, 작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주인공들의 발자국 흔적을 따라 프라하 구석구석을 걷다가 힘들면 잠시 멈춰서서 웅장하지만 상처가 깃든 성당을 바라보고, 때로는 아픈 상처가 스며있는 구시가지 광장에서 그들의 과거를 떠올려보고, 카를 다리_Karlův Most를 건너 '프라하 성'이 있는 흐라드차니_Hradčany를 둘러보다가 이윽고 페트르진 언덕_Petřín에 올라 도시 전체를 관망하다보면 프라하를 사랑한 위대한 작가들의 숨결이 프라하 거리 곳곳에 토양과 굳건한 반석이 되어 깔려있는 것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을정도로 '프라하 여행서'로써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봄! 바야흐로, 그야말로 봄이다.
'프라하'에는 봄이 왔다. 상실과 상처의 도시 '프라하'가 혹독한 겨울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견뎌낸 끝에 단련된 모습으로 상징과 상생의 도시 '프라하'로 거듭났듯이 우리도 봄을 맞이하자. 봄을 보는 순간, 봄은 이미 온 것이다.
덧, '프라하'에 못 가본 독자들을 위해(...) 출판사에서는 친절하게도 '프라하 그림지도'를 속지 첫장과 마지막장에 삽입해서 독자들로 하여금 마치 프라하 거리를 보고 있는 듯한 입체적인 만족감을 느끼도록 했는데, 거닐다보면 프라하 둘레길을 일주한 착각(기분탓이겠지요?)이 들 정도다. 아, 프라하에 가고 싶다~
덧덧, 'Robot'의 창조자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카펠 차페크'를 설명하면서 '로봇_Robot의 창조자 및 발명자'라고 설명한 내용인데, 체코어로 '노동, 부역'을 의미하는 'Robota'에서 파생된 'Robot'이라는 단어를 만든 사람은 카렐 차페크가 아니라 그의 형인 '요제프 차페크_Josef Čapek'로, 화가이자 비평가인 요제프는 동생 카렐과 희곡 및 단편을 공동창작으로 작업하기도 했었다고 함.
(두 번째 아쉬운 점은 '혹성'이라는 표현이 사용되었다는 것으로, 다른 곳도 아닌 SF전문출판사 '행복한책읽기'에서 행성_行星이 아닌 혹성_惑星이라는 표현이 버젓이 사용되었다는 것은 편집상의 크나큰 실수가 아닐까 싶다. 실로 유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