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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명화와 현대 미술 - 그림 속 상징과 테마, 그리고 예술가의 삶
파트릭 데 링크 외 지음, 박누리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9년 9월
평점 :

그림을 감상할 때는 작품에서 느껴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말도 있지만, 그럼에도 왠지 배경지식을 알면 더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항상 듭니다. 그래서 틈만 나면 미술가나 명화와 관련한 책을 만나보곤 하는데요. 이번에는 <한 권으로 읽는 명화와 현대 미술>을 만나보았습니다.
표지의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과 에드워드 호퍼의 <밤새는 사람들>에서 짐작해 볼 수 있듯, 이 책은 고전 명화에서 현대 미술까지 꽤나 광범위한 시대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예술가의 삶과 작품 속 상징과 테마까지 다룬다고 하니 어떻게 편집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도 되었습니다.
지은이는 고전학자이자 번역가이며, 미술관, 출판사, 신문과 라디오 프로그램의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파트릭 데 링크. 그가 썼다는 <고전 문학의 ABC>, <그리스 신화 다시 읽기> 등의 책 목록만 봐도 명화를 보는 눈이 남다를 것으로 예상되었고 신뢰가 가더군요.
책은 시대순으로 고전 명화와 현대 미술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항상 작가의 이름과 작품 명이 나오고 나면, 작가의 생애와 작품들의 특징이 뒤따릅니다. 작품의 전체 사진을 빼놓지 않았으며, 그 작품에서 눈여겨볼 만한 일부분을 따로 확대하고 바로 옆에 설명을 싣고 있기도 해요. 덕분에 시대별로 빠르게 작가와 작품을 파악할 수 있으며, 작품에서 놓치지 말고 보아야 할 부분을 쉽게 확인할 수도 있었어요.
이 책의 큰 장점이라면 모든 그림이 올 컬러 사진으로 실려있다는 점이었어요. 게다가 너무 자세한 내용보다는 해당 작품에 대해 짧고 굵게 포인트만 다루고 있어 좀 더 쉽게 느낄 수 있었는데요.
고전 명화 부분에서는 신화, 성경과 관련한 내용들이 그림에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더 잘 이해하는 기회가 되었어요. 예를 들면 이전에는 각각의 명화에서 마리아와 요셉, 세례자 요한, 그리스 신 등의 인물들을 찾아내지 못했다면 지금은 찾는 방법을 알게 되었어요. 또 백합, 비둘기, 장미, 맨발, 해골 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어 답답한 마음이 풀리네요. 또 명화에서 많이 다룬 소재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었고, 몇몇 작품이 위대한 작품이라 일컬어지는 이유도 알 수 있었어요.
이와 더불어 복원에 대한 이야기도 잊히지가 않는데요. 조르조네 & 티치아노의 <잠든 비너스> 작품에서는 적외선 투시 촬영 결과 여인의 발치에 작은 에로스 그림이 발견되었다든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의 심각한 훼손,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 중에서 최근 성공적인 복원작업으로 인해 뱀 꼬리 부분의 선명한 색상을 되찾은 것 등은 선명한 칼라 사진이 아니었다면 제대로 느낄 수 없는 부분이었을 듯합니다.
현대 미술의 경우는 사진의 발달로 인해 사실적인 그림보다는 인상주의, 초현실주의, 실험주의적인 작품이 많다 보니 개인적으로 어렵게 느껴지는 작품이 많았는데요. 그나마 해설 덕분에 현대 미술을 좀 더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요. 모네, 쇠라, 몬드리안, 앙리 마티스, 피카소 등 학창 시절 미술책에서 수없이 봤던 작품들도 만날 수 있었고, 막스 에른스트, 프리다 칼로 등 최근에 알게 된 다소 충격적인 작품들도 만날 수 있었는데요. 개인적인 성향은 어쩔 수 없는지 에드워드 호퍼의 <밤새는 사람들>과 <자동판매기 식당>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 작품들은 사실 그동안은 막연하게 작품 자체의 그 쓸쓸함만을 느껴왔는데요. 이제는 호퍼의 작품 속에 숨어있는 시대적 상징성도 알게 되었네요.
그동안 저는 명화와 관련된 책이라 하면 고전 명화만을 다루거나 예술가 한 명 만을 다루는 경우를 많이 접해왔어요. 그래서 현대 미술에 대한 이해는 부족했던 것 같은데요. 고전 명화부터 현대 미술까지 두루두루 만나볼 수 있었던 이 책 덕분에 현대 미술까지 좀 더 친숙해지는 계기가 되었어요. 게다가 이렇게 시대별로 예술가의 삶과 대표 작품들을 만나보다 보니 각 시대별 예술가의 삶과 작품들의 특징, 미술사조는 물론 예술가들의 고민까지 그 흐름을 알겠더라고요.
사실 이 책은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미술 작품을 감상한다는 느낌으로 재미있게 보았는데요. 이 책은 어떤 작품에 대한 아주 심도 있는 설명을 하지는 않기 때문에 미술 작품에 관심은 많지만 감상에 어려움을 겪는 초보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책을 만나본다면 시대별로 유명한 명화들에 대한 작은 이야깃거리를 하나씩 얻을 수 있을꺼라 장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