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팟의 하나만 빼고 다 먹는 다이어트 - 맘껏 먹으면서 평생 날씬하게
이동훈(쏘팟)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다이어터들 사이에서 고단백 저탄수화물이나 간헐적 단식이 핫합니다. 물론 저도 이 두 가지를 병행하여 10kg 이상 체중을 줄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효과가 큰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한의사가 알려주는 다이어트 비법 <쏘팟의 하나만 빼고 다 먹는 다이어트>가 더욱 반가웠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한의사 이동훈은 학부시절 공부 스트레스로 많이 먹다 보니 한의사 면허와 함께 15kg의 살도 얻게 되었답니다. 이후 다이어트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식이 요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데요. 이 지식을 나누고자 유튜버 방송도 하게 되었고, 드디어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유튜버에 담았던 다이어트 지식들을 <쏘팟의 하나만 빼고 다 먹는 다이어트>에 담아 출간하게 되었답니다.


얼핏 보면 '쏘팟의 다 먹는 다이어트'라고 보이는 표지. 하지만 자세히 보면 '하나만 빼고'가 붙어 있어있는데요. 그래서 혹시 그게 탄수화물이 아닐까 짐작해 보았는데 대충은 맞더라고요.


책 목차를 살펴보면 이론 편과 실전 편으로 나뉘어 있는데요. 이론 편에는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 접하게 되는 여러 키워드인 칼로리 계산, 저염식·무염식, 운동, 콜레스테롤, 포화지방산, 활성산소, 염증 등에 대해 먼저 알아보고 그 각각의 요소들이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과 작용을 하게 되는지 알려줍니다. 앞서서 제목의 하나에 대한 의문이 여기서 풀리는데요. 빼야 하는 그 하나는 '당질'이며, 이는 탄수화물에서 식이섬유를 뺀 나머지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탄수화물 중독 수준에 이를 정도로 많이 섭취하던 것을 중단하고 먼저 체내 대사 시스템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저자의 비법은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이라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천 편에서는 이들 이론을 토대로 진짜 살이 빠지는 비법을 소개하고 있었는데요. 영양성분표 읽은 법과 탄수화물 및 단백질, 지방, 식이섬유 적정 섭취량 등과 함께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3단계 방법과 간헐적 단식 방법도 제대로 알려주고, 다이어트할 때 외식하는 법이나 살 안 찌는 체질로 바꿔주는 10가지 음식도 소개합니다.


덕분에 저는 저탄수화물과 간헐적 단식으로 체중을 줄였던 제 방식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요. 저자가 말하는 3단계 저탄수화물 방법 중에 1, 2단계를 우연히 제대로 실천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리고 사실 요즘 유지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고민이었는데요. 식이섬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고, 저자의 유지기 비법을 읽고 또 읽어서 성공적인 유지어터가 되고자 하는 마음을 다잡아 보는 기회도 되었어요.


또 부록이면서도 꽤나 인상적이었던 부분도 있었는데요. 바로 한약 다이어트! 주변에서 지인들이 한약 다이어트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요. 먹을 때만 효과가 있는 것 같고 약을 끊으면 항상 다시 돌아간다며 푸념하던 것이 기억에 남아 있었거든요. 그런데 다이어트 한약의 성분과 그 역할에 대해 정확히 알게 되니 왜 그런지 알겠더라고요. 그리고 항간에 다이어트 한약에는 건강에 위험한 성분이 들어가기도 한다는 말을 얼핏 들은 적도 있는데요. 이게 바로 '마황'이라는 성분에 대한 논란이었더라고요. 어쨌든 저는 뒤늦게나마 이렇게 전문가의 한약 다이어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정확한 정보를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 생각했어요.

