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몽환도
주수자 지음 / 문학나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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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아파트 화단에 동백이 피고 있네요. 남편을 기다리며 읽던 책을 꺼내어 한 컷 찍어봅니다. 


​이번에는 스마트소설이라는 단어가 붙은 단편집을 읽어보았어요. 글을 읽다 보면 어떤 글을 스마트소설이라고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한 편 한 편 읽어갔지만 제 눈에는 그냥 조금 특이한 단편으로만 보였어요. 그래서 책의 말미에 붙은 스마트소설에 대한 의미를 읽어보았지요. 


​황충상 소설가의 발문에 따르면, 스마트소설은 2012년에 『문학나무』에서 '스마트소설박인성문학상'을 제정하면서 등장하였다고 해요. "소설과 스마트폰의 결합을 시도하려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짧은 분량 안에 문학의 깊은 통찰과 혜안을 보여주는 장르"라 하는데요. "보다 미래적인 발상, 이미지, 상징을 구축하고자 하는 문학 운동에 초점을 두고 있다"라고 해요. 그래서인가요? 각각의 단편들은 마치 추리소설처럼 생각할 거리를 가득 안겨주는 작품들이었어요.


보통은 단편 모음집에서 제목으로 사용된 단편을 가장 먼저 읽어보곤 하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보았어요. 


"자기는 지금 우리에게 여러모로 부담 주고 있어요!"


주인공인 나는 줄리엣에게 소리칩니다. 줄리엣? 네, 바로 그 줄리엣.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에서 로미오가 죽자 줄리엣이 단도로 자살하기 직전, 바로 그 시간 그 장소에 있어요. 그리고 대화하죠. 고작 사랑 때문에 죽으려 하냐고요. 그러자 줄리엣이 뜻밖의 대답을 합니다. 


"우린 상징으로 남아야 하는 운명이죠. … 그리고 인간이란 그 상징을 살아가는 거고요."


​맞아요. 소설 속 주인공들은 보통 뭔가를 상징하죠. 하지만 현실 속 우리들은 자신의 인생의 상징에 대해 생각하진 않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렇게 인간이란 상징을 살아가는 거라고 정의해 버려요. 그렇다면 제 인생의 상징은 무엇이었을까요? 한 단어로 표현이 가능한 거였나요? 여러 생각이 떠오르긴 했지만 머릿속만 복잡해질 뿐 쉽진 않네요. 


​어쨌든 이 책은 이렇게 2~3장의 짧은 단편이 모인 책입니다. 그리고 그 형식도 상당히 파격적이라 이런 소설도 있나?라는 느낌이 드는 글이 많았는데요. 파격적인 내용으로 인해 오히려 생각할 거리는 많았던 것 같아요. 영화로 치면 명작을 보다가 SF를 보는 느낌 정도이려나요. 


​<부담주는 줄리엣>에서 이야기 속의 주인공과 독자가 대화를 나누었다면, <사과>에서는 어떤 단어로 사과를 정의하느냐에 따라 급변하는 상황을 보여주며 말의 힘을 보여줘요. 그러다간 <극악무도한 몽타주>에서는 극악무도하다는 용의자의 몽타주가 지극히 평범해서 아이러니에 빠지기도 하죠. 또 <동네방네 청소 비상상황>에선 그 어떤 쓰레기보다 말이 더러울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해요. 


​이렇게 단어, 말을 가지고 놀던 작가는 이제 물건에 의미를 부여해요. 가족들을 먹이기 위한 <어머니의 칼>이 무수한 죽음을 의미하여 구토감을 유발하기도 하고, <놀이동산의 무유위유>라는 작품에선 모든 것이 가짜인 세상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당황스러움을 안겨줘요. 


