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고주영 옮김 / 놀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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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도 아닌 어른이 보노보노를 귀여워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려니 살짝 부끄럽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파랗고 동그란 얼굴의 보노보노를 보고 지나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도 분홍 조개를 들고 인사하는 듯한 표지의 보노보노 책을 들이게 되었는데요. 


<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라는 제목에서도 "너의 하루는 어땠니?"라고 물어봐 주는 듯한 따뜻함이 묻어납니다. 


이 책은 보노보노의 진수를 모아놓은 책이에요. 수많은 보노보노 만화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으면서도 보노보노, 포로리, 너부리 3총사가 모두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을 모아놓았는데요. 처음 3편은 보노보노, 포로리, 너부리가 각자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그들 각각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등장해요. 그리고 이어서 셋이 함께 등장하기 시작하지요. 


그건 옛날에 내가 갖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어느샌가 잃어버린 것이다. 


잃어버린 것은 우리를 불안하게 해요. 분명 그동안 필요치 않아 찾지 않았을 텐데도, 잃었다는 사실이 기억나는 순간부터 그 사실이 머릿속을 지배하게 되죠. 보노보노도 자신이 잃은 돌을 찾아요. 하지만 돌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이 잃어버렸고 작아졌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게 돼요. 그리고 추억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죠.


<너부리의 결심>이라는 에피소드에서는 너부리가 난데없이 자신의 꼬리가 더 이상 필요치 않으니 잘라버려야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뭐든지 자를 수 있는 족제비 아저씨를 찾아가요. 설마설마하면서 보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족제비 아저씨의 웃음을 보며 정말 현명한 아저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우리도 아이들에게 이런 현명한 어른, 부모가 되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 자주 듣던 "집 잘 지키고 있어"라는 말을 보노보노도 들어요. 그러자 보노보노는 집 지키는 것이란 어떤 것인지 정의를 해요. 그 과정에서 아빠의 사라진 보물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혼자 잠들기도 하는데요. 어린 시절 부모님 없이 잠들었던 기억이 나서 아마도 혼자 자는 것의 외로움을 말할 것이라 예상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편리함을 말하는 보노보노를 보며 '풋~'하고 웃음이 터지기도 했네요. 


어쩌면 뭘 안 해도 낫는 건지도 몰라. 하지만 뭔가 했기 때문에 나은 건지도 몰라. 그건 아무도 몰라. 


<감기에 걸렸다>편에서는 보노보노가 감기에 걸려요. 이윽고 친구들에게 갖가지 방법을 물어보고 해봐요. 그리고 자고 난 다음날 보노보노는 감기가 나아요. 뭔가 해서 나은 걸까요? 하지 않아도 나은 걸까요? 하지 않아도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방법들이었지만, 어쩌면 친구들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나은 건지도 모르지요. 어떻게 해도 상관없다고 여겼다면 그냥 혼자 하루를 지냈겠지만, 혼자 지내는 아픈 하루는 얼마나 외로울까요. 그래서 함께 지낸 하루가 보노보노에게는 감기의 묘약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포로리가 말한 대로 나랑 똑같은 아이가 또 한 명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한 명도 언젠가 꼭 만나게 되겠지.


<나랑 똑같이 생긴 아이를 만나보고 싶어>에서는 보노보노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아이를 찾아 나서요. 결국 어렵게 자신과 닮은 수달 '포테스케'를 만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요. 하지만 자신과 똑같이 닮은 두 번째 아이는 누구일까 고민하던 보노보노는 집으로 돌아와서야 깨닫게 되지요. 


이렇게 보노보노는 뭐든지 궁금한 점은 허투루 넘기지 않고 질문해요. 그리고 친구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생각하고 생각해요. 때문에 보노보노의 이야기는 천천히 진행돼요. 단번에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답을 찾아내지요. 


하지만 어렵지 않아요. 한 장면 한 장면을 또박또박 따라가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따뜻해져요. 그리고 깨달은 것이 무엇인지 말로는 다 할 수 없지만, "그래 오늘도 잘 살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살포시 고개를 들어요.


그리고 너무 바쁘지 않게 보노보노처럼 천천히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며 안심이 되지요.


"행복은 아주 작은 편이 좋아. 작은 행복에도 기쁘다면, 큰 행복에는 아주 많이 기쁠 테니까."라는 띠지의 글처럼, 작은 의미를 담고 있는 에피소드들이 모여 인생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하고 마음으로 알게 만드는 보노보노 시리즈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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