이렇게 한의사이자 유튜버 이동훈 저자가 쓴 책 <쏘팟의 하나만 빼고 다 먹는 다이어트>는 국내외 서적과 논문을 토대로 한 올바른 식이요법, 저자의 다이어트 요법을 이론은 물론 실천법까지 가득 담고 있었는데요. 다이어트에 성공한 일반인이 아닌, 건강 전문가인 한의사가 쓴 책의 장점을 한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놀라웠던 것은 설명이 너무 쉽고 재미있었다는 것! 너무 가볍지도 너무 지루하지도 않게 쉽게 설명하며 독자로 하여금 빠르게 수긍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는데요. 저자의 유튜브 영상을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엄청 쉽게 설명하고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건강이 우려되어 시작한 다이어트! 결국은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으면서도 건강하고 싶어서 시작한 다이어트였는데요. 다시 한번 이 책을 통해 결국은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먹는 것을 가려먹어야 겠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한 세계사 - 개를 사랑하는 이를 위한 작은 개의 위대한 역사
이선필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참 재미난 제목입니다. <독한 세계사>의 '독한'이 말 그대로 '독하다'라는 뜻인 줄 알았다가 책 소개를 읽고서야 Dog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제서야 뒤늦게 책 표지의 그림이 목줄을 한 개 그림이라는 것을 알아차렸거든요. 때문에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했다는 묘한 감정도 일순간 느꼈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늦지 않게나마 개와 관련한 문화와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는 꽤나 흥미로웠던 이 책을 놓치지 않고 만나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저자의 이력이 신기했는데요. 이 책의 저자 이선필 씨는 이탈리아에서 유럽 정치를 전공하고, 대학에서 10년 이상을 유럽 정치만 강의한 분이라고 합니다. 특별히 개를 사랑했던 애견인도 아니었는데, 어느 날 애견 학원을 개원하고는 반려인으로 거듭나게 되었답니다. 지금은 한국외대에서 <동물복지의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기도 하다는데요. 거꾸로 된 듯한 저자의 이력에 얼마나 재미있는 경험을 많이 했을지 자꾸 상상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책은 더 재미있습니다. 먼저 서양 편과 동양 편으로 나누고 다시 문화 및 나라별로 구분하여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개와 관련한 아주 오래전부터 최근까지의 다양하고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가득이더라고요.

개를 사랑하는 이를 위한 
작은 개의 위대한 역사

인상적이었던 부분, 놀라웠던 부분은 너무 많아서 다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인데요.

최초의 애견인이라 말할 수 있는 메소포타미아인들, 성경 시대에는 그렇지 못했지만 오늘날 반려견의 천국이 되었다는 이스라엘, 개나 고양이가 죽으면 눈썹을 밀며 애도했다는 이집트의 이야기들은 개가 서양에서도 오랜 옛날부터 인간과 참 친밀한 동물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해서 내심 흐뭇했고요.

반면 정화의 월요일이 되면 끔찍한 방법으로 개 도축을 하였다는 그리스나 전쟁에서 몰로수스를 연락책 수단으로 사용하고 살육했다는 로마제국, 그리고 16~19세기까지 유럽 가정에서는 쳇바퀴 돌리는 키친 도그가 일상적인 풍경이었다는 이야기 등에서는 인간의 타 생명체에 대한 잔인함과 그 둔감함이 느껴져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더라고요.

당신의 얼굴을 핥아주는 
강아지만 한 정신과 의사는 없다
벤 윌리엄스

그중 가장 놀라웠던 이야기는 650년 전 이슬람화되기 이전의 페르시아에는 당시 국교였던 조로아스터교 경전인 아베스타를 통해 개를 위해 지켜야 할 여섯 가지 규칙을 정하고 있었다는 것인데요. 그들 특유의 종교관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그 내용이 너무나도 개를 위하고 있어서, 책에서는 오늘날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동물복지법이라는 정도로 표현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저는 페르시아가 개들에게는 천국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외에 중세 유럽의 그림에 많이 등장하는 개가 사실은 정절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는 것, 19c 중반 1835년 영국에서는 동물 학대 행위가 불법이 되면서 오히려 투견이 그 대안으로 떠오르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윤회 사상 때문에 모든 동물에게는 천국과도 같다는 인도 등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 많아서 나라마다 흥미롭지 않은 부분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서양 편이야 이렇게 거의 다 새로 알게 된 사실이 대부분이라 치더라도, 중국·일본·한국이 등장하는 동양 편조차 생각보다 몰랐던 내용이 많아서 뜻밖이었는데요. 중국의 반려견 정책이 재미있었던 반면, 하치 이야기에 숨은 일본 제국주의의 야욕을 알게 되었을 때는 경악을 금치 못했답니다.