​그러더니 이젠 다양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데요. 책임을 미루면 어디까지 미룰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메일 오더>, 고양이와 호랑이에 대한 이야기 <거짓말이야 거짓말>, 죽어서도 종교, 학벌 등으로 파벌을 형성하는 우스운 상황을 묘사하며 현실을 조롱하는 <방문객>, 그리고 빗소리와 함께 왔다가 사라진 소설 속 인물들로 인해 더욱 외로워진 작가의 이야기 <빗소리 몽환도>까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것은 없다는 듯,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시작해요. 

빗소리 몽환도 연극 초연

록밴드 고구려 song

웹툰 빗소리 몽환도 연재


이렇게 세상의 모든 것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작가 주수자 씨는 제1회 스마트소설박인성문학상 수상 작가인데요. 저자의 <빗소리 몽환도>는 연극, 음악, 웹툰 등 다양한 방면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더라고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재미와 신선함, 그리고 이야기가 품은 의미에 공감한다는 뜻이 아닌가 해요. 


​차 한잔하는 짧은 시간 동안 독특한 소재의 이야기들을 한편씩 읽으며 즐거움을 느끼기 딱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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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중2를 위한 빠른 중학연산 2권 (2025년용) - 2015 개정 교육과정 바빠 중학 연산/도형 (2025년)
임미연 지음 / 이지스에듀(이지스퍼블리싱)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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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중학교 수학 공부할 때가 생각나네요. 



초등학생은 연산이 필수인 걸 알고 매일매일 꾸준히 연산을 하고, 학기 문제집도 풀었는데요. 막상 초등수학을 마치고 중학교 수학을 준비해 보니 아이가 너무 어려워하는거에요. 그래서 이리저리 알아보니 중학수학도 연산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며 중학연산을 했었는데요. 막상 한 학기 중학연산을 하고 나니 학기 문제집을 아이 혼자서 풀어내서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결국 경험으로 중학연산의 중요성을 알게되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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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면서 특히 어려워하는 단원만 좀 더 연산을 다지고 싶어서 알아보니, 이지스에듀에서는 단원별로 중학연산 교재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학기 시작과 동시에 바쁜 중2를 위한 빠른 중학연산 2권 연립방정식과 함수 영역 연산을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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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재는 새 교육과정을 반영한 "나 혼자 완성 프로젝트"를 실천하고 있어요. 



영역별 최다 문제를 수록하여 문제를 풀며 개념을 잡을 수 있도록 했고,



중학생 70%가 틀리는 문제, '앗! 실수'코너로 자주 틀리는 유형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하고,



'거저먹는 시험 문제'로 학교 시험 적응력을 높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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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모든 아이들을 탈락시키지 않고 목적지로 데려가는 책인데요.



혼자서 공부하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학원이나 공부방 선생님들도 방학용 초단기 예습이나 초단기 복습용으로 사용이 가능한 교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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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중2를 위한 빠른 중학연산 2권 외에도 중학교 2학년생이라면, 



바쁜 중2를 위한 빠른 중학연산 1권과 


바쁜 중2를 위한 빠른 중학도형이 추가로 있어서 



2학년 중학연산을 3권의 교재로 모두 대비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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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한장 한장 넘겨보니 이렇게 전국의 명강사가 추천한다는 코너가 있어서 여러가지 조언을 얻을 수도 있었어요. 



"혼자 풀어도 문제가 풀리는 중학 수학 입문서"가 정말 중요하죠? 



흔히들 중2병이라는 말을 사용하는데요. 그 요인 가운데 하나가 중학교 2학년부터 부쩍 어려워지는 학교공부 때문이래요. 그러니 아이들에게 이만큼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건 없을 것 같아요. 어려워도 계단을 오르듯 한단계 한단계 쉬운 것 부터 해 나가면 언젠가 어려운 문제도 술술 푸는 날이 올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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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굳이 중학연산을 해야해? 라고 의문이 든다면 위 사진을 한번 보세요. 



그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지금 당장 연산부터 시작하시면 된다고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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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중2를 위한 빠른 중학연산 2권은 연립방정식과 함수 영역을 다루고 있어요. 



