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의 온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0
이상권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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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에서 청소년문학 70권 출간 기념소설집 '십대의 온도'가 나왔습니다.

'십대의 온도'에는 총 5명의 청소년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신작 단편이 실려있는데요, 청소년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어른인 제가 읽어도 우리 십대 아이들을 다시 이해할 수 있었고, 저의 십대시절을 다시 떠올려 보고 추억에 잠기게 하는 좋은 책이었어요.


'십대의 온도'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가장 감정 몰입이 잘 되었던 인물은 이상권 작가의 '어느 날 갑자기'에 나오는 은진이였어요.

중학생 시절 엄마의 기대에 따라 외고입시를 치르지만, 실패하고 일반고로 진학하여 학원과 학교를 오가는 생활을 하는 아이인데요. 어느 날 학교를 마치자 은진이는 아무런 계획 없이 일상을 이탈하기 시작합니다.

외고 입시 실패는 겉으로 보기에는 별스럽지 않아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은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겠지요. 어른인 우리에게도 실패는 힘들잖아요.

일탈이라고 해봐야 고작 초등학생 때의 친구 지수를 찾아가서 함께 밥 먹고 노래방 가는 것이 고작이지만, 은진이에게는 그 하룻밤이 잊지 못할 추억이 됩니다.

매일 저녁 학교와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들을 볼 때면, 고등학생 시절이 떠오르는데요.

어른들이 지금은 공부할 때라 하여 그냥 따랐던 순진한 십대가 아쉽습니다. 하고 싶은 꿈을 미루지 말고 그냥 하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요?

이제 공부는 십대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잖아요 ^^

 


아이들에 대한 부모의 기대는 그 아이가 공부를 잘할수록 커지기만 하지요. 그런 부모의 관심이 특히 싫은 아이 강우가 김선영 작가의 단편 '바람의 독서법'에 나옵니다.

강우는 어느 날 갑자기 글을 읽으면 핵심 단어들이 도드라지게 보이는 능력을 얻게 됩니다. 때문에 성적이 급상승하여 엄마의 관심을 받게 될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요.

어릴 때 친구 현이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전국 상위권 형의 칩거 생활에 대한 비밀을 어렴풋이 알게 됩니다.

공부 못하는 자식에게 '너는 너 하고 싶은 거 해'라는 말이 서러울 수도 있지만, 이렇게 자유로운 삶을 누릴 기회가 된다는 것도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네요.

이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무사히 부모님의 마음에 드는 대학에 진학하게 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데다가 부모님이 기대도 버리지 않는 경우가 있죠?

그렇게 아무데나가 아닌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는 좋은 대학에 꼭 가야만 하는 아이가 '영화처럼 세이셀'에 나옵니다. (주인공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다시 읽어보니 이름이 한 번도 안 나왔더군요. ^^)

공지희 작가의 '영화처럼 세이셀'의 주인공은 삼수생입니다. 하지만 수능 7일을 남겨두고 눈 감고 찍은 지도 위 작은 섬 세이셀로 도망가 버립니다.

이렇게 공부만을 좋은 대학만을 바라는 엄마에게 아이들은 어떤 마음이 들까요?

신설 작가의 '마더 파괴 사건'은 22년전 칸타로인의 압제에서 벗어나게 된 '마더 파괴 사건'에 대한 보고서입니다.

이 소설에서는 멍때리는 소녀, 허풍쟁이 소년, 산만한 소년이 모여 마더라는 생물형 컴퓨터를 파괴하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어떤 의미인지 짐작이 되시지요? ^^

어쩌면 모든 것에 관여하는 엄마는 아이들에게 있어서 파괴하고 싶은 대상 1호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공부에 대한 압박감 말고도 학교와 같은 독특한 단체 생활을 하다보면, 유독 몇몇을 따돌리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지요. '약속'의 수연이나 '소녀 블랙'의 지안이는 사는 곳이 초라하다고, 모습이 다르다고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합니다.

이런 현상은 아이들만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수연이의 담임과 같은 어른들도 흔히 저지르는 일이어서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연이의 "선생님들은 가난한 집 아이들은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78쪽)는 생각처럼 어쩌면 우리는 그래도 된다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의 벽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한 아이를 따돌리는 무리를 만나 대화를 해 본 경험이 있는데요. 그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기본 생각이 믿도 끝도 없는 '그 아이는 그런 대접을 받는 것이 당연해요'라는 것이었습니다.

자신들과 다르다고 조금 환경이 모자라다고 그런 대접을 받는게 당연한 아이는 없지 않나요?

많은 단편들이 그러하듯 청소년소설 '십대의 온도'에서도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현 상황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 직시할 수 있는 글들이었고, 우리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우리 아이들을 대하고 있는지, 그렇게 살아 온 혹은 그렇지 않는 우리는 지금 어떤 모습의 어른이 되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마음 한 구석 그 해결책이 뭔지 조금씩은 떠오르는 것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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