이렇게 세계 각지에서 그리고 기나긴 역사 속에서 인간들과 함께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어온 수많은 개들. 그들은 때때로 괜찮은 대우를 받기도 하고 학대당하거나 희생당하기도 하였는데요. <독한 세계사>는 단순히 재미난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책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반려동물 산업이 자칫 돈벌이로만 여겨질 수 있는 현상에 살짝 제동을 걸어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와 함께하는 개의 삶에 대해 한 번쯤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력을 5배 높이는 3분 기억술 - 한 달 만에 기억력을 복구하는 하루 3분의 마법
이케다 요시히로 지음, 정문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창 시절에 엄청난 암기력을 가졌던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수록 부쩍 기억력이 나빠졌다는 느낌은 듭니다. 출산 후 이제는 좀 나아졌나 싶더니 그다음에는 스트레스 때문인지 노화 현상인지 예전과 또 다른 느낌입니다. 그래서 가끔 옛날 어르신들 말씀처럼 고스톱을 배워야 하나 하는 생각도 해 보았고 그나마 집에 있는 카드놀이를 익혀 보기도 했지만, 뭐 썩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더군요. 그런데 마침 이럴 때 도움 될 것 같은 책 <기억력을 5배 높이는 3분 기억술>이 보여 만나보았습니다.


하루 3분 트레이닝으로

당신도 기억력 천재가 될 수 있다!


​책을 시작하기 전, 책장을 좌르륵 넘겨보니 퀴즈가 가득 들었습니다. 두께는 굉장히 얇지만 이론보다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었는데요. 일본에서 출간되자마자 입소문만으로도 5만 부가 팔려나가는 기록을 세웠답니다. 쏟아지는 체험 후기들을 읽다 보니 더 기대가 높아지더군요.


​먼저 저자는 기억력을 갉아먹는 주범과 기억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어린 시절 온갖 종류의 공룡 이름과 게임 캐릭터를 암기할 수 있었던 것은 '흥미' 때문이며 이로 인한 '설레는 감정'은 뇌에 커다란 '임팩트'를 준답니다. 그럼 이것이 '해마'를 자극해 머릿속에 강렬하게 새겨진다는데요.


​문제는 성인이 되면 설레지 않는 대상도 기억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기억력을 손쉽게 끌어올리기 위한 '탐지 센서', '분류 센서', '조합 센서', '이미지 센서', '연결 센서' 등 5가지 기억력 센서를 강화하는 획기적인 훈련법을 소개합니다.


​편안하게, 그러나 집중해서 풀며, 잘 풀리지 않더라도 과도하게 스트레스 받지 말며, 즐거운 마음으로 임했으면 좋겠다는 저자. 역시 스트레스는 기억력 향상을 방해하겠죠!


​먼저 생소한 영어 단어 암기에 도움을 준다는 '탐지 센서 강화 훈련'! 숨은 대상을 발견한 쾌감이 뇌를 자극해 기억력을 높인답니다. '어라?' 생각보다 쉽게 되더라고요. 그럼 이 센서는 아직 잘 작동한다는 뜻이겠죠?!