그래서 특히 중요하고 어려워지는 이 두 단원에 집중할 수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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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재에서 제공하는 두 가지 진도, 20일과 14일 진도 중에서 자신이 해당되는 것을 선택해서 따라해보세요.



그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자신감을 가지게 될 꺼에요. 



저희는 무조건 천천히 천천히 주의라서, 20일 진도로 따라가기로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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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 진짜로 공부가 시작되었는데요. 



저희는 요일별로 다른 교재를 한다던가 하는 게 잘 안되는 무계획형이라, 교재를 과목별로 3개정도 정하면 무조건 적은 양을 매일해요. 



그리고 하던 교재가 끝나면 다음 단계의 교재, 혹은 다른 과목의 교재를 하기 시작하는데요. 



학기 시작하는 이 시점이 딱 연산을 시작하기에는 좋은 것 같아요. 살짝 예습도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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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미지수가 2개인 일차방정식이 나와요. 몇 번을 반복했어도 또 꼼꼼히 요점 정리를 읽어보고 A단계의 문제를 풀어봅니다. 



A단계에서는 개념을 확실히 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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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디어 식을 세워보는 B단계를 풀고, C단계에서는 1차 방정식의 해를 구해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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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D단계에 이르러서야 일차방정식의 해 또는 계수가 문자로 주어질 때 상수 구하기 같은 내신용 문제가 나오지요. 



이렇게 A,B,C,D의 단계별 문제를 반복하다보면 개념을 읽을 당시만 해도 이해를 못하던 것을 저절로 습득하게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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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면 학교 시험 무시할 수 없으니 이제 '거저먹는 시험문제'를 풀어보면서 학교 시험에는 어떤 문제가 나올지 짐작하고, 연습해 볼 수 있답니다. 



연산문제집이지만 내신과 완전 동떨어지지도 않아서 완전 필수 문제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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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매 단계의 문제에서는 어떤 부분을 알아야 문제를 잘 풀 수 있는지 포인트를 짚어주고 있어서,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던 생각을 바로 잡아주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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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풀 수 있는 문제집이라면 답안지도 섬세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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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지도 모든 보기에 대해 설명이 들어가 있어서 왜 오답인지 풀이가 잘 되어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된답니다. 



이번 3월달부터는 수학 문제집을 이지스에듀의 바쁜 중2를 위한 빠른 중학연산으로 선택해 봤는데요.



열심히 공부해서 다시 학습일지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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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마 주니어 중학 영어 문장 해석 연습 2 - 중등 대표 문장 패턴 60개 30일 완성 중학 숨마 영어 문장 해석 2
김지영 외 지음 / 이룸이앤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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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가면 영어구문독해 공부를 많이 하는데요. 이 책은 중학교 영어구문독해를 공부하는 교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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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학년별로 한 권당 60개의 대표 구문을 학습하면서 약 1,200여 개의 문장 반복 해석 연습을 하게 돼요. 그리고 책으로도 부족한 경우 이룸이앤비 홈페이지에서 <단어 테스트지>와 <분문 해석 연습지>도 제공하고 있으니 활용하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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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룸이앤비의 중학 라인답게 자기 주도학습서입니다. 그래서 강의용과 구분되는 장점을 많이 가진 교재인데요.


혼자서 공부하는 경우에 알맞게 <대표 구문 학습>-<반복 해석 연습>-<마무리 Review Test>의 3단계로 점차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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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의 경우 총 10개의 chapter로 구분되어 있는데요.



각 chapter 별로 skill의 양이 일정하지는 않아요. 익혀야 할 구문의 수가 다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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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skill마다 양은 일정해서 한 페이지를 차지하는데요. 그래서 일정한 분량으로 매일 공부하기 좋아요.



