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
최종학 지음 / 원앤원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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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적인 제목과 달리 직접 손에 든 책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의 표지는 다소 칙칙하고 딱딱하게 느껴져서 당황스러웠어요. 그래서 한동안 책상 위에 두었다가 주말에야 펼쳐보았지요. 


​그런데 이 책은 선입견과 달리 의외로 편안한 느낌의 책이었어요. 특히 '미술수업'이나 '음악수업'은 몰입도가 높아서 읽는 내내 빠져들었는데요. 대중이 잘 모르는 것이 아니라 흔히 접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서 친근했고, 너무 깊이 있고 전문적인 내용보다는 적당한 선에서의 배경 지식을 이야기해 재미있었고, 솔직한 일기 형식의 소감이 덧붙어있어서 서울대 교수라는 저자가 이웃처럼 친근하게 느껴졌어요.


​책의 소재도 단순히 책상에 앉아서 선택한 것이 아니었는데요. 직접 저자가 미술관이나 콘서트 등을 참석하거나 여행을 떠난 곳에서 만난 것들에 대해 그때그때 정리하고 느낀 점들을 싣고 있어서 진솔한 감정이 잔뜩 묻어있는 글이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첫 번째 글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 대한 글이었는데요. 단순히 <최후의 만찬>에 나오는 13명의 인물이나 그림의 탄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아요. 다른 화가들이 그린 <최후의 만찬>과 비교하기도 하고, 당시 귀족들의 사치스럽고 방탕한 생활을 정당화시켜주는 '예정설'과 레오나르드 다빈치가 말하고자 했던 '자유의지'에까지 이야기를 확장하고, 뒤이어 예수를 팔아 부귀영화를 누리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는 글로 마무리를 하고 있어요. 


​이렇게 그림 하나에 꽤 긴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야기는 전혀 어렵지 않았고 오히려 흥미롭게 다가왔는데요. 아마도 저자가 미술 전문가가 아니기에 비전문가 입장에서 흥미롭게 여긴 부분을 풀어나간 것이 더 공감이 되었던 것 같아요.


​'음악수업'부분에서는 곽진언 편이 기억에 남는데요. 슈퍼스타K 6에 출연한 곽진언의 <후회>라는 곡을 시작으로 그가 부른 수많은 명곡들 그리고 역대 슈퍼스타K의 기억에 남는 곡이나 출연자까지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슈퍼스타K를 즐겨보지 않아 몰랐는데요. 이 글을 통해 처음으로 들어본 곽진언의 노래들은 정말 저자의 말처럼 '가장 큰 자랑이 어떤 자랑이 되어야 하는지 가르침을 주는 노래',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노래'라고 느꼈는데요. 지인과 이야기하듯 저자와의 대화를 통해 이렇게 좋은 가수와 노래를 또 한 곡 알게 되어 늦은 밤 눈물을 쏟기도 했습니다.


곽진언은 남들에게 위로가 되고 사랑을 나눠주는 것을 자랑한다. 이런 감동적인 노래가 어떻게 20대 청년의 손끝에서 탄생할 수 있을까? -p169​


​이 책에는 큰돈 들여 방문해야 하는 머나먼 타국의 미술관에서 본 그림으로 이야기를 시작해요. 하지만 슈퍼스타K처럼 집에서 TV 리모컨만 잡으면 접할 수 있는 음악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누구나 아는 연예인 차인표에 대해 이야기하는 등 살면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소재로 삼아 느낀 점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위화감 따위는 느낄 수 없는 글이었고, 오히려 이러한 이야깃거리를 통해서 따뜻한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미술수업과 음악수업을 읽으면서 새롭게 그림과 음악을 보고 들을 수 있었고, 여행 수업을 읽을 때는 지난 추억이 소록소록 되살아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요. 제목 그대로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 함께 하기에 좋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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