​​다음은 많은 분량도 한 번에 외울 수 있다는 '분류 센서 강화 훈련'. 공통점이 없는 단어를 구분해 내는 문제는 쉽다고 느꼈지만 첫 단어와 마지막 단어를 제시하며 연상되는 단어를 채워가는 문제는 의외로 힘들더군요. 그래서 분류 센서의 일부가 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요. 두 번째부터 벌써 시간을 들여 연습을 좀 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세 번째는 '조합 센서 강화 훈련'. 기존에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사고방식인 스키마와 대조하는 조합 센서를 장착하는 훈련인데요. 쉬워서 다시 한시름 놓았습니다. 이 센서는 독서량이 많으면 스키마도 늘어서 향상된다는데요. 그동안 지속적으로 책을 읽었던 것이 도움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다음은 '이미지 센서 강화 훈련'. 이름이나 얼굴, 제목이 바로바로 떠오르도록 도움을 주는 훈련이랍니다. 장면으로 기억하는 것은 잘 하는 편이라 쉽게 할 수 있겠지 싶다가도, 한번 본 얼굴은 쉽게 기억하지만 또 이름은 잘 기억하지 못하니 이런 부분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요. 역시 '도형 기억해 재현하기'는 쉬웠는데, '빈칸에 들어갈 단어 기억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가능한 한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 이야기들은 감정을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결 센서 강화 훈련'. 기억한 내용을 원활하게 인출하기 위해서는 관련짓는 연습이 필요하답니다. 요즘 부쩍 인출이 잘 안되니 요것도 그리 쉽지 많은 안겠구나 했는데 역시나입니다.


​이렇게 평소 즐기던 스도쿠를 풀 듯, 책에 실린 다양한 문제를 재미있게 풀어보았는데요. 쉽게 풀리는 문제는 원활한 센서, 그렇지 않은 것은 원활하지 않은 센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부족함을 느꼈던 센서들 향상시키기 위해 해당 부분 열심히 그러나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꾸준히 풀어보아야겠습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문제를 풀기만 해도 효율적으로 기억하고, 장기간 기억하고, 언제든 손쉽게 기억해 낼 수 있는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는 <기억력을 3배 높이는 3분 기억술>. 저자 이케다 요시히로는 "기억력은 타고난 것도 아니고, 나이가 들수록 쇠퇴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하는데요. 무엇보다 재미있고, 하루 3분이라는 짧은 시간만 훈련을 지속해도 한 달이면 기억력을 복구할 수 있다고 하니 꾸준함 장착해봐야겠다는 의욕이 샘솟습니다.


​아직 책을 전부 풀어보지는 못했지만 책을 끝낼 즈음에는 적어도 지금보다는 기억력이 향상되어 있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이 - 할머니가 손자에게
김초혜 지음 / 아이스크림미디어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창 시절 김초혜 시인의 '사랑굿'을 즐겨 읽었기 때문일까요. 제 마음속에 자리 잡은 가장 대표적인 사랑 시는 언제나 사랑굿인데요. 마침 얼마 전 김초혜 시인의 책이 출간되었다길래 기쁜 마음으로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웬걸~ 이번에는 시가 아니라 손주에게 보내는 편지글이랍니다. 할머니가 손주를 사랑하는 마음. 김초혜 시인은 어떻게 표현했을지 너무 궁금하지 않나요? 그래서 만나보았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한 추억이 너무나도 짧다 보니 특히 조부모님에 대한 기억이 애틋한 분들을 볼 때면 은근 부러웠는데요. 이 기회에 책으로라도 그 사랑 느껴보고 싶더군요.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책은 2008년에 쓴 <사랑하는 재면아>의 개정판이랍니다. 다행히인지 아닌지 저는 이번에 <행복이>를 처음 만나본 것이었는데요. 거기에 양장본이라 소장하고픈 분들에게는 더 좋은 소식이라 느껴졌습니다. 그럼 읽으면 읽을수록 할머니의 손자에 대한 무한 사랑이 느껴졌던 도서 <행복이> 한번 살펴볼까요.





저자는 김초혜 시인. 196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여 시집 <떠돌이별>, <사랑굿1>, <사랑굿2>, <사랑굿3>, <섬>, <어머니>, <세상살이> 등과 시선집 <떠도는 새>, <빈 배로 가는 길>, <편지>, 수필집 <생의 빛 한줄기 찾으려고> 등을 출간하였답니다. 한국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하였고요.