본격적으로 학습이 시작되기 전, study plan이 있는데요. 매일 2개의 skill과 1장의 workbook 을 해결해 나가면 총 30일 만에 책 한 권을 끝낼 수 있도록 하고 있어서 꾸준히 하면 한두 달 만에 뿌듯함을 느껴볼 수 있는 교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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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영어구문독해는 주어부터 시작해요. 



skill들 목록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단순한 주어가 아니에요. 중학교 2학년 영어 교과서에 나오는 문장에서 주어로 나오는 것들을 다 모아놓고 공부를 하는 부분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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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부정대명사가 주어로 나오는 경우, to 부정사나 동명사가 주어로 나오는 경우, that 절이 주어로 나오는 경우 등이 모두 다뤄지고 있어요.



그리고 독해를 위한 기본 문법까지 정리되어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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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페이지의 skill을 해결하면서 끊어 읽기와 문장성분을 구분해보고, 아래에는 항상 2문제의 관련 어법을 해결해 보도록 하고 있어요.



그래서 독해 연습과 어법 문제에 대한 실전 감각을 익힐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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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 chapter가 끝나면 exercise가 나와요. 



exercise도 한 장 분량이어서, 부담스럽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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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A, B, C, D로 구분하여 어법 문제와 세부적인 문법을 묻는 문제, 해석 완성, 어순 배열 등의 순으로 문제가 나와요. 



그리고 단어도 페이지 아래에 적혀있어서 굳이 단어 사전을 찾지 않아도 빠르게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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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는 목적어인데요. chapter 1의 주어랑 분량이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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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매 페이지의 skill을 공부할 때에도 혼자 하는 아이를 배려하여 힌트가 옆에 나와요. 그래서 모르는 채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고 있어요.



또 skill의 매 페이지마다 단어와 뜻이 나와서 단어 찾느라 번거롭지 않아서 좋은데요. 만약 단어가 부족한 아이라면 이 부분으로 단어를 먼저 익힌 후, skill 본문을 공부하면 될 듯해요.



이 때는 workbook에 단어 테스트지가 함께 실려있으니 활용하면 좋은데요. 아래에 workbook 보여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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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개의 skill이 끝나면, 따로 책 뒤편에 workbook이 모여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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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별로 단어 테스트지가 있고,



개념 review가 여러 페이지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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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들도 study plan에 진도로 포함되어 있으니, study plan 대로 진행하시면 다 풀 수 있어요.



이렇게 살펴봐서 아시겠지만, 이 책은 중등영어문법을 공부하면서 독해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책이에요. 그리고 대부분의 문제가 직접 문장을 적어보도록 하고 있어서, 객관식 풀 듯 찍어서 풀 수가 없어요.



그러니 꼼꼼히 중학교 영어구문독해를 완성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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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도학습서라 해설과 답안이 궁금하실 텐데요. 이렇게 모든 문제의 해석과 문법 설명이 나와서 걱정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답니다.



저희는 영어 학원을 보내지 않고 있는데요. 아이와 제가 혹은 아이 혼자서 이 책을 풀어나가는데, 자세한 답지와 설명 덕분에 막히는 부분이 없더라고요. 그러니 이런 부분은 안심하셔도 좋을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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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백수로 있을게 - 하고 싶은 게 많고, 뭘 해야 좋을지 몰라서
하지혜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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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이 제때 치열하게 살아보지 않은 것이라 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지금에 와서 사회생활 20여년을 돌아보면 가장 안타깝고, 후회되는 점이 딱 하나 있다. 놀아보지 않은 것. 


마침 대학생이던 시절 IMF가 터져 사회는 암울했다. 그럼에도 선배들이 그러했듯 혹은 관성이었는지, 여전히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엔 누구나 2~3년 정도는 신나게 노는 듯 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 IMF 여파로 집안 형편이 그러하질 못한 경우도 많았나 보다. 학과 친구들 몇몇은 아르바이트에 그리 목을 맨 것을 보면 말이다. 나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아서 입학과 동시에 그 해 3월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매일 도서관을 찾았으나 학과 공부 때문이 아니라 학원 강의를 위한 것이었다. 동기들은 그런 나를 보며 장학금을 타기 위한 것이라 생각했으리라. 

