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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ㅣ 반올림 43
이명인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8년 7월
평점 :
바람의 아이들에서 반올림시리즈의 하나로 청소년장편소설 '굿바이'가 나왔습니다.
조나단 리빙스턴의 '갈매기의 꿈'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이야기라는 말에 혹해서 읽은 책이랍니다. ^^
'갈매기의 꿈'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대부분 가장 인상깊은 책으로 꼽는 작품인데요.
그 '갈매기의 꿈'을 어떻게 활용하였는지, 혹시 속편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닌지 여러 궁금증을 가지고 읽어보았습니다.
책 속의 세상은 제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일단 현실세계에 성경이 있는 것처럼, 소설 속 세계에서는 '갈매기의 꿈'이 성경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성경 속 구절을 우리가 암기하듯이, 어린 갈매기 피피는 경전속의 문장을 암기하는데요.
"먼 옛날, 아직 갈매기 무리가 성자의 가르침을 받기 전, 하나의 몽매한 무리였을 때 갈매기는 그저 날고 먹기만을 하였다. ... 그 때 그들은 좀 더 큰 버러지에 불과했으며,... 그러므로 나는 것을 연습하고 또 연습하라, 나는 자 속에서 선을 발견할 수 있을 때까지. 그것이 곧 사랑이라" /32쪽
뭔가 살짝 이상하죠? 우리가 아는 '갈매기의 꿈'은 이미 신성화되어 변형되어버린 갈매기 사회더라구요.
이 갈매기 사회에서는 생존을 위한 날기 기술이 아니라, 시속 몇백킬로미터를 극복하는 초고속 곡예 비행을 수련하여 자신의 명성을 높이는 것이 사회적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린 갈매기들은 학교를 다니며 수련을 하는데요.
주인공 피피는 아쉽게도 경전은 달달 외우지만, 정작 곡예비행은 할 줄 몰라 상급학교로 진학하지 못하는 낙제생으로 나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형제 쭈니는 우수학생인데요, 그런 쭈니가 어느날 곡예단 원정을 나갔다가 완벽한 비행에 이르러 투명하게 사라지고 맙니다.
이에 슬픔에 빠진 부모님을 뒤로 하고, 피피는 진정한 비행을 찾아 여행을 떠나 자신만의 가치관과 비행을 완성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런 깨달음의 과정이 심도있게 그려지는 인상깊은 책인데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 사회의 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좋은 직업을 갖기위해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려고 혹독하게 노력하는 모습이라든지, 성공을 위해 주변을 살펴보지 못하고 살아가거나 돈만을 쫓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각나더군요.
사실 그런 것들이 행복의 조건이 돌 수는 있지만, 반드시 이루어야만 행복한 것은 아니지요.
제가 이렇게 말하면 성공을 했거나, 성공만이 삶의 의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루저의 변명, 혹은 패배적 낭만주의자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요.
그런 사람들에게 많은 말을 하고 있는 책이랍니다.
"당신이 나는 것은 여행자 자세인가요? 매우 독특하고 아름다워요."
"난 내가 나는 자세를 볼 수 없단다. 그래서 네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겠구나.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난 나는동안 편안하고, 자유로우며 행복하단다."
"이렇게 아름다운 비행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불행을 겪었나요? 얼마나 많은 불행의 시간이 지나면 저도 행복할 수 있나요?" /171쪽
이 문장을 읽고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는데요. 왜 우리는 힘든 고행의 시간을 겪어야만 행복해질 자격이 주어진다고 여기는 걸까요? 그냥 처음부터 행복하게 살면 안될까요?
우리는 한가지 목표만을 정해놓고 아이들에게 공부란 힘들지만, 그래도 지금이 아니면 나중에는 기회가 없으니까 다른 것 다 참고 지금 공부해야 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일말의 양심이 마음속에서 꿈틀거릴 때마다 아이가 안쓰러워지지요.
"저 아이는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어여쁘고 아름답다는 걸 알까." /174쪽
"성자는 잊으세요. 아니, 성자를 흉내내려는 일은 잊으세요. 내가 누구인지를 생각하시면 돼요." /175쪽
이명인 작가의 '굿바이'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다움을 찾아가는 일이야말로 행복하고 의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저마다의 길을 용기있게 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