다른 책들과 달리 <행복이>는 작가의 말, 들어가는 말이 없습니다. 목차도 없습니다. 그냥 일기니까요. 대신 '사랑하는 손자 재면이에게'라는 짧은 편지글로 시작하는데요. 실제로 손자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할머니의 바람을 매일 일기로 써서 손자 재면이의 중학교 입학 선물로 주었던 노트 글이랍니다. 그리고 일 년 후 출판사의 요청으로 손자의 허락을 받아 책으로 출간되기에 이르렀답니다.


사실 책을 받아들고도, 읽으면서도 내내 표지에 숨겨진 의미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글인 12월 31일 글을 읽고는 의문을 완전히 풀 수 있었는데요. 바로 손자 재면이가 초등학교 1학년 5월 어버이날에 할머니에게 선물한 공작물이랍니다. 재면이는 공작물 속의 '행복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훗날 책 제목이 될 줄 알았을까요.



글은 날짜별로 대략 한 쪽의 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할머니가 손자에게 하는 말을 일기 같은 편지글로 엮었기에 막힘없이 술술 읽을 수 있었는데요. 매월 시작하는 부분에는 판화가 이철수 님의 작품으로 시작하더군요. 한국적 느낌 물씬 풍기는 굵은 선과 짧은 글. 좋아하는 시인의 책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만났는데, 뜻하지 않게 좋아하는 판화가의 작품도 콜라보되어 있어 더욱 기분이 좋고 횡재한 느낌입니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책은 할머니가 손자에게 전하는 인생에 대한 조언을 가득 담고 있었습니다. 인간관계, 성실과 인내, 어려운 일을 겪었을 때 헤쳐나가는 마음가짐과 방법, 독서, 건강관리 등 1년 365일 그 주제도 다양했는데요. 어찌 보면 이상적일 수도 있지만 그야말로 바르게 사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더군요. 때문에 당장의 성공과 행복이 아니라 손자의 인생 전반에 몸과 마음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 진짜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일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덕분에 손자를 사랑하는 할머니의 마음을 가득 느낄 수 있었고, 한편 부러운 마음도 내내 들었습니다. 우리 할머니도 제 곁에 계셨다면 이런 마음이셨을까요.


한편으로는 이렇게 할머니의 사랑이 궁금했고 대리만족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책 뒤표지에 실린 이광재 님의 한 줄 리뷰에서 '소학'이라는 말을 발견하는 순간 조금 멈칫하기도 했었는데요. 읽다 보니 왜 '소학'을 이 책과 비교했는지 이해가 되더군요. 어렵게 쓰인 소학의 내용들이 우리말로, 할머니의 말로 풀어쓰면 바로 <행복이>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너무 와닿는 글이 많았지만 몇 가지만 골라보았습니다. 요즘 저는 인생을 쉬어가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신호가 와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니 그동안 제 마음과 몸을 돌보기보다는 너무 치열하게만 살아왔더라고요. 그래서 방향도 방법도 다시 돌아보고 있는데요. 그래서일까요. '나는 나의 창조자', '한 번뿐인 인생', '노력 끝에 오는 것', '시련을 겁내지 마라' 등의 글에 포스트잇 플래그를 잔뜩 붙이고 있더라고요.


"운명이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네 운명은 네가 만들고 네가 지배하는 것이다. 누가 길을 가로막는 것도 아니고, 너를 속박하는 것도 아니다. 길을 막는 것도 너 자신이고 속박을 하는 것도 너 자신이다. 누구 때문에 환경이 허락지 않아 못했다고 하는 것은 패자의 비굴한 변명이다."


