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백수로 있을게 - 하고 싶은 게 많고, 뭘 해야 좋을지 몰라서
하지혜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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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이 제때 치열하게 살아보지 않은 것이라 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지금에 와서 사회생활 20여년을 돌아보면 가장 안타깝고, 후회되는 점이 딱 하나 있다. 놀아보지 않은 것. 


마침 대학생이던 시절 IMF가 터져 사회는 암울했다. 그럼에도 선배들이 그러했듯 혹은 관성이었는지, 여전히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엔 누구나 2~3년 정도는 신나게 노는 듯 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 IMF 여파로 집안 형편이 그러하질 못한 경우도 많았나 보다. 학과 친구들 몇몇은 아르바이트에 그리 목을 맨 것을 보면 말이다. 나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아서 입학과 동시에 그 해 3월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매일 도서관을 찾았으나 학과 공부 때문이 아니라 학원 강의를 위한 것이었다. 동기들은 그런 나를 보며 장학금을 타기 위한 것이라 생각했으리라. 

나는 내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 생각했다. 다른 이들에 비해 무모함은 잘 발현되지 않는다 여겼다. 하지만, 사람들이 바라본 내 모습은 내가 생각하고 있던 나와 전혀 달랐다. 나를 잘 안다 하는 그들이 본 나는 현실에 안주하고 살기보다 늘 이상을 향해 달리고자 했단다. 


그렇게 매일밤 12시가 넘어야 피곤한 몸과 정신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면, 그대로 고꾸라져 잠이 들곤 했다. 물론 놀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또한 대학의 낭만을 누려보고 싶은 학생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 돌아보면 굳이 그랬어야 했을까 싶다. 그냥 모른척 나의 핑크빛 미래를 위해 좀더 투자할 순 없었을까. 내 건강을 돌보고, 내 아름다운 미래를 꿈꿀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곧 끝날 거야, 이제 끝이 보여.' 스스로를 다독이며 도착한 자리에서 깨닫는다. 굳게 닫힌 문에 걸린 자물쇠를 풀 방도가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잇따른 깨달음이 나를 찾아온다. 날 향해 흔들던 손짓 역시 내 착각이 만든 환영이었다는 것을.


이루지 못한 자는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회에 속아서, 그러지 않으려 부단히도 노력했다. 물론 실패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수없이 넘어지고 무릎이 까져 잠시 주저앉았다가도 질책이 두려워 곧바로 일어나곤 했다. 나 스스로에게 당당해지고 싶었다. 죽는 날 부끄럽고 싶지 않았다. 


처음이었다. 이렇게 쉽게 내가 무엇인가를 포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이. 부단히, 저 멀리 찍혀 있는 작은 점만 바라보았다. 


나이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멈췄다. 어느날 밤, 잠에서 깨어나 일어나려던 다리를 움직일 수 없게 되어서야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후회했다. 멈추고 돌아보지 않은 것을.


그러니, 가던 길 잠시 쉬어도 좋으니 꼭 한번 되돌아봤으면 한다. 지금 내가 스스로에게 애정을 갖고 있는지, 타인에게 감정과 관심을 다 쏟느라 정작 소중한 자신은 내팽개쳐 두고 있지는 않은지 ….


당신의 청춘을 되돌아보며, 뒤를 따라오는 친구, 당신의 그림자와 걷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하지만 노력하고 있다. 그런 시간을 가지며 이룰 내면의 성숙이 나를 굳건하게 하리라 믿기 때문이다. 


이런 나처럼, <조금만 더 백수로 있을게>의 저자 하지혜 씨는 청년 백수로써의 소중한 시간을 현재 보내고 있다. 누군가는 젊은 시절을 낭비한다고 질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지혜 씨가 글에서 밝힌 것처럼 자신을 돌아보고 주변을 돌아보는 것은 전혀 아까운 시간이 아니다. 아직 남아있는 인생을 소중하고 찬란하게 빛내려는데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부럽다. 가까우니 기회가 된다면 만나서 칭찬의 의미로 밥 한끼 사 주고 싶다. 


누군가는 실패했고, 늦어졌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선배로써 그런 걱정이랑 꿈에도 하지 마라고 당부하고 싶다. 이 시간이 당신에게 빛나는 미래를 가져올 작은 씨앗이므로.


지금까지 반복해 왔던 템포를 조금 느리게 조정하고 싶다. 지금껏 달려 온 하이 텐션을 낮추고 조금 낮게, 조금은 느리게 주변을 둘러보며 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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