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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흘리는 소설 ㅣ 땀 시리즈
김혜진 외 지음, 김동현 외 엮음 / 창비교육 / 2019년 3월
평점 :

20대가 아니기에 지금의 20대와 같은 마음을 백 퍼센트 이해하기는 힘들겠지만, 책 속의 작품들을 통해서 그들의 현 상황과 힘든 마음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읽어보았습니다.
책날개에는 8인의 작가에 대한 간단한 이력이 있었는데요. 그들의 작품들은 한 권의 책으로 묶여 자못 어둡고 쓸쓸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었어요.
일 다운 일을 찾아 헤매는 '나'와 먹방으로 돈을 버는 유튜버 크리에이터를 보여주며 가치 있는 일이란 무엇인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가짜 블로그에 광고성 후기를 올리는 마케팅 회사에 다니는 경진을 통해 직업의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을 묻기도 합니다.
몇 년째 공무원 준비 중인 공시생과 과외를 하는 청년 실업자 동생을 보여주며 높은 실업률로 인해 젊은이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기도 하고, 직장에서 잘리지 않기 위해 로봇을 고용하는 직장 여성을 통해 일과 가사를 병행하는 직장여성의 고난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언어폭력에 시달리는 콜센터 직원을 통해 감정노동자의 고통을, 열악한 노동환경과 수많은 차별에 속수무책인 이민자 가정을 통해 그들의 자녀 또한 그런 족쇄에 발목 잡히는 것은 아닌지를 생각하게 하고, 산업 재해 피해자를 통해 사실을 은폐하려는 기업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시각의 문제점을 알립니다.
알바생 혜미를 통해 알바생도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을 말하기도 하는데요.
다양한 연령, 다양한 상황의 인물들을 통해 20대 혹은 30대의 일이라 느꼈던 암울한 노동현실이 사실은 어느 한 세대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고 있는 듯했어요.
말이 방송이지 대부분 방송이라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좁고 작은방을 배경으로 얼굴을 내밀고 앉아 아무 이유도 목적도 없는 일에 몰두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걸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신기했고 재미있었는데 뭐랄까, 불쾌해졌다. 별 풍선 하나는 100원. 열 개는 1000원. 열 명이 열 개씩이면 만 원. 100명이 100개씩이면 100만 원이 되는 거였다. 그걸로 집도 사고 차도 사고 가게도 내고 사업도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그러려고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일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29쪽 <어비> 중에서
저는 이 이야기들 중에서 특히 유튜버 크리에이터 어비에 대한 '나'의 시선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가치 있는 일에 대한 편견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던 것이 아닐까 해요. 과거 가수, 코미디언, 작가 등이 그 편견 어린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것처럼 그리고 그것이 과거의 유물이 되어버린 현재처럼 말입니다.
<알바생 자르기>에서는 알바생의 권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런 법을 이용하는 기업의 행태가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주 15시간을 기준으로 4대 보험의 적용 여부가 결정되기에, 기업들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취업 기회를 준다는 허울좋은 미명 아래 많은 사람들을 초단기간 근로자로 전락시키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마저도 도움이 되는 사람들도 있으니, 무엇이 올바르다고 말하기는 참으로 난감한 것 같아요.
이렇게 <땀 흘리는 소설>은 청소년 문학이지만, 어느 누가 읽어도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었는데요. 특히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한발 내딛기 전 우리 아이들,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이 읽어본다면 현실적인 고민을 깊게 하게 될 책이라 느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