지금은 부모님과 대화를 통해 그 마음 풀었지만, 한때는 어린 시절 마음대로 인생을 정할 수 없었다고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는데요. 성인인 지금도 과연 제 마음대로 제 의지대로 운명의 길을 걷고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네가 하고자 하는 일의 목적을 충분히 알고, 그 가치를 인정한다면 망설임 없이, 조금도 주저하지 말고 그길로 매진해라. 비바람이 몰아쳐도, 폭설이 퍼부어도 집념만 강하다면 너는 꼭 그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탓'하며 미루고 겁을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하고 싶은 일의 목적을 정말 충분히 알고 있는지 혹은 그 가치를 진심으로 인정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아마도 마음이 세워지지 않았고 굳건하지 않기 때문에 매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너는 너의 주인이고, 너 자신의 창조자다."


어찌 보면 잔인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기억해야 할 말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는 한 번씩 생각하는 주제,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에 대한 글입니다.


"착한 사람과 가까이하거라. 그의 착함을 배울 수 있으니 그가 곧 스승이다. 악한 사람이라고 너무 배척하지 말아라. 악한 사람의 행실을 보고는 그것이 나쁘다고 깨닫게 되니 그 또한 스승이다. 착한 사람과 사귀면 마음이 항상 편안하고, 악한 사람과 사귀면 마음이 항상 불안할 것이다. 착함은 배우고 악함은 멀리하거라."


착한 사람을 만나면 저래서 어떻게 이 험한 세상 살아갈까 싶다가도 한결같이 잘 살고 있는 모습보다 보면 그래도 저게 정답이지 싶은데요. 간혹 들곤 하는 절대적인 선함은 있는가, 선함과 악함은 상대적인 것이 아닌가. 그리고 함께 들곤 하는 생각, 어떤 사람이 착한 것인가 그리고 어떤 사람이 악한 것인가라는 의문에 완벽한 답은 아닐지라도 힌트를 주기도 합니다. 함께 있을 때 마음이 편안한 사람, 그리고 불안한 사람. 생각해보면 그랬던 것 같기도 하네요. 사람을 가려 만나면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겠다 싶기는 합니다만, 또 한편으로는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고 만나야만 하는 악한 사람이라면 너무 배척하지 말고 교훈으로 삼는 마음 기억해야겠습니다.



이렇게 인생의 목표에 집중하다보면 잊기 쉬운 것이 건강이겠지요. 시인은 혹여나 사랑하는 손자가 건강을 잃게 될까봐 중간중간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우기도 합니다.


"휴식이라는 것은 피로해지기 전에 쉬어야만 효과가 크다. 피로가 극도에 달한 다음에 쉬는 것은 휴식이 아니라 피곤을 앓는 것이다."


흔히들 건강을 잃고 나서야 그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고 하는데요. 막상 건강을 잃으면 이전 생활로 돌아가기가 참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니 피로해지기 전에 쉬어야 한다는 말, 정말 의미심장하게 마음에 와 닿네요. 피로하면서도 피로한 줄 깨닫지 못하고 무리하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관심을 가져야 겠습니다.


이렇게 인생의 의미, 살아가는 올바른 자세를 알려주었던 <행복이>. 유학교육의 입문서와 같은 구실을 했던 '소학'의 내용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할머니의 큰 사랑이 물씬 느껴지는 책이었는데요. 혹시 우리 아이가 우리 손자가 바르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기를 바란다면 이 책이 마음에 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초등학생이던 시절 방학 때 두어 번 할머니와 지내 본 것이 전부인 저에게는 할머니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는데요. 나중에 이런 사랑을 주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또 무엇보다 지금의 제 아이에게도 다른 무엇이 아닌 진짜 사랑을 전해야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cm 오리진 - 우리 인생에 더하고 싶은 1cm를 찾아서 1cm 시리즈
김은주 지음, 김재연 그림 / 허밍버드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이 듦의 과정에서 가장 힘든 점 중의 하나는 예전 같지 않은 몸과 달리 우리의 마음은 여전히 젊다는 것이다. 그것도 하필이면 인생의 전성기인 20대일 건 뭐람. 그리고 그 부조화는 오늘도 어김없이 생뚱맞은 우울함 혹은 쓸쓸함을 선사하곤 홀연히 떠나버린다.