나는 내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 생각했다. 다른 이들에 비해 무모함은 잘 발현되지 않는다 여겼다. 하지만, 사람들이 바라본 내 모습은 내가 생각하고 있던 나와 전혀 달랐다. 나를 잘 안다 하는 그들이 본 나는 현실에 안주하고 살기보다 늘 이상을 향해 달리고자 했단다. 


그렇게 매일밤 12시가 넘어야 피곤한 몸과 정신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면, 그대로 고꾸라져 잠이 들곤 했다. 물론 놀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또한 대학의 낭만을 누려보고 싶은 학생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 돌아보면 굳이 그랬어야 했을까 싶다. 그냥 모른척 나의 핑크빛 미래를 위해 좀더 투자할 순 없었을까. 내 건강을 돌보고, 내 아름다운 미래를 꿈꿀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곧 끝날 거야, 이제 끝이 보여.' 스스로를 다독이며 도착한 자리에서 깨닫는다. 굳게 닫힌 문에 걸린 자물쇠를 풀 방도가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잇따른 깨달음이 나를 찾아온다. 날 향해 흔들던 손짓 역시 내 착각이 만든 환영이었다는 것을.


이루지 못한 자는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회에 속아서, 그러지 않으려 부단히도 노력했다. 물론 실패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수없이 넘어지고 무릎이 까져 잠시 주저앉았다가도 질책이 두려워 곧바로 일어나곤 했다. 나 스스로에게 당당해지고 싶었다. 죽는 날 부끄럽고 싶지 않았다. 


처음이었다. 이렇게 쉽게 내가 무엇인가를 포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이. 부단히, 저 멀리 찍혀 있는 작은 점만 바라보았다. 


나이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멈췄다. 어느날 밤, 잠에서 깨어나 일어나려던 다리를 움직일 수 없게 되어서야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후회했다. 멈추고 돌아보지 않은 것을.


그러니, 가던 길 잠시 쉬어도 좋으니 꼭 한번 되돌아봤으면 한다. 지금 내가 스스로에게 애정을 갖고 있는지, 타인에게 감정과 관심을 다 쏟느라 정작 소중한 자신은 내팽개쳐 두고 있지는 않은지 ….


당신의 청춘을 되돌아보며, 뒤를 따라오는 친구, 당신의 그림자와 걷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하지만 노력하고 있다. 그런 시간을 가지며 이룰 내면의 성숙이 나를 굳건하게 하리라 믿기 때문이다. 


이런 나처럼, <조금만 더 백수로 있을게>의 저자 하지혜 씨는 청년 백수로써의 소중한 시간을 현재 보내고 있다. 누군가는 젊은 시절을 낭비한다고 질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지혜 씨가 글에서 밝힌 것처럼 자신을 돌아보고 주변을 돌아보는 것은 전혀 아까운 시간이 아니다. 아직 남아있는 인생을 소중하고 찬란하게 빛내려는데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부럽다. 가까우니 기회가 된다면 만나서 칭찬의 의미로 밥 한끼 사 주고 싶다. 


누군가는 실패했고, 늦어졌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선배로써 그런 걱정이랑 꿈에도 하지 마라고 당부하고 싶다. 이 시간이 당신에게 빛나는 미래를 가져올 작은 씨앗이므로.


지금까지 반복해 왔던 템포를 조금 느리게 조정하고 싶다. 지금껏 달려 온 하이 텐션을 낮추고 조금 낮게, 조금은 느리게 주변을 둘러보며 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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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고주영 옮김 / 놀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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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도 아닌 어른이 보노보노를 귀여워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려니 살짝 부끄럽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파랗고 동그란 얼굴의 보노보노를 보고 지나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도 분홍 조개를 들고 인사하는 듯한 표지의 보노보노 책을 들이게 되었는데요. 


<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라는 제목에서도 "너의 하루는 어땠니?"라고 물어봐 주는 듯한 따뜻함이 묻어납니다. 


