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홍대 앞은 왜 홍대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할까 -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디자인경제
장기민 지음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0년 8월
평점 :
'디자인경제'라는 말을 꽤 오래전부터 들어왔다. 광고디자인, 패션디자인, 가구디자인 등이 아니라 '디자인'과 '경제'라는 말이 만난 단어. 경제 전반에 디자인적 요소를 도입해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것일까라고 짐작해 보았지만, 떠오르는 것은 제품디자인 정도였달까. 그런데 독특한 제목의 책 <홍대 앞은 왜 홍대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할까>를 만나 그 의문을 풀 수 있었다. 이 책은 '주어진 목적을 조형적으로 실체화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가진 design이 경제와 만나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어떤 모습으로 실현될 수 있는지 세계 전반의 대표적 상황을 예로 들며 구체적으로 쉽게 설명해 준다.
굉장히 젊은 저자의 모습에 당황했고, 그의 멋진 이력에 또 한 번 당황했다. 한양대와 국민대에서 산업디자인과 공간디자인, 경제학을 공부한 장기민 씨는 디자인경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양대 학생들에게는 '디자인 창업론'강의를 재능기부하고 있다고 한다. 또 디자인링크를 창업한 뒤 M&A를 통해 매각하였으며, 디자인경제연구소와 도시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하여 운영 중이라 한다.
글은 쉽고 간결하다. 'BTS경제학', '편의점경제학', '중고서점경제학', '블루보블경제학', '인식경제학' 등 총 47가지 주제로 디자인경제에 대해 설명하는데, 각기 두 장 분량의 글이라 짧게 끊어 읽어나가기에도 좋았다. 하지만 너무 재미있는 내용, 궁금한 내용이 많아 그러지를 못했다. 처음에는 '디자인경제'라는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니 매 챕터를 읽으며 어떤 부분이 디자인이고 그로 인해 얻을 수 있었던 경제적 효과는 무엇인지 곱씹으며 읽어야 했다. 게다가 디자인의 의미를 자꾸만 협소하게 좁히려 들어 그 틀을 깨는 것도 일이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제목만 봐도 '아~'하고 짐작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 책 한 권을 겨우 일회독 하면서도 꽤 성장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2006년 기아자동차는 아우디 출신의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하여 '디자인 기아'라는 슬로건 아래 K7, K5 등을 출시했다. 그때 TV 광고를 보며 상당히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이전까지 국내 자동차 디자인은 비슷비슷해 보여서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그 광고를 보는 순간 처음으로 사고 싶은 차가 생겼었더랬다. 또 어느 날은 1933년에 지어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근대식 방직공장이 카페 '조양방직'으로 변신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독특한 스토리는 지금까지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이 디자인경제라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BTS경제학, 공유경제학이라는 말도 언론을 통해 자주 들을 수 있는데, BTS경제학은 갑을 관계에 가까웠던 기존의 '아티스트 vs 대중'의 사이가 가까이서 소통하는 친구관계로, 공유경제학은 에어비앤비와 긱 이코노미 현상으로 설명되는 디자인경제였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디자인을 단순히 외형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데코레이션 정도의 개념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디자인의 개념은 '의미 부여'이다.
대부분의 사례가 익숙한 것들이었지만 이 사례들이 디자인경제였으며, 각기 어떤 디자인이 적용된 것인지 인식하게 되니 모든 게 새롭게 보였달까. 덕분에 생각보다 디자인의 개념은 넓으며 그와 관련한 경제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중에서 사례가 워낙 인상적이어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 디자인경제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공감경제학'이다.
성공의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고 시장에 내놓는 것이 아니라 서툰 모습 그대로 출시하고 시장에서 잘 먹히면 성공할 수도 있다.
사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디자인이라는 말에서 '의미 부여' 또는 '발상의 전환'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되었고 그러면서 역시 세상은 천재들이 이끌어가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했었더랬다. 그런데 공감경제학에서 등장한 이슬아 작가의 사례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와르르 무너지게 되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학자금 대출 2천5백만 원을 갚으라는 문자를 받게 된 그녀. 기자, 교사, 누드모델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자금 채무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자 나름의 묘안을 짰다고 한다. 바로 "아무도 안 청탁했지만 (글) 쓴다!", "태산 같은 학자금 대출! 티끌 모아 갚는다, 아자!" 등의 재밌는 문구의 홍보 포스터로 시작한 구독료 월 1만 원의 <월간 이슬아>. 놀라운 건 매일 자정 무렵 구독자에게 보내는 이메일이라는 것!
덕분에 다시 한번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자신의 미래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자기 안에 있는 경쟁력부터 확인해야 한다. 각자 자신을 기업으로 인식하고 경영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독특한 제목의 책, <홍대 앞은 왜 홍대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할까>. 정말 흥미롭게 진짜 디자인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었고, 마케팅 및 경제와 관련하여 디자인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보았다. 그동안 막연하게나마 나와 먼 곳에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디자인경제가 불쑥 코앞에 다가온 느낌이다. 당장은 안될지도 모르지만 나 자신도 디자인해보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사업하는 분들 혹은 할 분들은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곧 사회로 나갈 대학생들도 읽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 넓어지는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한다.