​이유야 어떻든 이렇게 마음에 위로가 필요할 때면 여행을 떠나거나 오래된 영화를 찾아보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에세이를 찾게 된다. 그런데 마침 때를 맞추기라도 하듯 찾아온 김은주 작가의 <1cm 오리진>. 2018년 <기분을 만지다>와 2019년 <너와 나의 1cm>를 통해 딱 적당한 깊이의 감성으로 내 마음을 위로해 주곤 하던 작가이기에 망설이지 않고 만나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긴 1cm

인생이 긴 자라면 우리에겐

1cm만큼의 ()가 더 필요하다.

 

'독보적인 베스트셀러 1cm의 귀환'이란 타이틀을 달고 나타난 <1cm 오리진>. 2008년 처음 카피라이터 특유의 신선한 발상과 재치를 선보였던 <1cm>와 2014년 개정증보판 <1cm 첫 번째 이야기>를 2020년의 감성에 맞게 새롭게 수정·편집해서 재탄생시킨 책이라고 한다. 때문에 이미 2008년, 2014년에 1cm를 만났던 분들이라면 다시 한번 그때의 향수와 추억을 되새기는 시간도 될 듯하다.


​​나중에 출간된 책부터 만났기에 김은주 작가를 거꾸로 만나고 있는 나. 그럼에도 처음부터 이건 딱 김은주 작가의 글이다 싶었다. 작가는 어떻게 알았을까? 마치 '무슨 일 있었어?'라고 묻는 듯 시작하는 책. 역시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나 보다. '인생이 흥미로운 것은 감당할 수 있는 의외의 사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라니, 뻔한 위로일망정 한편으론 원하는 대답이 이거였나 싶기도 하다. 이러니 시작부터 책장을 쉬이 바쁘게 넘길 수가 없다. 분명 누군가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라고 말했는데 나는 도저히 동의할 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삶은 달걀이 왠지 측은하기도 하다. 넌 왜 다른 아이들처럼 생명을 품고 태어나질 못하니!


​겨우 넘긴 다음 장~ 요즘 내 마음을 딱 꼬집는 듯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을 말한다. '새로운 것은 환영받지만, 익숙한 것은 사랑받는다.'라는 문장에서 정말 그런가라며 따지다가 어느덧 위로를 받고 있다. 분명 여백은 많고 글도 짧은데 또 넘기질 못한다. 심각하지도 않은데 이 짧은 글은 한 시간짜리 드라마처럼 나를 붙잡는다.


평범한 우리의 일상에 숨은 1cm를 발견할 수 있는 책


​이렇게 길지 않은 책을 마치 500페이지가 넘는 소설처럼 온종일 읽었다. 그러고도 마무리는 영화 같아서, 앞으로의 나에게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 크레디트처럼 올라가는 듯했다. 마흔 넘어서야 그러질 못했던 내 인생을 후회하며 인생 모토로 삼기 시작한 'Love Myself'. 어쩜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 나간 걸까.


"지나간 사랑을 통해 배운 것들은 새로운 사랑을 통해 실현된다."


​그제서야 이 책이 11개국에 출간했던 베스트셀러 에세이라는 것이 더욱 실감 났다. 카피라이터다운 짧은 글에 위트, 재미, 감동을 가득 담고 또다시 새롭게 찾아온 김은주 작가의 <1cm 오리진>. 2008년의 <1cm>를 알지 못하기에 얼마나 달라졌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역시 김은주 작가구나 싶었던 책이었다.


​'백지 위에 어떤 것을 해도 된다. 단, 그것이 재미있는 것이어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곳곳에 페이지를 접고, 그림을 그리고, 뒤집어 보는 재미를 숨겨두었다는 작가. 그 때문인지 절대 가볍지 않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심각함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책. 덕분에 적당히 가벼운 마음 안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에세이 <1cm 오리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