이 책은 보노보노의 진수를 모아놓은 책이에요. 수많은 보노보노 만화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으면서도 보노보노, 포로리, 너부리 3총사가 모두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을 모아놓았는데요. 처음 3편은 보노보노, 포로리, 너부리가 각자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그들 각각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등장해요. 그리고 이어서 셋이 함께 등장하기 시작하지요. 


그건 옛날에 내가 갖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어느샌가 잃어버린 것이다. 


잃어버린 것은 우리를 불안하게 해요. 분명 그동안 필요치 않아 찾지 않았을 텐데도, 잃었다는 사실이 기억나는 순간부터 그 사실이 머릿속을 지배하게 되죠. 보노보노도 자신이 잃은 돌을 찾아요. 하지만 돌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이 잃어버렸고 작아졌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게 돼요. 그리고 추억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죠.


<너부리의 결심>이라는 에피소드에서는 너부리가 난데없이 자신의 꼬리가 더 이상 필요치 않으니 잘라버려야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뭐든지 자를 수 있는 족제비 아저씨를 찾아가요. 설마설마하면서 보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족제비 아저씨의 웃음을 보며 정말 현명한 아저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우리도 아이들에게 이런 현명한 어른, 부모가 되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 자주 듣던 "집 잘 지키고 있어"라는 말을 보노보노도 들어요. 그러자 보노보노는 집 지키는 것이란 어떤 것인지 정의를 해요. 그 과정에서 아빠의 사라진 보물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혼자 잠들기도 하는데요. 어린 시절 부모님 없이 잠들었던 기억이 나서 아마도 혼자 자는 것의 외로움을 말할 것이라 예상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편리함을 말하는 보노보노를 보며 '풋~'하고 웃음이 터지기도 했네요. 


어쩌면 뭘 안 해도 낫는 건지도 몰라. 하지만 뭔가 했기 때문에 나은 건지도 몰라. 그건 아무도 몰라. 


<감기에 걸렸다>편에서는 보노보노가 감기에 걸려요. 이윽고 친구들에게 갖가지 방법을 물어보고 해봐요. 그리고 자고 난 다음날 보노보노는 감기가 나아요. 뭔가 해서 나은 걸까요? 하지 않아도 나은 걸까요? 하지 않아도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방법들이었지만, 어쩌면 친구들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나은 건지도 모르지요. 어떻게 해도 상관없다고 여겼다면 그냥 혼자 하루를 지냈겠지만, 혼자 지내는 아픈 하루는 얼마나 외로울까요. 그래서 함께 지낸 하루가 보노보노에게는 감기의 묘약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포로리가 말한 대로 나랑 똑같은 아이가 또 한 명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한 명도 언젠가 꼭 만나게 되겠지.


<나랑 똑같이 생긴 아이를 만나보고 싶어>에서는 보노보노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아이를 찾아 나서요. 결국 어렵게 자신과 닮은 수달 '포테스케'를 만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요. 하지만 자신과 똑같이 닮은 두 번째 아이는 누구일까 고민하던 보노보노는 집으로 돌아와서야 깨닫게 되지요. 


이렇게 보노보노는 뭐든지 궁금한 점은 허투루 넘기지 않고 질문해요. 그리고 친구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생각하고 생각해요. 때문에 보노보노의 이야기는 천천히 진행돼요. 단번에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답을 찾아내지요. 


하지만 어렵지 않아요. 한 장면 한 장면을 또박또박 따라가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따뜻해져요. 그리고 깨달은 것이 무엇인지 말로는 다 할 수 없지만, "그래 오늘도 잘 살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살포시 고개를 들어요.


그리고 너무 바쁘지 않게 보노보노처럼 천천히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며 안심이 되지요.


"행복은 아주 작은 편이 좋아. 작은 행복에도 기쁘다면, 큰 행복에는 아주 많이 기쁠 테니까."라는 띠지의 글처럼, 작은 의미를 담고 있는 에피소드들이 모여 인생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하고 마음으로 알게 만드는 보노보노 시리즈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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